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해체 작은 실수땐…" 베테랑 대원도 등골 서늘
탐지견이 냄새 맡고 엎드리자
40㎏ 방폭옷 입은 대원 투입
물사출 분사기로 회로 끊어
국내서도 사제폭탄 위협늘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소속 폭발물처리제대(EOD) 훈련장은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더위 속에 방폭특수복장을 착용한 요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EOD는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출동하는 요원들이다. 실제 폭발물은 물론 불발탄·불량탄 등을 확인해 안전하게 해체하는 일이 이들의 몫이다.
이날 훈련에는 폭발물 탐지견이 선제적으로 투입됐다. 뛰어난 후각을 갖춘 대표적 경찰견 품종으로 꼽히는 세 살짜리 저먼셰퍼드 레오(수컷)가 폭발물 의심 물체와 그 주변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폭발물 냄새인 것이 확인되자 레오는 폭발물을 확인했다는 표시로 납작 엎드렸고, 레오를 담당하는 특공대원이 "폭발물 확인"이라고 외쳤다. 폭발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이들이지만 이날 훈련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작은 실수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폭발물 처리 과정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레오가 폭발물을 탐지하는 동안 방폭복장(옷·헬멧 40㎏)을 한 폭발물처리제대 요원이 재빠르게 X선 장비를 들고 폭발물 의심 물체 내부를 촬영했다. 사진에서는 박스·뇌관·배터리·스위치 등이 확인됐다. 사제폭발물이었다. 물 사출 분쇄기에서 고압의 물을 분출해 폭발물에 전원을 제공하는 배터리를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폭발물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다.
폭발물처리제대 요원들이 갖춰 입은 방폭 옷만 봐도 예사롭지 않았다. 최진수 경위(51·가명)는 "방폭 옷은 특수 천 여러 겹과 부상에 취약한 신체를 가릴 수 있는 방탄 플레이트로 구성돼 있다"며 "폭발물 처리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하는 작업일 뿐만 아니라 폭발물에 특공대원의 지문이 묻으면 안 되므로 전술장갑을 착용한다"고 말했다. 폭발물은 현장 처리가 원칙이지만 주변에 인파가 많거나 박물관 등 폭발 시 손실이 큰 곳이라면 다른 곳으로 옮겨서 처리하기도 한다. 자살폭탄테러 등 사람에게 폭발물이 부착돼 있을 때는 요원이 직접 손으로 폭발물을 해체하기도 한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는 로봇이 투입돼 폭발물을 처리한다.
최 경위는 김포공항 항공기에 폭발물 의심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던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승객을 대피시키고 의심 물체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실제 폭발물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지금도 당시 생각만 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최 경위는 "25년간 폭발물 처리 업무를 하다 보니 이제는 두려움보다 사명감이 느껴진다"며 "요원들 모두 국가에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강하고 극한 업무에 대한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제폭발물에 관한 위험성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용의자가 자신의 차량에 사제폭발물을 설치해 추가 범죄를 노린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국 역시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7년에는 연세대에서 '텀블러 사제폭발물'을 만들어 지도교수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고, 2020년 전주에서는 평범한 20대 남성이 여성에게 거절당하자 '사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폭발물(TATP)을 만들어 터뜨린 일이 있었다. 지난달에는 전국 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이메일과 협박전화가 걸려와 비상이 떨어졌고, 이달 7일에는 마포역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열차가 약 40분간 무정차 운행되기도 했다.
다양한 화공약품을 이용해 군용폭약 못지않은 위력을 지닌 사제폭탄을 만들 수 있게 됐고, 통신기기 발달로 무선 시스템을 활용한 사제폭탄 위협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여전히 온라인상에서는 폭발물 제조 관련 영상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최 경위는 "대다수 폭발물은 비전문가가 인터넷에서 제작 방법을 습득해 만드는 사제폭발물"이라며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폭발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혜진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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