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무기한 생산중단때 … 현대차, 車설계까지 바꿔 공장 돌렸다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문광민 기자(door@mk.co.kr),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4. 7. 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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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억대 질주 공급망을 사수하다
코로나發 차 반도체 품귀에도
현대차 "생산 차질 절대 안돼"
협력업체까지 모두 끌어모아
반도체 공동구매 협상력 강화
셧다운 가동중단율 업계 최저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연구
전기차 시대 공급망 미리 대비

◆ 현대차 1억대 질주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둘째)이 이달 3일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자동차 1대에는 부품 수만 개가 들어간다.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 특성상 쌀알만 한 부품 하나만 없어도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 생산설비를 멈추면 회사가 떠안아야 하는 손해만 하루에 수백억 원이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3위 완성차 반열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데드라인'은 반드시 지킨다는 기업문화가 자리한다. 부품·생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단시간 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낸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 완성차 기업은 설계 변경이나 부품 수급난이 발생하면 생산 또는 개발 데드라인을 미루는 것이 예삿일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극심했을 때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무기한 가동 중단에 들어갔고 언제 생산이 재개됐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이런 게 통하지 않는다. 자동차업계는 이를 현대차그룹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이자 '현대 스피릿'이라고 표현한다.

코로나19 당시 빚어진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현대차그룹의 공급망 관리 실력을 전 세계에 증명한 단적인 예다.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기 위해 회장부터 구매담당 직원과 협력사 임직원까지 전 세계를 뛰어다닌 일화는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집념을 잘 보여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코로나19발 셧다운이 심각했던 2020년 4월 주요 완성차별 공장 중단 상황을 분석했는데, 현대차·기아가 35%로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GM이 89%로 가동 중단 비율이 최고였고, 벤츠가 88%,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가 85%, 르노 85%, 포드 82%, BMW 81%, 혼다 68%, 폭스바겐 61%, 테슬라 50%, 도요타 46% 순이었다.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은 "정의선 회장까지 유럽 반도체 기업의 고위급 인사를 직접 만나 반도체 구매 협상에 뛰어들었다"면서 "생산라인을 멈출 수 없다는 현대차그룹의 제1원칙을 지키기 위해 정 회장을 비롯한 전 조직원이 매달린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공급망 위기 대응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단초가 있다. 원하는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자 차량 설계까지 변경했다는 점이다. 차 설계 변경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기존 설계에 맞는 반도체를 충분히 조달하지 못한 현대차 측은 반도체 대체 물량을 찾아 이것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차량 설계를 바꾸는 적극성을 발휘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를 놓고 "다른 어떠한 외국 기업도 생각해내지 못한 현대차그룹만의 발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현대차 협력사들도 반도체 부족에 시달렸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손 놓고 있지 않았다. 한 번에 많이 사면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사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수량을 모두 취합했다.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매점매석에 나선 중국 브로커를 통해 '반도체 공동구매'까지 추진한 건 유명한 일화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공급망 관리로 현대차그룹은 경쟁사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는데, 2015년 유럽에서 폭스바겐발 디젤게이트가 터졌을 때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디젤엔진 자동차의 배출가스 데이터를 조작했다가 발각되자 유럽은 더 엄격한 배출 규제를 마련했다. 당시 유럽 기업을 포함한 상당수 완성차 업체들은 까다로운 규제 여파로 신차를 선보이는 데 애를 먹었지만 현대차그룹은 전 차종에 걸친 기술 개발을 통해 새 인증에 맞는 신차를 신속히 출시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부품 개발을 통한 안정적인 부품 소싱도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부품 내재화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기술을 직접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300억원을 들여 서울대에 배터리 연구센터를 지었고 경기도 의왕에도 배터리 연구동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도 나섰다. 올 초부터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여러 곳과 접촉해 반도체 개발 의뢰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술 인력도 적극 채용하고 있다.

[박소라 기자 / 문광민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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