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휴가철에 6박7일 필리버스터?···소수 여당의 고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히면서 대응 전략을 두고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최대 6박7일 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서기로 했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파리 올림픽과 여름 휴가철이 겹쳐 여론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는 데다 일주일을 끌어갈 당내 주자들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쟁점 법안인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및 방통위법)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총선 공약인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전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을 잇달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방송4법의 입법은 잠정 보류할 계획이었지만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다시 ‘25일 본회의 처리’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본회의가 열리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가 실시되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서명으로 종결동의를 제출하고 그로부터 24시간 후에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토론을 종결할 수 있다. 범야권 의석 수가 192석인 만큼 여당은 사실상 한 법안당 2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민주당이 6개 쟁점 법안을 모두 본회의에 올리면 최대 6박7일 가량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전망이다.
여당은 소수당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카드이자 강도 높은 대응책으로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당이 단독 추진하는 법안들의 위법성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린다는 취지인데, 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과 휴가철 등이 겹쳐 자칫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 여권 내 주요 이슈도 23일 열리는 전당대회 등 새 지도부 출범에 쏠려 있다. 23일 전대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8일 국회에서 결선투표와 필리버스터를 동시에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도 고민이다. 이달 초 야당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상정에 맞선 필리버스터는 하루 만에 야당의 종결 표결로 끝이 났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도중 본회의장에서 잠들거나 자리를 비운 모습 등이 노출돼 비판이 나왔다. 이번에도 이같이 느슨한 모습이 연출되면 거대 야당에 맞선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밤샘 발언자와 농성자 등을 꾸리는 것도 과제다. 국민의힘은 지난 필리버스터 당시 유상범·주진우·박준태·곽규택 의원을 발언자로 세우고, 동시에 본회의장 밖에서 시간대별로 조를 꾸려 장외농성에도 나섰다. 원내에선 이번 필리버스터는 30~40명의 의원이 최소 4시간 이상씩 발언해야 일주일 가량을 버틸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법안 관련 상임위별로 필리버스터에 참여할 의원들을 추리는 중이다. 휴가나 출장 등과 겹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오는 25일 본회의 전후로 예정된 해외 출장을 모두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당초 파리 올림픽 일정으로 출장이 예정됐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출장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관계자는 이날 “지금 많은 의원들이 참여를 원하고 있다. 108명이 다 나와서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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