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김현아, '국민 코러스'의 비결은?
‘국민 코러스’란 명칭은 주영훈이 지어줌
어릴 때 성대모사 잘한 게 코러스 세션 도움
한창 바쁠 땐 하루 7명의 가수까지 세션
발라드, 댄스, 트로트, 재즈까지 모든 장르 세션
서종예‧호원대‧동덕여대‧서경대, 現 홍익대 교수
“이승철, CD 틀어놓은 것처럼 완벽 가창”
“영탁, 멜로디 감 탁월한 ‘재능충’”
“장민호, 中 ‘여명’ 연상케 하는 인성과 음악성”
“코러스, 노래하는 게 아닌 목소리로 내는 악기”
“코러스 보컬 덕목은 음정‧박자‧다양한 톤‧인성”
“노라 존스 같은 무공해 힐링 솔로앨범 내고파”
‘국민 코러스 김현아의 국민가요’란 타이틀로
연내 라디오 메인 진행자(DJ) 꿈 이루고파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대화하는 내내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쳤다. 노련한 방송 진행자처럼 딕션은 매끄럽고 깔끔 정확했다. 목소리로 다양한 표정을 연기하는 역량도 성우를 능가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메인 진행자로서도 타고난 재능을 지녔지만, 본업은 코러스 보컬이다. MBC '주영훈의 두시의 데이트', TBS '9595쇼'에 이어 현재 KBS 라디오 '강원래의 노래선물' 중 매주 토요일 '김현아의 코러스라인'이란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아(54)는 국내 음반 세션 전문 코러스 1호다. 서울스튜디오 B에서 작업한 공일오비(015B)의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조성모 '다짐', 백지영 '사랑 안 해', 장윤정 '어머나', 송대관 '네박자', 보아 '넘버1',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나훈아 '테스형', 이찬원 '시절인연' 등 셀 수 없이 많은 히트곡에 참여했다. 이승철, S.E.S, 핑클, 코요태, 씨스타, 카라, 오마이걸, 장민호, 심지어 웅산, 말로 등 재즈 코러스까지 그간 노래하지 않은 장르가 없다. 지금까지 3만5000여 곡 넘게 세션 할 만큼 유명 히트곡에선 언제나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세일러문', '아따아따', '플란다스의 개' 등 많은 애니메이션 주제곡은 물론 '미에로화이바', '물먹는 하마', '농심 도토리 비빔면' 등 CM송도 200편 이상 불렀다.
발라드, 댄스, 트로트, 재즈, 만화영화 주제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애청하는, 그래서 언제부턴가 김현아 하면 '국민 코러스' 호칭이 따라다닌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국민 코러스' 김현아를 만났다.
'국민 코러스'란 별명을 붙여준 게 동갑내기 절친인 작곡가 주영훈이다. 주영훈이 '두시의 데이트' DJ를 맡으며 김현아에게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 의뢰했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방송을 너무 잘하는 것에 놀란 주영훈은 고정 게스트로 김연아를 출연시키기에 이른다. 고정 패널을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하던 주영훈은 김현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민 MC, 국민 남동생, 국민 여동생 등 '국민'이란 호칭이 다 들어가 있다. 너(김현아)는 전 국민이 다 들어본 히트송의 주인공이라 앞으로 '국민 코러스'로 소개하겠다"고 했다. 당대의 히트곡 작곡가 주영훈의 작명 솜씨와 센스가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김현아의 꿈은 라디오 DJ를 하는 것이다. 학생 때 이종환, 이문세 등의 프로그램을 들으며 라디오를 끼고 살 때부터 그녀에게 DJ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가수 영탁은 "누나가 DJ하면 1호 게스트는 나"라고 문자를 보냈고, 김현아는 "너 나중에 절대 딴소리하면 안 돼"라고 답문했다.
김현아는 정규앨범 발매가 가요계에 흔하던 시절엔 한 달 평균 100곡 이상 세션할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제작 환경이 180도 바뀐 지금도 월평균 20~30곡 코러스 세션을 할 만큼 여전히 왕성한 현역이다.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일부 가수는 김현아와 작업하는 걸 고집한다. 신지(코요태)가 대표적이다.
발라드가 유행일 땐 발라드, 트로트 땐 트로트 등 35년간 주류 음악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스튜디오와 집을 오갔다. 일본 진출 예정인 4인조 모 걸그룹 녹음을 며칠 전 마쳤고 이어 모 트로트 가수 녹음에 들어간다. 최근 트로트가 대세 장르가 돼 작업량도 트로트가 많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성대모사를 잘했다. 이렇게 하는 와중에 해당 가수별 특징을 잘 파악해 흉내내게 됐고 이게 세션에도 도움이 된 것이다.
한창 바쁠 땐 하루에 7개의 스튜디오를 옮겨 다니며 7명의 가수를 세션했다. 여기에서 7곳이란 대형 스튜디오의 이 방 저 방 왔다갔다하며 녹음 작업을 한 걸 말한다. 한 녹음 부스에서 2시간, 그리고 다른 녹음실로 가 2시간 등의 방식으로 무려 7곳이나 오가며 작업했던 것.
'실연권' 즉 가수나 세션 연주자 등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본격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김현아가 당대의 많은 히트곡을 부르던 때만 해도 실연권이 적용되지 않던 시기였다. 조성모 '다짐'을 비롯해 송대관 '네박자' 등등 많은 빅히트곡도 이때 나온 것이라 그녀로선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실연권이 체계화되며 그에 따라 카운트되고 있는 지금 김현아에게 음원 효자는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이다. 최근에 트로트가 대세라 그녀에게도 트로트 가수들이 음원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
그간 했던 코러스 세션 중 기억에 남는 가수를 몇 명 꼽아달라고 했다. 그러자 나훈아와 이승철을 먼저 언급했다.
"나훈아 님의 '홍시' 앨범이 나오던 무렵이었어요. 녹음하러 스튜디오에 갔는데, 아무것도 없길래 좀 당황했죠. 통상적으로 녹음실에 가면 이미 노래가 돼 있는 상태여야 하고 거기에 맞춰 살(코러스)을 붙이는 것인데, 노래가 없었던 거죠. 잠시 후 나훈아 님이 오시더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녹음실로 들어가 노래를 한 번에 부르고 나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손을 댈 게 없을 만큼 좋았습니다. 자신이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기 때문에 그 곡이 요구하는 걸 완벽하게 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거기에 코러스를 입하는 정도였고 이런 식으로 금세 작업이 끝났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나훈아 님 특유의 추임새(몸짓)도 녹음실에서 똑같이 나와서 지금에 기억에 남습니다."
김현아의 어머니는 나훈아의 모든 공연은 빼놓지 않고 보러 다닐 정도로 열혈 팬이다. 김현아는 어머니에게 선물하고자 녹음실에서 나훈아에게 싸인을 부탁했고 나훈아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내는, 지가 싸인해달라는 사람은 읍고 다 음마, 이모가 받아달란다 카드라" 라고 말하며 싸인해 줬다.
김현아는 1995년부터 10여 년 넘게 이승철밴드에서 활동하며 음반‧공연 세션에 참여했다.
"공연 때 '마지막 콘서트'는 피아노와 보컬만으로 무대를 꾸밉니다. 그래서 세션진은 이 곡을 노래하는 동안 무대 옆으로 잠시 빠지죠. 그런데 이승철 님이 이 곡을 노래하는 걸 보며 눈물이 났어요. 마치 CD를 틀어놓은 것처럼 완벽했기 때문이죠. 이승철 팬인 제 동생도 공연을 본 후 '누나, 솔직히 말해봐. 이 노래는 립싱크지'라고 물을 정도였어요."
김현아가 트로트를 하게 된 건 송대관의 곡을 부르면서다. 당시 송대관은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소속 가수 '이화수'가 김현아 친구였다. 이를 계기로 소속사에서 송대관 앨범 세션을 의뢰해달라고 했고 이렇게 해서 녹음한 게 송대관 '고향이 남쪽이랬지'다.
'고향이 남쪽이랬지'는 비록 크게 히트하진 못했지만, 이 곡으로 인해 송대관은 김현아의 코러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후 '네박자'를 녹음할 때 다시 김현아를 불렀고 이 곡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음악관계자들이 "코러스를 한 이 친구 나도 좀 소개해달라"며 김현아의 존재가 부각됐다.
그러나 김현아가 본격적으로 트로트 세션을 하기 시작한 건 장윤정 '어머나' 때부터다. 작곡가 윤명선의 섭외로 곡을 부르게 됐는데 이 곡을 필두로 트로트 코러스 세션에서 러브콜 1순위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어 홍진영 '사랑의 배터리', 박상철 '무조건', 영탁 '찐이야'까지 부르는 곡마다 잘됐다.
장민호와의 친분도 남다르다. 장민호가 '유비스'에서 활동할 때부터 코러스 세션을 했고, 이후 솔로로 활동하는 지금까지 장민호의 많은 곡에 코러스로 참여했다. 그만큼 친분도 두텁다. 김현아는 이미 '유비스' 때부터 장민호의 남다른 착한 인성을 간파했다.
"처음부터 민호(장민호)는 음주가무 등 놀이문화에 휘둘리지 않고 굉장히 모범생 같은 이미지였어요. 무엇보다 너무 착해서 놀랐어요.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민호에 대해 하는 얘기가 있어요. 음악도 잘하지만 '저렇게 착한 가수 없다'고."
김현아는 장윤정, 홍진영 곡도 거의 다 참여했을 정도다. 장윤정 '어머나'를 작업하며 지금까지 친자매 같은 우애를 지속하고 있다.
"영탁은 멜로디 감각을 타고났어요. 멜로디 감이 기발한 '재능충'이랄까요. 또한 영탁은 트로트 외의 장르도 잘해요. 아마 가수로서 오랫동안 '롱런'하리라 봅니다."
"윤정(장윤정)이는 우스갯소리로 저에게 '이 언니는 다 좋은데 술을 못 마신다'며 안타까워했을 정도죠."
사실이다. 김현아는 체질상 술을 한 잔도 못 마신다. 알코올 분해요소가 0으로, 집안 내력이다. 대학 시절 선배들이 강제로 술을 권해 결국 마셨지만, 술이 들어가자마자 응급실에 실려 간 이후부터 더 이상 선배들도 술을 권하지 않았다. 술을 못하지만, 회식에선 '칠성파'다. 사이다만 마시더라도 만취한 사람 이상으로 기분 좋게 잘 어울리는 타입. 술자리에 있던 후배들이 우스갯소리로 "누나, 오늘 너무 과음하는 거 아냐" 라고 할 정도로.
만화영화 주제곡 가창자로서도 김현아의 존재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스케치' 시절 함께 활동했던 이창희 감독이 '투니버스' 채널과 관계하며 김현아에게 가창을 의뢰했는데 '아따아따', '플란다스의 개' 등 여러 애니메이션 주제곡이 모두 이때 부른 노래다.
'작은별' 출신 강인구 감독 의뢰로 노래한 게 '세일러문'이다. 강인구 감독은 김현아에게 "소녀가 약간 트로트 같은 느낌으로 부르듯" 해달라고 요청했다. '세일러문'은 녹음실 사정상 아침에 녹음했다. 대부분 오후 3~4시 이후에 작업하는 세션 방식과는 다른 일정이라 세션 하는데 특히 힘들었다.
"당시 '세일러문' 의뢰 측은 회사원들이라 업무 시간 내에서 스케줄을 진행하려고 했기 때문에 스케줄을 오전으로 잡은 것이죠."
김현아는 아침에 녹음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며 매우 불만스러워했다. 하지만 곡이 나온 후 반응은 대단했다. 며칠후 집에서 나오는 엘리베이터를 탄 순간 김현아는 깜짝 놀랐다. 엘리베이터에 탄 꼬마들이 '세일러문'을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감동의 전율이 일었다. 공일오비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후에 다시 한번 느껴보는 짜릿함이기도 했다.
"예전엔 버스정류장 앞에 레코드샵이 있을 만큼 거리 어디에서도 노래를 들을 수가 있었어요. 코러스 세션 데뷔작인 공일오비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그 당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레코드샵의 스피커에서 흘러 나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계속 그 노래를 들었을 정도죠.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한참 시간이 흘러 어린애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세일러문'을 부르는 장면도 바로 그때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감동은 이루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요도 잘하는데 애니메이션 주제곡도 잘한다? 접근(발성)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인데도 말이다.
"만화영화 주제가를 부를 땐 노래하는 성우가 된다는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따아따' 같은 노래는 유치원생 및 아주 어린 아이를 위한 것이니만큼 목소리도 어리고 귀엽게 해 불러야 해요. 따라서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를 땐 그 어느 때보다도 목소리 연기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르는 게 지금도 가능할까?
"물론입니다. 인체 중에서 목소리가 제일 늦게 노화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일 존경하는 성우 중에 송도순 님이 있는데, 지금도 그 목소리 컨디션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시죠."
가장 오래 걸린 작업
"신승훈 'Dream Of My Life' 입니다. 9시간 넘게 녹음했어요. 이 곡은 마치 '라이언킹'처럼 후반으로 갈수록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을 연상케 하는 진행입니다. 작업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멋진 곡으로 나와서 뿌듯했죠."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 데엔 이유가 있다. 그녀는 신승훈에게 "이 곡은 키(key)가 두 번 올라가는데, 앞은 그대로 두고 뒤로 갈수록 점점 음의 레인지를 넓히며 작업해보자"고 제의했고 신승훈도 OK했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교류하며 트랙을 발전적으로 바꿔갔기 때문이다.
반면 가장 빨리 끝난 작업은 이상민 곡이다.
"이상민이 프로듀싱한 앨범을 세션할 때인데, 배우 홍경인이 피처링을 했어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제목은 기억나질 않네요. 이 곡을 녹음할 때 전주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입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받았어요. 그래서 물방울 소리를 냈고 이것으로 단번에 끝났어요."
색다른 내용을 의뢰받아 단숨에 끝낸 세션도 있다. 박진영의 '음음음'이다.
박진영 '음음음'은 당시 JYP 프로듀서였던 방시혁이 곡 작업을 진행했다. 방시혁은 "이건 노래가 아니고 '음음음'인데. 섹시한 여성이 신음소리 내듯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김현아는 매우 야하게 '음음음'을 소리 냈는데 이 한 번으로 방시혁은 OK했다. "지인이나 가수 동료에게도 같은 주문을 했지만 원하는 소리의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김현아는 한 번에 해냈다"고 극찬을 들었다.
코러스의 역할, 의미
"코러스는 노래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로 내는 악기입니다. 기타를 예로 든다면 여러 이펙트를 조절하며 디스토션, 와우 등 다양한 소리를 연출합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따라서 우리 같은 사람이 그런 목소리에 상큼함 귀여움 또는 파워풀 등 다양한 형태의 이펙트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따라서 코러스는 소리 이펙트의 개념이란 의미도 강합니다. 그 곡에서 꼭 필요한 악기 같은."
코러스 보컬의 소양, 덕목
"노래를 잘한다고 해서 코러스도 잘하는 게 아니고 코러스를 잘한다고 해서 노래도 잘한다는 것도 아니죠. 어떻게 보면 두 분야는 약간 달라요. 코러스도 목소리로 하는 것이다 보니 '노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수에게 맞춰주는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솔리스트가 아니라는 겁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건 음정과 박자, 두 번째는 너무 두드러지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허스키 보이스는 코러스 세션하기 힘들어요. 이런 보이스는 튀다 보니 오히려 가수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특정 곡, 음악에 맞게 톤을 여러 개 구사할 수 있는 역량, 즉 다양한 톤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대모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흉내 내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인성이에요. 학생들에게 '난 놈이 되지 말고 된 놈이 돼라'고 말합니다. 일단 겸손해야 하죠. 모든 분야에서도 그렇듯 (특히 음악에서) 인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음악은 하모니(조화)이기 때문이죠."
김현아는 '테이크 식스(Take 6)'를 들으며 코러스 세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테이크 식스를 처음 듣는 순간 탁월한 화음 구사가 그녀의 귀를 번쩍이게 한 것.
예나 지금이나 음악을 편식한 적이 없다. 모든 장르 고루 좋아하고 학생 때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스타즈 온(Stars On) 45'를 들었다. '스타즈 온 45'는 클래식에선 'Hooked On Classic'만큼 1980년대 메들리 유행을 몰고 온 바 있다.
"개인적인 음악 취향은 멜로디의 기승전결이 있는 곡에 끌리게 됩니다. 최근엔 아리아나 그란데, 아델 등을 자주 듣고 있어요."
"집에선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아요. 직업상 헤드폰을 너무 오래 끼고 있어서 귀를 쉬게 해준다는 차원이죠. 한때 귀에 '전정신경염'으로 고생한 적도 있어요. 세션 일을 하는 사람에겐 이러한 직업병이 있습니다. 그때 의사가 '귀가 열려 있을 때보다 닫고 있을 때 세균 증식이 2000배가 넘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국내 유명 세션 연주자들은 이처럼 귀 때문에 고통받은 적이 한두 번 있을 정도예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귀를 쉬게 하자는 의미로 음악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겁니다."
홍콩의 유명 배우 여명(리밍)과도 작업했다. 여명이 한국에 와서 드라마 OST를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했다. 이 인연으로 홍콩 '소니뮤직'으로부터 여명 앨범을 준비 중인데 참여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여명 외에 소속사 다른 가수들 세션도 많이 했다. 일이 많아 어떨 땐 당일치기로 홍콩에서 작업하고 바로 귀국해 국내 스튜디오에서 또 다른 작업을 할 때도 있었다.
"여명은 배우로만 알고 있지만 노래도 잘합니다. 훌륭한 인격자죠."
김현아는 2004년 서종예(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를 시작으로 호원대, 동덕여대, 서경대, 그리고 현재 홍익대에 이르기까지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서종예' 시절엔 학생들을 데리고 녹음실로 가서 자비로 실기 수업을 진행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지금은 이런 교육방식이 흔해졌지만 2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2008년까지 서종예에서 강의했고 이어 호원대가 지방으로 이전하기 전 성내동 시절까지 학생들을 지도했다.
2022년까지 서경대 실용음악과도 출강했고, 홍익대에 실용음악과가 개설될 때부터 현재까지 홍익대 겸임교수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학생 때 만나 스타가 된 제자들도 있다. HYNN(흰/박혜원)이 대표적이다. 동덕여대에서 강의할 때부터 김현아는 신입생 박혜원을 눈여겨 봤다.
"박혜원은 이미 학생 때부터 노래를 너무 잘했습니다. 일단 고음이 갈 길이 없을 만큼 무한대로 뻗어나갔어요. 고음을 너무너무 잘 내는데, 그것도 아주 편하게 구사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으니까요."
박혜원이 '슈퍼스타K' 이후 CJ와 계약 기간이 6개월 남아 있던 때, 김현아는 "기간이 끝나면 꼭 나한테 말해라. 회사 소개해 줄 테니"라고 했고 실제로 그녀는 박혜원을 현 소속사에 소개해 줬다.
서종예 시절 나상도와 봉구(길구봉구)도 기억에 남는다. 나상도는 처음엔 R&B 발라드를 하고 싶어 했다. 어느 날 나상도가 장난삼아 트로트를 부르는 걸 봤는데 너무 잘해서 "너는 트로트를 해야 한다"고 적극 권유한 게 김현아다. 현 나상도 소속사에 추천해 준 사람도 김현아다. 뿐만 아니라 나상도 '벌떡 일어나'도 작사와 작곡을 했다. 제자 나상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단 걸 알 수 있는 예다. 길구봉구의 '봉구'도 회사(소속사)에 소개해줬다. 호원대 강의 시절 유성은도 기억에 남는다고.
싸이더스 시절에 만난 김용진은 김현아의 개인 레슨 첫 제자다. 현재 이수호를 레슨하고 있다. 이수호는 2022년 '불타는 트롯맨' 준결승까지 올랐던 성악 전공 가수다.
"홍익대 실용음악과는 학생들의 분위기가 자유롭고 장르에서도 매우 폭이 넓습니다. 보컬의 경우 8명을 뽑는데 3000명이 지원할 만큼 경쟁률이 치열한데, 그만큼 국내 실용음악과에서 인기가 높다는 것이죠. 이 많은 인원 중에 뽑힌 정예 학생들이라 각자 실력도 대단합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 즐겁고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학생들을 보면 내 옛날 생각도 나고 젊음의 활력을 받아요. 트렌드 파악에도 도움이 되죠.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걸 찾는 자극제가 되기도 해요."
MBN '헬로트로트', MBC '편애중계' 및 '경향 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다.
1학년 때 대학동아리에서 만난 선배와 연애 결혼했지만 2005년 이혼 후 현재까지 싱글의 삶을 즐기(?)고 있다. 취미는 '맛집 다니기'. 최근엔 가수 이수호와 함께 맛있는 데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한식, 특히 해산물을 즐긴다.
패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시티 오브 조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인생영화다. 드라마는 사극을 가장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사극으로 역사를 배울 만큼 좋아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허준', '상도', '대장금', '동이', '이산' 등 이병훈 감독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10시 기상-물 마시기-휴대폰 체크-보진 않더라도 일단 TV 켜기-아침은 거르고 2~3경 '아점'으로 첫 끼-집으로 와 새벽 2시에 저녁 식사-그리고 새벽 5시 취침. 김현아의 하루다. 일반인이 보기엔 정상적이지 않은 라이프사이클이지만 그녀는 수십 년 넘게 이러한 사이클을 규칙적으로 지켜 왔다. 이처럼 저녁형 인간이 '세일러문' 세션을 위해 이른 아침 스튜디오로 갔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멋지게 불렀으니 타고난 DNA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술을 못 마시는 것도 집안 내력이지만 발목이 약한 것도 유전이다. 근력 강화를 위해 운동을 결심하지만 2~3번을 넘긴 적이 없다.
"러닝머신을 몇 번 선물로 받은 적이 있지만 두어 차례 뛰어보곤 빨래 건조대로 사용했어요. 실내 자전거타기도 선물 받았지만, 이 또한 빨래 건조대로 용도가 바뀌었고. 얼마 전 계단 올라가기 운동기구가 있길래 살까 말까 고민했더니 주변에서 '어차피 또 빨래 건조기로 쓸 테니 사지 말라'고 말리더군요(웃음). 몸을 움직이는 걸 워낙 싫어하는 타입이라 그런가 봐요."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서포트하는 세션인 만큼 이제 솔로앨범에 대한 꿈도 있을 것이다.
"물론 솔로음반을 내겠다는 생각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하고 있어요. 세션만 많이 해서 여전히 망설여지게 돼요. 특정 파트만 부르고 완창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 누나가 앨범을 내면 정말 노래 잘한 작품이 나올 거야'라고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 것도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이런 몇몇 이유로 계속 망설이게 됩니다. 만일 음반을 낸다면 노라 존스 같은 편안하고 힐링이 되는 노래를 선보이고 싶어요. 무공해 청정지역 같은."
"제 계획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내년에도 '오늘이 마지막이다'란 생각으로 살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죠. 세션 의뢰가 끊어질 때까지 계속 일을 할 겁니다. 그리고 대학 시절부터 '나눔'의 삶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나눔‧봉사의 삶을 계속하고 싶어요."
"올해엔 라디오 메인 진행자의 꿈을 꼭 이뤄보고 싶습니다. 이미 방송 프로그램 제목도 정해 놓았어요. '국민 코러스 김현아의 국민가요'라는(웃음)."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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