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바이든’ 고심 깊어지는 민주당···해리스 공격 준비 나선 트럼프 캠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문제를 두고 민주당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거세지는 사퇴 압박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지를 다지는 데다, 만약 사퇴한다면 후보를 어떻게 정할지 ‘바이든 이후’ 논의를 두고도 여러 의견이 나오면서 당내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새 대선후보로 지명하는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CNN은 보도했다. CNN은 “모든 사람이 한순간에 결집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당 내홍에 따른) 피로감이 합의로 이어지는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대선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바이든·해리스 대선 캠프 한 축인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이어받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원 여론도 이를 뒷받침한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가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원 10명 중 6명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MSNBC와 방송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기 위해 당을 단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첫 흑인 여성 후보로 상징성이 있다는 점, 대선 캠프가 모금한 돈은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일 때 법적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 사항 중 하나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해리스 대세론’을 염두에 두고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이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필승 카드’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회의론도 제기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해볼 수 있는 상대이긴 해도 인기가 없다는 이유다. 이달 초 NBC가 한 여론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45%)이 트럼프 전 대통령(47%)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통령 재임 기간 뚜렷하게 각인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등 자질이 충분치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새 후보를 선출하려면 약식 경선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나온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 10일 캘리포니아 대의원들과 회의에서 “교체 후보는 승계가 아닌 경선으로 선출해야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전당대회가 해리스 부통령 대관식처럼 보이는 것은 곤란하며, 단순히 수동적인 승계 형식보다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대선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민주당 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서 새 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싼 당내 분열이 표면화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이든이 떠나길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라고 밝혔다. AP통신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 후보인지 아니면 새 후보 선출을 위한 ‘미니 예비선거’를 신속히 시작해야 할지 당내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며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시기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방미 후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오는 23일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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