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는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시행 도입됐지만 여전히 뜨거운 찬반 논란
지난 19일부터 보호출산제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산모가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을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영아 유기·살해 등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론과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고 오히려 아동 유기를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이 맞선다.
보호출산제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 법안이 신생아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아동 유기를 합법화하는 제도라면서 즉각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고아권익연대 등 보호출산제 폐지연대는 “보호출산제는 ‘보호’라는 단어로 위장한 익명출산이며, 아동유기와 고아양산을 발생시킬 재앙과도 같은 법”이라며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 및 부모를 알 권리에 대해 보장하지 않고, 아동뿐 아니라 산모도 보호하지 못 하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권을 향해 보호출산제를 폐지하고 그 대신 보편적 임신·출산·양육지원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조민호 아동권리연대 대표는 21일 통화에서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모르고 살고, 부모로부터 분리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모든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될 권리를 가진다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아동권리 단체들은 특히 보호출산제가 장애아동과 미숙아 등에 대한 양육 책임을 저버리는 데에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장애아동의 양육을 포기하는 상황을 더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장애아동 양육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도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보호출산제는 미혼모와 아이를 보호해준다는 명목하에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엄마와 아이를 합법적으로 그것도 익명으로 분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로부터 출생등록 될 권리는 물론, 뿌리에 대해 알 권리,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서 자랄 권리마저 빼앗긴 채 삶을 시작하며 수많은 혼란과 고통 속에서 자라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임신중지를 선택하거나 병원 밖에서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들, 극단적인 경우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안전하게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하고 입양 등을 보내 아동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기 임산부에게 아이와 엄마의 생명을 지킬 선택지를 주고, 공식적인 장으로 나와 안전한 상담을 받도록 하는 법이라는 것이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산모들에게 출구 없이 강요를 하게 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오랫동안 봐왔다”면서 “임산부들을 어떻게든 보호하려면 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상담받고 도움받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호출산제가 아동의 알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오 대표는 “알권리 등 그 어떤 권리보다 생명이 우선된다고 생각한다”며 “살아야 권리도 주장할 수 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생명들을 구해내자는 취지”라고 했다. 또 “시간이 흘러도 국가에서 산모와 아동의 정보를 관리·감독하고, 필요하다면 국가가 중재를 서서 정보에 접근하거나 연락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보호출산제가 과거보다도 굉장히 진보된 아동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아동 등의 양육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위기임산부로서 감당할 수 없어 원래 키우지 못할 분들이 장애아동을 키우지 못하는 거지, 보호출산제로 인해 장애아동을 더 유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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