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리허설에 공연 중단, 악재 이어지는 싸이 ‘흠뻑쇼’[스경X이슈]
18년의 역사, 가수 싸이의 대표적인 여름 공연 ‘흠뻑쇼’가 갖은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화하는 기후에 맞춘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가수 싸이의 여름 공연 ‘싸이 흠뻑쇼 썸머 스웨그 2024’(이하 흠뻑쇼)의 지난 20일 공연이 날씨로 인해 중단됐다. 하지만 올해 공연 역시 단순히 날씨의 영향이라고 할 수 없는 악재들이 이어져 우려가 따르고 있다.
싸이의 소속사 피네이션은 20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광장에서 열리고 있던 ‘흠뻑쇼’의 공연을 전격 중단했다. 이날 수도권에 내려진 호우주의보와 강풍주의보의 영향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던 공연은 바람으로 현수막이 날아가고, 심지어 무대에 설치됐던 5m 높이의 조명장비도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주최 측은 더는 공연을 진행할 수 없었다. 결국 주최 도시의 지방자치단체 과천시와 과천시 경찰, 소방 등의 주도로 공연 철수와 관객 퇴장 작업이 진행됐다.
싸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순간적으로 몰아치는 비바람과 낙뢰, 예측할 수 없었고 겪어보지도 못한 상황이었다”며 공연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기치 못한 기상상황에 공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저 역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속상했다”며 환불과 재공연 관련 일정을 논의하고 있음을 알렸다.
결국 21일 공연을 정상적으로 개최됐지만, 관련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흠뻑쇼’의 조명 리허설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조명장비가 주변을 비추는 사진을 올리고 “밤 10시부터 저런 조명을 쏘는 게 맞냐. 새벽 1시 반까지 이러고 있다. 커튼을 쳐도 빛이 들어온다”며 “색깔별로 레이저를 쏘고 등대 같이 돌아가는 조명을 쏴서 잠을 못 자겠다”고 호소했다.
피네이션은 21일 오전 20일 공연 중단에 대한 공지는 전했지만, 리허설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싸이의 공연은 이전에도 대형 장비와 규모로 인한 민원을 종종 겪어왔다.
2006년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싸이의 썸머 스탠드’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공연이 시작이었던 여름 콘서트는 2011년 ‘싸이의 썸머스탠드 훨씬 THE 흠뻑쇼’라는 제목으로 본격적으로 ‘흠뻑쇼’라는 제목을 썼다. 이후 2017년 ‘흠뻑쇼’라는 이름을 다시 쓰면서 전국 5개 도시 투어를 시작하며 지금의 규모를 갖췄다. 겨울에 하는 밤샘공연 ‘올나잇 스탠드’와 함께 싸이의 계절 브랜드 공연을 대표하는 콘서트로 자리매김했다.
‘흠뻑쇼’는 성장을 거듭해 2022년 9개 도시에서 35만명이 들어가는 여름 공연의 대명사가 됐다. 공연 한 회당 300톤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 규모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가뭄이 심할 때는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2022년 당시에는 가뭄이 한창일 때라 이런 콘셉트의 공연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고, 지난해에는 집중호우 피해가 큰 상황에서 “날씨가 완벽했다”는 싸이의 언급이 비판을 받았다. 2022년 강릉 공연에서는 콘서트장을 철거하던 몽골인 20대 노동자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공연기획사가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매번 대규모의 공연으로 특수효과와 물을 사용하는 콘셉트가 계속 논란이 돼 온 셈이다. 심지어 올해는 기상상황에 의한 초유의 공연 중단과 리허설 민폐 논란까지 더해졌다.
한 가요 관계자는 “매년 커지는 공연 규모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 상황 구애를 받지 않는 일정과 대중들에게 납득을 받는 부지선정이나 공연 일정 수립에 대해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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