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에 흔들리는 안정환의 리더십을 어찌할꼬('뭉찬3')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4. 7.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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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찬3’, 재창단의 허니문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결단 혹은 '패닉바이'에 가까운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이긴 하다. <뭉쳐야 찬다>는 JTBC 채널의 간판 예능이고 장수 프로그램인데, 8개월이나 진행된 시즌3 도중에 시리즈의 성격과 시즌의 목표, 출연진을 모두 갈아엎었다. 매번 해외로 나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및 그에 따른 볼거리 한계와 시청률 부진에 따른 결단인 것으로 보인다.

안정환 감독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선수 부족 문제도 원팀으로 성장하고 축구 수준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긴 했다. 숫자 자체가 모자란 건 아니지만, 현역에서 본업과 병행하는 선수가 많다보니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해외 촬영은 원팀으로 성장해야 할 선수단 운영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즉 해외 로케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경기 수를 늘이기가 어렵고, 성장서사가 핵심인데 그 부분에서 힘을 싣기 어려웠다. 그런 면에서 <뭉찬> 시즌3의 새 목표인 조기축구 TOP100 도장깨기는 경기의 질과 빈도를 모두 높임으로써 볼거리를 만들겠다는 승부수가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타종목 선수들의 축구 도전이라는 시리즈의 설정까지 지우고, 아이돌, 모델, 개그맨, 셀럽들이 포함된 점이다. 축구를 모르는 타 분야 은퇴 선수들이 축구를 하면서 겪은 좌충우돌과 성장서사를 시즌1이 다뤘고, 시즌2에서는 피지컬은 아마추어 일반인들을 압도하지만 축구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엘리트 선수들이 결국 전국 제패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번엔 타 종목 선수들의 축구 도전이란 시리즈 세계관을 버리고, 스쿼드를 갈아엎었다.

처음에는 예능 방송 차원에서 볼거리와 화제성을 만들기 위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선수풀을 운동선수에서 연예인 전반으로 넓히면서 오히려 한승우, 최종우, 양준범, 이석찬 등 선수 출신들과 홍범석, 마선호 등 파괴적인 피지컬을 갖춘 데다 축구 이해도가 높은 멤버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축구 수준이 몇 단계 올라갔다. 기존의 기본기가 부족하지만 체력으로 압도하는 투박한 축구에서 경기 보는 맛이 나는 유기적이고 전술적인 축구를 하면서 축구 자체를 즐기는 재미는 확실히 높아졌다.

시즌2에서 조기축구 레벨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재창단한 뉴벤저스는 <최강야구>처럼 얼마나 압도적인가를 즐기는 쪽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안정환 감독의 전술 아래 지도를 받으며 손발을 맞추면서 점점 무적함대의 위용을 갖추게 되는 미래가 기대가 된다. 새로운 팀이 구성되고, 원팀으로 맞춰가는 과정은 어떤 스포츠 예능이든 성장 서사 측면에서 가장 에너지가 높은 구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곽범과 김남일의 운명 공동체와 같은 그간 잃어버렸던 예능 차원의 재미도 보강했다.

하지만 <최강야구>가 야구만 잘해서 충성도 높은 팬층이 생긴 건 아니다. <뭉찬> 시즌3은 현재 국가대표팀과 축협의 사태처럼 아무런 원칙, 기준, 과정 없이 시리즈의 설정과 시즌의 목표, 팀을 바꿔버렸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프로스포츠 리그에서도 최소한 SNS를 통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게 관례임에도, 2년간 같이 땀을 흘리고 팀의 주축으로 많은 승리에 공헌한 선수들조차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프로그램에서 내보냈다. 그간 흘린 땀과 노력, 팀에 필요한 선수로, 원팀으로 성장해온 과정을 함께해온 시청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서적 연결고리가 중요한 오늘날 예능 콘텐츠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스포츠 예능의 핵심은 라이브 경기가 아님에도 보게 만드는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그런데 시즌 중 목표 변경과 프로그램 노선 변경이 일어나면서 그 진정성은 어느 정도 상처를 입었다. 또한, 새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오디션을 통해 몇 차례 반복되어 그런지 원팀으로 다져지는 과정 자체에 관심이 갈수록 줄고 있다. 최근 방송된 남산 산스장이나 텐트 밖은 축구장 등 예능 차원의 볼거리들이 점점 더 사족처럼 느껴진다.

<뭉찬> 제작진이 이번 변화를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창단 이후 만들어진 팀에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설득력을 회복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축구 수준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보다 굳건한 장수 프로그램으로, 하나의 팀으로서 원칙과 기준, 훈련, 승부의 진정성을 확립해 시청자들과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높아진 축구 수준과 예능적 요소 회복 등 팀을 재편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재창단은 원팀을 이루는 기준과 원칙, 선수들에 대한 애정, 진행 등에 있어 의문부호를 남겼다. 스포츠예능의 핵심은 함께할 수 있는 진정성과 함께해온 팬심인데, 그 부분에서 무리한 결정이 있었다.

감독에게 시선이 쏠리는 건 그 때문이다. 그에 대한 기대와 믿음, 의지는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이 <뭉찬>을 즐겨보는 근간이다. <청춘FC>시절부터 감독 은 우리가 예능 스포츠, 스포츠 만화에서 기대하는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상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 진정성과 애정을 바탕으로 주입식이 아닌 설명을 바탕으로 전술과 움직임의 이유를 이해시킨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재창단 과정에서 이런 감독 에 대한 평가가 흔들릴 여지가 곳곳에 있었다. 빠르게 팀을 재건하면서 압도적인 승리로 이런 불만들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선수들에게 시청자들에게 어떤 지향을 제시할지, 재창단의 허니문이 끝나가는 지금 시리즈의 명운을 가늠할 시간이 찾아오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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