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금지에 육아지원 강화한 日기업…주형환 "벤치마킹 사례"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4. 7. 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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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위 부위원장, 18~19일 일본 방문…출산율 배로 뛴 이토추상사 찾아
아동금고 신설 등 총리 힘 실은 아동가정청 가토 야유코 담당대신 내방
日전문가, '개호보험=가장 잘한 초고령대응'…주형환 "실기하지 않게 준비"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일본 아동가정청을 방문해 가토 아유코 어린이·저출산 담당대신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저고위 제공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인구위기 해법 모색차 일본을 찾은 가운데 일본 측 전문가가 지출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현금성 지원보다는 '일·가정 양립' 기반을 위한 제도 정비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야근 금지와 육아지원 강화로 사내 출산율을 배로 끌어올린'이토추상사' 등을 벤치마킹할 만한 우수사례로 들며, 향후 저출생 관련 양국의 공동대응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저고위에 따르면, 주 부위원장은 초저출생과 동시에 급격한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과 정책경험을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8~19일 직접 일본을 방문했다.

주 부위원장은 양일간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연구하는 기관들을 연이어 찾았다. 지난해 4월 총리직속기관으로 세워진 아동가정청에서는, 해당 기관을 이끌고 있는 가토 아유코 어린이·저출산 담당대신을 만났다.

앞서 저출산 대응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달 특별회계('아동금고') 신설을 포함한 아동미래전략안(案)의 가속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주 부위원장은 내방 당시 조속한 시일 내 가토 대신을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고 밝히며, 정부와 학계, 기업 간 공동세미나 개최 등 '대화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중국·대만·싱가폴 등 아시아 국가들로 대화채널을 확대해 정책경험을 공유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가토 대신은 "한일(韓日) 양국은 저출산이란 큰 과제에 대응하면서 같은 입장에 있다는 생각"이라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주 부위원장은 이보다 앞선 18일엔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 하야시 레이코 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일본의 인구구조 전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정책추진 여건·상황이 유사한 양국 연구기관의 공동연구 확대 등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위 있는 일본 전문가들이 말하는 한국과 일본의 저출생 원인, 정책성과와 한계 등도 경청했다.

주 부위원장은 먼저 후생노동성 및 내각부 관료출신인 나카무라 슈이치 의료복지정책연구포럼 이사장을 만났다. 20년 전 일본이 초고령사회 진입할 당시 사회보장국민회의 위원으로 고령사회대책을 마련한 당사자로부터 일본의 고령사회 정책 추진경험을 공유받기 위해서다.

나카무라 이사장은 지난 2000년 도입된 개호보험을 가장 성공적인 초고령사회 대응정책으로 평가했다. 종전 제도가 시설중심의 분절적 서비스였다면, 개호보험을 통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Aging in Place)를 위한 재가 및 지역사회 포괄케어 확충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요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해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확충을 함께 추진한 결과, 보험 도입·운영 과정에서 보험료 부담에 대한 수용도가 높았다고 부연했다. 또한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른 한국의 경우, 건강한 노후를 위한 건강증진 및 예방노력 강화, 후기고령자 환자 증가에 대응하는 의료시스템으로의 개편이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그런가 하면 야마구치 신타로 도쿄대 교수는 주 부위원장에게 저출생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좋은 일자리 창출 △안정적 주거환경 조성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등이 근본적 대책이란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현금성 지원은 재정지출에 비해 효과가 높지 않은 점에 우려를 표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증가가 실제 남성 육아참여시간 증가·출산율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실이 연구로 확인된 만큼 일·가정 양립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이 19일 일본 도쿄도 소재 이토추상사 직장어린이집을 찾은 모습. 코바야시 후미히코 이토추상사 대표이사(CAO) 등이 주 부위원장과 환담을 나눴다. 저고위 제공


주 부위원장은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이토추상사의 사내식당과 직장어린이집도 방문했다.

일본의 대표적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상사는 앞서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2010년 사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더불어 원칙적으로 야근을 금지하고, 오전 5시부터 8시까지 근무 시 오후 3시 퇴근 및 관련수당을 지급(야근수당과 동일한 1.5배)하는 '아침형 근무'를 도입한 바 있다.

그 결과, 총 회사운영비는 약 6% 절감하면서도 생산성은 5.2배 높였고, 2012년 당시 일본 전국 평균(합계출산율 1.41명)보다 낮았던 출산율이 2021년 기준 1.97명까지 오르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 부위원장은 "일·가정 양립제도의 운영이 우수한 인력 확보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의 비용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토추상사 사례는 향후 인력부족 시대를 맞이할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향후 양국기업의 우수사례가 공유되고 서로 벤치마킹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 초고령화 대응과 관련해선, 초저출산과 같이 실기하지 않도록 연말까지 △소득·일자리 △요양·의료·돌봄 △고령자 사회참여 △주거·교통 등 인프라 △로봇·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에이지 테크'(Age-tech) 등의 기술·산업을 포함한 5대 분야 핵심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대책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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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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