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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의미 담긴 식물명 2026년부터 사라진다

문세영 기자 2024. 7.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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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의미 담긴 식물명 2026년부터 사라진다

식물학자들이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식물의 학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식물 학명에 대한 개혁은 동물 학명 등 다른 과학 분야에서의 명명법에도 변화를 이끄는 첫 단추가 될 예정이다.

학명 변경 세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앞으로 새로 발견되는 식물, 곰팡이, 조류의 이름을 정할 때 결정을 돕는 특별위원회도 만들기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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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적인 뜻이 담긴 ‘카프라’라는 용어가 포함된 식물인 ‘에리스리나 카프라’의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식물학자들이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식물의 학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식물 학명에 대한 개혁은 동물 학명 등 다른 과학 분야에서의 명명법에도 변화를 이끄는 첫 단추가 될 예정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1일 열리는 ‘국제식물회의’를 앞두고 지난 한 주간 식물학자들은 식물 이름을 변경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주재 하에 열린 명명법 세션에서  ‘카프라(caffra)’라는 학명이 포함된 식물, 곰팡이, 조류의 이름을 변경하는 사안을 두고 투표가 진행됐다. 

카프라는 아랍어 ‘kafir’에서 유래한 단어로 ‘이교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남아프리카가 백인 지배를 받고 있을 당시 아프리카인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카프라라는 단어가 쓰였다. 이 단어는 흑인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고 인권을 침해하는 수단이 됐다.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남아프리카를 원산지로 하는 식물에 카프라가 관습적으로 쓰여왔다. 이번 투표에서 식물학자들은 2026년부터 카프라 대신 ‘아프라(affra)’라는 용어로 아프리카 기원을 표시하기로 했다. 이는 200종 이상의 식물, 곰팡이, 조류 학명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학명 변경 세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앞으로 새로 발견되는 식물, 곰팡이, 조류의 이름을 정할 때 결정을 돕는 특별위원회도 만들기로 동의했다. 이번 결정은 식물학계뿐 아니라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명명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념비적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프라 삭제를 제안한 기디언 스미스 남아프리카 넬슨만델라대 교수는 ”인종을 비하하는 식물 명명법을 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해외 연구자들이 60% 이상이 이에 동의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학명이 문제가 되는 건 식물학계만이 아니다. 동물 이름도 인종차별주의자나 파시스트 등의 이름을 딴 사례들이 있다. 가령 ‘아놉탈무스 히틀러리’라는 딱정벌레는 아돌프 히틀러의 이름을 딴 학명을 갖고 있다. 이 딱정벌레를 발견한 독일 곤충학자인 오스카 샤이벨이 히틀러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처럼 명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니토 무솔리니의 이름을 딴 ‘히포타 무솔리니’라는 나비도 있는데 이 같은 이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논란이 돼왔다. 

하지만 국제동물명칭위원회(ICZN)는 아직 불쾌한 의미가 담긴 동물 이름을 변경하는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름을 변경하는 일이 여러 측면에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일부 동물 명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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