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 보기 무섭다’···‘트럼프리스크’에 출렁이는 자산시장
“매일 아침이 무섭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 14일(한국시간) 피격 사건 이후 재집권 기대감이 높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말과 행보 하나하나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가상자산을 비롯한 수혜주엔 온기가, 반대편에 있는 반도체·2차전지엔 냉기가 흐르고 있다. 트럼프 후보 당선으로 감세 정책, 관세 인상 등이 현실화할 경우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과거 트럼프 정부 하에서도 펀더멘털이 좋은 업종은 주가가 회복세를 보인 만큼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반도체·빅테크 ‘최악의 한주’, 비트코인은 ‘환희’
한주만에 자산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피격에도 의연한 모습에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물론 공화당의 상·하원 ‘싹쓸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트럼프 수혜주엔 자금이 몰리고, 반대편에선 자금이 빠지는 ‘트럼프트레이드’가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빅테크와 전기차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후보가 대만 반도체회사 TSMC를 견제하는 발언을 내놓자 이튿날 미국 엔비디아(-6.62%)는 물론 주요 반도체 종목이 모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6.81%)가 6% 넘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한 주간 10% 폭락하는 등 국내 반도체주도 역풍을 맞았다.
2차전지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우려와 탈전기차 발언에 ‘KRX 2차전지 Top10지수’가 한 주간 4.78% 하락하는 등 부진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는 2790선, 코스닥은 820선까지 밀렸다.
반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완화 기대감에 이달초 개당 7800만원선까지 추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21일 9400만원선까지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따라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미국 중·소형주와 가치주도 반등했다. 국내에선 부진했던 건설주가 수혜주로 꼽히며 한 주간 KRX건설지수가 4.27% 올랐다.
감세·고관세·반이민 정책에 ‘트럼플레이션’ 오나
시장에선 반이민·보호무역·감세의 세 축을 기반으로 하는 트럼프 후보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은 물론,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가 금리 인하를 선호하지만, 트럼플레이션으로 오히려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트럼플레이션과 맞물려 보호무역에 따른 관세 인상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빅테크와 반도체의 부진이 장기 하락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길게 보면 주가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펀더멘털”이라며 “과거 트럼프 당선 직후 한동안 금리 상승과 대중국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로 IT업종의 성과는 부진했지만 장기 이익성장 기대가 높아지며 트럼프 당선 직후 높은 성과를 보였던 금융·에너지 업종을 빠르게 추월했다”고 말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대선 레이스 기간에는 발언 자체의 파급력이 더 크다”며 “실제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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