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아귀간·잿방어에 장어탕과 전복 솥밥까지…올 여름 보양식은 이걸로 끝 [푸디人]
여름철이 되면 폭염과 장마에 밤잠을 설치다 보니 기운은 빠지고 입맛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경기라도 좋으면 돈 쓰는 맛이라도 있으련만 주머니 사정도 여의찮아 침울하기만 하네요.
몸과 마음이 울적해 쳐지고 있던 찰나, 달팽이·아귀간·방어 등 각종 산해진미는 물론 대표 보양식인 장어탕에 소고기전복 솥밥까지… 이 모든 한식 맡김차림(오마카세)을 단돈 7만9000원이라는 혜자 가격에 선사하는 레스토랑이 있다는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뜨였습니다.
요즘 물가가 치솟으면서 웬만한 맡김차림은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데 ‘과연 이 가격으로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죠. 주인공은 바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푼주(PUNJU)’ 입니다.
김 대표는 김 셰프가 운영하는 초승달을 찾아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지평주조 본사 1층에 한식 레스토랑을 열고 싶은데 셰프를 맡아줄 수 있는지 제안했다고 하네요.
“직접 술도 나누면서 소통하다 보니 지평주조 대표님께서 지향하고자 하는 미래가 크시고 긍정적이어서 저한테 많은 영감을 주셨어요. 사실 건물 위치가 외곽에 있다 보니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으나 도전에 대한 열망이 커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레스토랑 이름을 푼주라고 붙인 것은 김 셰프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의 하나인 푼주는 아가리가 넓고 밑이 좁은 자배기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푼자라고도 불렀습니다.
“레스토랑 이름을 지을 때 한국적이면서도 트렌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혜원 신윤복 선생의 유명한 조선시대 술집 그림에 푼주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지평주조에서도 제 생각을 존중해 레스토랑 이름으로 확정했습니다.”
음식과 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인 푼주에서 제철 한식 맡김차림과 다양한 전통주가 조화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 강했던듯 합니다. 매장에는 전통공예작가 전상근 선생이 만든 푼주 등 각종 그릇이 전시되어 있고 매장에서 활용하는 수저와 잔, 그릇 등도 전 작가의 작품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채요리로 지평 바게트와 양배추&보리된장이 집 나간 입맛에 손을 흔들며 돌아오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지평 바게트는 푼주에서 지평막걸리를 이용해 직접 만든 빵이며 서리태(검은콩)가 들어간 버터와 함께 제공됐습니다. 한식 맡김차림에서 보기 쉽지 않은 시작이죠. 그리고 항상 사이드 반찬에 불과한 양배추&보리된장도 이 날 만큼은 접시에 단독으로 담겨 코스의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동안 공장에서 정제된 된장만 먹다가 보리알이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보이는 보리된장을 보니 도심을 벗어나 시골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되네요.
계란 윗부분을 정교하게 잘라낸 뒤 식용 달팽이인 에스카르고와 김장아찌 등을 넣어 계란 찜을 만들었다네요. 에스카르고는 파리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골뱅이가 더 나은 듯 합니다. 계란찜에 들어간 에스카르고는 한마리 전체가 통으로 있는 게 아니어서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계란 윗부분에는 달걀노른자, 설탕 등을 넣고 중탕으로 저어 익힌 거품과 같은 크림인 ‘싸바용 폼’과 이태리 파슬리로 색감을 더했습니다. 전상근 작가와 이 메뉴를 기획하면서 접시도 만들어 요리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위 사진에서 6시 방향에 있는 충주사과를 이용한 사과칩부터 시작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먹는 걸 추천해줍니다. 7시 방향 타파스는 콘안에 제철 과일인 참외와 관자, 프렌치 비네그레이트 소스를 이용해 만든 샐러드로 채웠습니다. 샐러드 위에는 아브루가라는 청어알과 허브의 일종인 딜을 올려 마무리했습니다. 평소 참외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데 관자와 적절한 산도의 소스가 어우러지니 집 나간 입맛이 집 앞까지 당도했습니다.
일식집에서 흔히 보는 마끼도 나오는데 , 쪽파와 파스타 면의 일종인 꾸스꾸스 그리고 참치를 올렸습니다. 요즘 김값이 금값이라는데 호강했네요.
12시 방향에 있는 음식은 구운 브리오슈 위에 닭 간을 이용한 파테와 피클링한 샬롯, 말린 자두, 무화과를 올렸습니다. 파테는 빵에 발라먹는 일종의 잼과 같은 것인데 닭의 간을 이용해 녹진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3시 방향에 있는 음식이 찹쌀 김부각 위에 아귀간과 단새우, 영양부추를 올린 타파스 입니다. 아귀간은 ‘안키모’라고 불리는데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바다의 푸아그라로 불리고 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데 아귀간의 특징을 잘 살렸네요.
“자개상 위에서 주병 모양의 그릇을 여는 행위와 그 안에 다양한 타파스가 들어있는 모습을 통해 손님들께 이색적인 경험을 전달해 드릴 수 있어서 맛으로도, 심미적으로도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방어는 겨울에 보통 먹죠. 그러나 여름에도 비싸고 좋은게 있는데 바로 잿방어 입니다. 생선을 손으로 잡으면 손에 기름이 묻어 나올 정도죠. 그래서 준비해 드린 오이고추 장아찌와 곁들여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줄 것입니다.”
고객에게 서빙하기 전에, 훈연 덮개를 벗겨주는 소소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감자전이라고 하면 왠지 저평가 받고 심심할 것 같아 포도나무 칩을 써서 스모크한 향을 넣었다고 하네요. 꼭 영상으로 확인해주세요!!
먼저 정갈하게 나온 반찬은 왼쪽부터 무장아찌, 김치, 게우소스(전복내장소스) 입니다. 장어탕은 마치 장어 스프처럼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가네요. 장어탕 위에는 부추와 미나리가 올라와 있습니다. 뜨겁지 않아 처음에는 땀이 나지 않다가도 다 먹고 나니 몸이 후끈합니다. 참고로 김 셰프는 2019년 한국외식창업개발원에서 육수분야 대한민국 요리명인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솥밥은 소 갈비살과 전복을 얹었고 메추리알 노른자를 하나 톡 떨어뜨려 주시는데 입맛이 완전히 돌아왔습니다. 솥밥은 담백하면서도 먹고 나니 든든해져 꼭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마지막은 보양식 컨셉에 맞게 복분자 아이스크림이 나왔네요.
다음은 김 셰프와의 일문일답입니다.
- 요리를 시작한 계기는?
▶사연은 너무 길지만, 간략하게 답을 드리면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IMF를 겪으시고 맞벌이하셨습니다. 바쁜 부모님을 위해 매일 저녁밥을 직접 하면서부터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게, 부모님께서는 제가 요리 분야에 진학하는 것을 반대하셨고, 인문계로 진학한 뒤에도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야 제가 하고 싶었던 요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요리가 힘들지는 않았나?
▶요리를 배울 때는 알바를 3탕이나 뛰었습니다. 설거지 알바하고, 레스토랑서 일하고 그리고 야간에는 카페 마감일을 했어요. 그렇게 일하고 2~3시간 자고 다시 일하고 이런 식으로 항상 살아왔지만 요리를 잘하고 싶었습니다.
- 일식·프렌치 요리를 하다가 한식을 택한 이유는?
▶제 전공은 첫 번째는 일식이고, 두 번째는 프렌치입니다. 모든 것들이 결국 끝에 가면 하나로 만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요리 역시 조리 방법에서부터 마음가짐까지 장르만 다를 뿐 결국 그 중심을 관통하는 결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전공 분야와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시도 끝에 제 요리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푼주 매장을 열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제철 계절 식자재들로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분명한 강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더불어 우리 고유 술인 전통주와 잘 어울리는 매장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한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최근 주목하고 있는 식재료나 개발하고 있는 메뉴는?
▶요즘은 여름고등어나, 민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평막걸리를 이용한 요리를 개발하고 있고, 최근 동남아나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다양한 식문화로부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 전통주와의 콜라보를 위해 메뉴의 어떤 점을 고려하는지?
▶제 메뉴에는 밸런스가 잡힌 기승전결을 우선으로, 균형에 포커스를 두는 편입니다. 많은 것들을 가미하지 않고,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을 중점으로 하고 있고, 손님 입장에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뉴들이 팔로잉이 되지 않으면, 페어링 또한 힘들 것 같습니다. 술 페어링 같은 경우, 메뉴와의 페어링도 중요하지만 때때로 날씨와 습도, 온도, 더 나아가서는 손님의 취향을 파악해 알맞게 드리는 게 중요합니다.
-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사실 너무 많습니다. 맛없는 것을 먹어본 적이 드물어요. 그중에 제일 생각 나는 건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입니다. 어머니께서 제가 고3때 돌아가셨습니다. 이제는 먹을 수 없는 그 추억 속의 맛이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지 않나 생각 듭니다.
- 향후 개인적인 목표는?
▶지금까지 함께한 직원들과 평생 요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지평주조와 함께, 지평의 술을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컨셉의 매장을 열고 싶습니다. 또 성실하게, 정직하게 요리해서 모든 손님께 최선을 다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비계삼겹살은 차라리 양반…제주도 ‘썩은 참외’에 ‘해산물 바가지’ 또 터졌다 - 매일경제
- “금메달 따면 다이아몬드·방2개 아파트 준다”...두둑한 포상금 내건 나라들 - 매일경제
- 암투병 61세 일본인 남성...뉴진스 하니에 “감동·용기 줘 고맙다” 무슨 사연? - 매일경제
- “아빠 성 빼달라” 신문에 광고까지...딸에게 손절당한 유명 男배우 - 매일경제
- ‘김호중 수법’ 이번엔 안 통했다…음주사고 후 소주 2병 벌컥, 무죄→유죄 - 매일경제
- “수류탄처럼 야구공 던졌다가 낭패”...탈북민 야구단, 난생 처음 미국행 - 매일경제
- 2명 탄 킥보드, 통근버스와 충돌…헬멧 안쓴 20대 탑승자 중상, 병원 이송 - 매일경제
- “먼지 모아 팔면 돈이 된다고?”…진짜 사고파는 사람들 있다는데, 이게 무슨 일 [Books] - 매일경
- 물 폭탄, 내일도 쏟아진다…수도권·충청·강원 집중호우, 동해안·남부 찜통더위 - 매일경제
- K리그1 ‘최연소 멀티골’ 양민혁 “다음엔 해트트릭으로 팀 승리에 앞장서고 싶어요” [MK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