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왜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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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과의사다.
건립 중 나의 가장 큰 관심은 버스정류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부결이 나왔을 때 많이 실망도 했다.
그래서 또 작업을. 지금도 가보면 서울대 정문에서 관악서울대학교치과병원까지 기존 전봇대 옆에 새 전봇대가 나란히 쭉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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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과의사다. 여러 가지 직함도 있다. 2005년부터 서울대 교수이고 지금은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원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가장 고생해서 기억에 남는 일은 2015년에 건널목을 만든 것이다.
2013년에 관악서울대학교치과병원 건립 책임을 맡았는데 이 병원은 서울대 캠퍼스 내에 있지만 서울대 정문에서 서울대입구역으로 가는 고갯길의 중간에 바로 위치해 있다. 건립 중 나의 가장 큰 관심은 버스정류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 정류장은 병원과 많이 떨어져 있고 언덕이 심해서 환자들 특히 노약자가 오기에는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쉽게 생각하고 추진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버스정류장을 만들려면 건널목이 있어야 하고, 건널목이 있으려면 신호등이 있어야 했다. 세트였다. 건널목을 만들려면 경찰청의 해당 위원회를 통과해야 했는데 고갯길 내리막 중간에 건널목을 세우는 것은 어려웠다. 부결이 나왔을 때 많이 실망도 했다. 재심을 청구하고 많은 자료를 만들고 설득 작업을 했다. "여기에 치과병원을 만드는 것은 에쿠스를 타고 오는 사람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반 서민에게 치과 의료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다. 많은 의료 약자가 있는데 이들은 교통 약자와 연결돼 있다. 대중교통 편의가 없다면 우리는 지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관련된 여러 분야의 분들이 이해를 하고 고개 위에 사전신호등을 설치하는 등의 보완을 거쳐 결국 통과되었다. 또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그쪽에 만들고 있었는데 출입구가 병원과 가까워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도시기반공사위원회를 가게 되었다. 같은 작업을 거쳐 통과된 후에는 편하게 건널목, 신호등, 버스정류장 설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신호등은 모 기업의 시스템을 사용해 신호를 조정해야 하는데 서울대 정문에서 여기까지는 연결이 안 되어 있다고 했다. 기존 전봇대에 설치하는 것은 허용 무게가 초과되어 안 된다고. 그래서 또 작업을…. 지금도 가보면 서울대 정문에서 관악서울대학교치과병원까지 기존 전봇대 옆에 새 전봇대가 나란히 쭉 서 있다. 이제 그다음은 건널목 공사인데 이번에는 경사경계석 재고가 부족해 늦어진다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병원 개원에 맞춰 모든 것을 마칠 수 있었다. 치과의사로서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엉켜서 연결된 줄 알았다면 시작을 했을까 모르겠다. 해보니 규제는 많지만 무언가 도와주려고 하는 열심히 일하는 교직원, 공무원들이 많았다. 내 두서없는 얘기를 서류로 잘 만들어 올려주고 보완 방향도 마련해주고, 초기에는 모범운전사를 배치해 사고 예방을 해주었다.
우리가 아플 때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가는 만큼 의료 서비스 접근성 제고는 가장 중요한 건강 권리다. 이를 위해 비용도 중요하고 병원에 가는 교통을 쉽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원할 때 병원에 갈 방편을 어렵게 찾는 분들이 생각보다 주위에 많다. 의료 서비스 접근 편의를 위해 끊임없이 방안을 생각하고 마련해야 한다. 며칠 전 서울대 교수 몇 분과 저녁을 했는데, 지금은 학생들도 그 건널목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그때를 회고하며 지금까지 공공의료를 위해 애쓰는 관악서울대학교치과병원 교직원과 도와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김성균 서울대 교수·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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