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디넷' 활용 분산계좌 추적···'숨은 공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사의 촉]

임종현 기자 2024. 7. 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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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사 사이 은밀한 거래가 시작된 건 201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회사는 물품 거래를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실제보다 부풀렸다.

손 검사는 "분산 이체돼 현금으로 출금하고 A대표 개인 계좌로 입금되는 과정이 당일이나 길어야 하루 이틀이었다"며 "계좌거래내역이 파악되는 순간 횡령을 하고 있다는 게 명백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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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6억 회사 자금 횡령
警 '혐의없음' 불송치 사건 재수사
개인통장으로 일정액 주기적 인출
거래내역 분석 통해 비리혐의 파악
[서울경제]

A·B사 사이 은밀한 거래가 시작된 건 201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회사는 물품 거래를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실제보다 부풀렸다. 이 과정에서 생긴 차액을 B사가 A사 대표 C씨에게 고스란히 보내는 방식이었다. 양사 사이 물밑(?) 거래는 2020년 10월까지 4년 넘게 지속됐다. 이 기간 횡령한 금액만 6억3390만원에 이를 정도였다. 이른바 ‘거품’ 낀 거래를 의심한 A사는 자사 대표를 고소했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 의문을 풀리지 않았다. 경찰이 횡령 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수사했으나 혐의 포착에는 실패한 탓이었다. 경찰을 결국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사건을 불송치로 마무리했다.

어찌 보면, 오해가 불러온 사건이었으나 A사가 느끼는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A사는 즉각 이의 신청을 제기했고 사건은 검찰에서 전면 재수사에 돌입했다. 수사를 맡은 손은선(변호사시험 9회) 평택지청 형사2부 주임검사는 개인 계좌로 일정 금액이 계속 빠져나가는 점에 주목했다. 또 C씨가 일정 금액을 개인 계좌로 빼돌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세금계산서에서 부풀려진 금액만큼 A사에 일정 수익이 발생해야 했지만, 실제 이익으로 창출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사가 시간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처해졌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선 자금 흐름 파악이 우선이었다.

손 검사가 선택한 수사 방식은 대검찰청 디넷(D-NET) 계좌분석시스템이었다. 거짓으로 작성된 전자세금계산서 자료 일체를 확보해 피의자들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를 해당 시스템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의 은밀한 거래의 실체를 파악했다. 1단계는 A사 계좌에서 B사 계좌로 세금계산서 물품가액에 상응하는 금액이 송금됐다. 이후 B사 대표가 4개의 계좌를 이용해 해당 자금을 분산 이체시켰다. 이는 현금으로 출금돼 C씨에게 전달됐다.

손 검사는 “피고인들이 자금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계좌를 이용해 세탁을 했다”며 “지능적으로 분산 이체를 하다 보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이 조금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숨겨졌던 사실들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횡령 구조를 파악하면서 고소장에 빠져 있던 B회사 대표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이다. 범행에서 B회사 대표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로도 입건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A회사 대표 범행이 인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B회사 대표의 수사는 당연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손 검사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는 것도 거래 업체인 B회사가 해주고, 계산서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돈이 들어가는 것도 B회사가 있어야지 가능했다”며 “사실상 B회사 대표가 횡령 범행 구조에 있어서 핵심 인물이고 공모 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B사 대표를 특정해 소환조사를 했고,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는 게 손 검사의 설명이다. 손 검사는 계좌 거래 내역 분석이 완료돼 비자금 조성 과정을 다 파악한 순간 기소를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손 검사는 “분산 이체돼 현금으로 출금하고 A대표 개인 계좌로 입금되는 과정이 당일이나 길어야 하루 이틀이었다”며 “계좌거래내역이 파악되는 순간 횡령을 하고 있다는 게 명백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수사로 C씨와 숨겨진 공범인 B회사 대표 모두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파헤쳤고, 결국 비리 혐의 실체 100%를 드러나게 한 셈이었다.

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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