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 필살기 '여서정'으로 금메달 걸어드릴게요"
金 놓쳤던 아버지 표정 기억
내 이름딴 고난도 기술 성공해
못 이룬 꿈 대신 이뤄드리겠다
여홍철 "출전만으로도 대견
1위하면 눈물 쏟아질 것 같아"
◆ 2024 파리올림픽 ◆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성적에 관계없이 주목받는 몇몇 선수들이 있다. 대를 이어 올림픽에 출전하는 부자(父子)·부녀(父女)·모자(母子)·모녀(母女) 선수들이다.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에서는 '한국 기계체조의 간판' 여서정과 아버지 여홍철 1996 애틀랜타 대회 은메달리스트에게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0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첫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여서정은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 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여서정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마냥 설레고 신났던 도쿄 대회 때와는 다르게 긴장감, 기대감 등 여러 감정이 공존한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한 만큼 자신감은 상당하다"면서 "이제부터는 내 능력을 100%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남다른 정신력으로 파리에서 최고 연기를 펼쳐보겠다"고 강조했다.
여서정에게 아버지 여홍철은 어떤 의미일까. 잠시 고민한 여서정은 "최고의 아버지이자 최고의 체조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제 유일한 롤모델이다. 여서정이 여홍철의 뒤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며 "아버지처럼 한국 체조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데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체조 선수 여서정보다 여홍철의 딸로 주목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낸 원동력은 강인한 정신력에 있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체조 선수였던 아버지로 인해 한때 부담감이 컸던 건 사실이다. 아버지 명성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더 열심히 했다"면서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준 분이 아버지인 만큼 이번에는 내가 좋은 성적을 내 보답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여서정이 이번 올림픽이 끝난 뒤 가장 하고 싶은 건 아버지에게 금메달을 선물하는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도 애틀랜타 대회 때 아버지가 금메달을 놓치고 아쉬워하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내가 이뤄드리겠다고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 적기도 했다"며 "아버지는 내가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뻐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리면 더욱 좋아하실 것 같다.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도전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서정의 아버지 여홍철은 두 번째 올림픽을 앞둔 딸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여서정이다. 최근에는 경기를 즐기는 장면을 보고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며 "아버지이자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건 단 한 가지다.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처럼 체조를 사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서정이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여홍철은 도쿄 대회에서 중계할 때처럼 목이 메었다. 그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내가 메달을 땄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며 "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경기에 출전한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쁨이자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서정은 아버지가 그랬듯 자신의 이름을 딴 필살기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여서정'이라는 난도 5.8의 주력 기술은 국제체조연맹(FIG)에 등재된 여자 도마 기술 중 두 번째로 난도가 높다. 여서정은 "양손으로 도마를 짚어 도약한 뒤 앞으로 돌며 몸을 두 바퀴 비트는 기술이 '여서정'이다.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수백 번 넘게 연습했다. 파리에서는 필살기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여서정은 2019년부터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KB금융그룹에 감사함도 전했다. 기초 종목 후원에 진심인 KB금융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2019년부터 대한체조협회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여서정은 "KB금융그룹과 함께한 지 벌써 6년이나 됐다. 기초 종목과 체조 발전에 많은 투자를 해주는 KB금융그룹에 정말 감사하다.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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