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잘못 꿰어 붙인 물적분할과 상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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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거의 공감대를 보이는 '주주충실의무' 상법 개정안의 출발은 '물적분할'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정치권은 근거 없는 손해나 차별에 기초해서 주식회사제도를 부정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1월 공청회를 열고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고 '회사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성장률 높이는 일이 시급한데 기업 확장을 억제하는 상법 개정을 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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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충실의무 상법개정 추진
LG화학·엔솔 주가 차이 없어
소수주주 손해, 차별 없다
근거없는 규제 강화 중단해야
여야가 거의 공감대를 보이는 '주주충실의무' 상법 개정안의 출발은 '물적분할'이었다. 주식시장 움직임을 조금만 봐도 잘못 꿰어 붙인 일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당국은 눈감고 질주하려는 것 같다.
2020년 LG화학이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하자 소수주주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배터리 부문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 주식을 샀는데, '알짜'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빼내 손해 봤다는 것이었다. LG엔솔이 상장되면 '따상' '따상상'할 텐데, 그 '대박' 기회에 올라타지 못한다는 불만도 불타올랐다. 대주주들은 뭔가 다른 방법으로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자신들은 차별받았다는 '대주주 책임론'까지 가세했다.
그러나 주가는 '손해'나 '차별'을 전혀 얘기할 수 없게 움직였다. 공모가 30만원이었던 LG엔솔은 2022년 1월 상장 첫날 59만원대까지 올랐지만 배터리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2023년 이후 내리막을 탔다. 지난 7월 18일에는 33만8000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3년 동안 11% 수익밖에 올리지 못했다. 한편 LG엔솔 분할 발표 때 30만원대였던 LG화학 주가는 2021년 초 100만원을 돌파한 뒤 7월 18일 33만5000원대로 내려갔다. LG엔솔과 거의 차이가 없다. SK온의 상황은 더 나쁘다. 2023년에 5818억원 적자를 봤고 SK그룹의 골칫덩이가 됐다.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할 때 한겨레신문은 '대주주 위한 사랑의 배터리'라며 '소액주주권 침해 막을 대책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소수주주들은 SK온에 참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정치권은 근거 없는 손해나 차별에 기초해서 주식회사제도를 부정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1월 공청회를 열고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고 '회사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2023년에 비슷한 안을 내놓았고,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모회사·자회사 동시 상장 금지' 등을 담은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역시 '물적분할된 자회사 상장 금지' 등이 포함된 공약을 내놓았다. 정권이 바뀌고 올 들어 밸류업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상법 개정에 속도가 붙었다. 이에 대해 산업계의 비판이 높아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배임죄 폐지 및 완화라는 '보완책'을 붙여 상법 개정을 하자는 원칙 없는 중재안까지 내놓았다.
필자가 보기에 상법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잘못됐다. 첫째, 앞서 살펴봤듯 물적분할이 소수주주들에게 차별이나 손해를 불러오지 않았다. 원인이 없는 규제다. 둘째, '주가 움직임은 신(神)도 모른다'는 시장 격언이 있건만, 소수주주들은 배터리 업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신앙을 갖고 있었다. 정치인, 당국도 부화뇌동했다. 법률에는 원칙이 중요하다. 그 원칙은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적용돼야 한다. 오른다는 믿음하에서만 작동하는 것이면 무원칙 법률 개정이다.
셋째, 물적분할을 통한 계열사 설립은 그동안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확장하던 방식이었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만 배터리 사업 분할 때 갑자기 문제인 것인지 아무 설명이 없다.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면 물적분할은 사업 확장을 쉽게 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부를 늘리는 방법이다. 성장률 높이는 일이 시급한데 기업 확장을 억제하는 상법 개정을 왜 하는가. 현실과 원칙에서 아무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면 당장 중단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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