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밀양 피해자 "가해자 신상공개? 영화・드라마? 모두 동의한 적 없어"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 신상 공개 영상은 물론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역시 자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박제된 죄와 삭제된 벌 - 2004 집단 성폭행 사건'이란 제목으로 최근 가해자 신상 공개로 논란이 된 20년 전 사건을 재조명 했다.

이날 방송에서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김선미(가명)씨는 "2004년 이후로는 똑같다. 항상 패턴이.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목격자인 김씨의 여동생은 "저희 둘 다 고등학교는 졸업 못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도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면서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자매는 20년 만에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에 대해 "제일 처음에 (2024년) 6월2일이었을 거다. 남동생이 '지금 유튜브 난리났어'라 하더라. '왜?' 이랬더니 가해자들 신상을 직접적으로 공개를 했다는 거다, 얼굴이랑"이라며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 영상을 언급했다.

처음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는 피해자 가족과 대화를 나눈 뒤 공개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김씨의 동생은 "신상 공개 유튜버한테 메일을 보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데 여동생이다. 저희는 아직도 이 사건에서 지옥 속에 살아가고 있고 이 사건 얘기를 꺼낼 때마다 힘들다. 아직 언니가 동영상 올라온 걸 모르는 것 같은데 삭제를 요청한다고 했더니 '그냥 이렇게 된 거 같이 이 사건을 키워나가면 어떨까요'라 하더라"고 전했다.

김씨는 "저는 아직도 집 현관문을 닫을 때마다 수십 번을 문 잠갔는지 확인한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이 사태가 커짐으로써 요즘에는 더 많이 힘들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제가 이렇게 해야 되나. 그게 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 콘텐츠에 대해 어떤 것도 동의한 바 없다며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영화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에서 다뤄진 바 있다.

시청자들은 해당 작품 모두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작된 데 대해 "당연히 동의 구한 줄 알았는데 충격이다" "이용할 거면 동의는 얻고 해라" "2차 가해잖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등 분노를 표했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