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손 잡으면 매출 '폭발'…마케팅 업계 필살기 된 '서브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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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상품을 출시한 날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30% 이상 늘고, 식음료 배달 매출은 두 배 넘게 뛰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내 서브컬처 산업은 규모 집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왜소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글로벌마켓 리포트 코믹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샌디에이고 코믹콘(SDCC)엔 매년 13만명 이상이 참석해 8470만달러(약 1170억원)를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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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상품을 출시한 날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30% 이상 늘고, 식음료 배달 매출은 두 배 넘게 뛰었다. 협업을 기념한 한정판 굿즈는 3시간 만에 동났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가 지난 2월 진행한 컬래버 이벤트로 거둔 기록이다. 이토록 화려한 성과를 안겨준 비즈니스 파트너는 유명 브랜드도, 인기 연예인도, 저명한 석학도 아니었다. 그들이 손잡은 상대는 넥슨게임즈에서 개발한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로, 세간에서 흔히 '서브컬처'라 부르는 장르에 속하는 게임이었다.
서브컬처란 사전적으론 '비주류 문화' '하위문화'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미소년·미소녀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만화, 애니메이션, 피규어, 웹소설, 웹툰, 게임 등을 서브컬처 콘텐츠라 칭한다. 블루 아카이브는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미소녀 캐릭터를 주요한 매력 포인트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서브컬처 계통으로 분류된다.
국내 기업이나 정·관계, 학계 등은 대다수가 오래도록 서브컬처를 의미 있는 시장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오만이나 편견 때문은 아니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내 서브컬처 산업은 규모 집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왜소했다. 그러한 풍토에선 서브컬처를 취향이 특이한 극소수 마니아의 은밀한 문화로 간주한 것은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서브컬처 업계는 최근 몇 해 동안 '서브(하위)'라는 접두사가 무색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네이버웹툰의 기업가치를 최대 40억달러(약 5조5200억원)로 평가했다. 2022년 11월 첫걸음을 뗀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는 지난 2월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서브컬처 애호가와 이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하는 기업이 한데 모이는 행사도 성황이다. 국내 최대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일러스타 페스'는 최근 한 해 누적된 유료 참가자 수가 15만~20만명에 달한다. 일러스타 페스의 시장성을 직접 평가한 자료는 없지만, 성격과 규모가 비슷한 행사에 빗대 추산할 수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글로벌마켓 리포트 코믹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종합 서브컬처 행사인 샌디에이고 코믹콘(SDCC)엔 매년 13만명 이상이 참석해 8470만달러(약 1170억원)를 소비한다. 여기서 발생한 세금 수입만 헤아려도 310만달러(약 42억8000만원)나 된다. 시장 규모나 물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러스타 페스의 마케팅 잠재력은 SDCC 못지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트렌드 분석 전문가인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러스타 페스는 기업의 전통적인 광고 및 마케팅과 접점이 비교적 적은 계층이 대거 모이는 행사”라며 “낮은 비용으로 잠재 고객을 다수 발굴해 내는 '롱테일 마케팅' 효과를 상당한 수준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트렌드에 밝은 마케터는 이미 서브컬처 업계와의 콜라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맘스터치와 달콤커피는 서브컬처 장르 게임인 '명조:워더링 웨이브'가 정식 출시를 하기 전부터 손을 내밀었다. 삼성전자 역시 서브컬처 게임인 '원신'이나 '붕괴:스타레일'과 협업했던 바가 있다. 기업이 매출을 늘리고자 상품에 애니메이션풍 캐릭터를 새겨 넣는 행위를, 더는 낯설거나 꺼림칙하게 여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현웅 스타라이크 주식회사 전략총괄이사(CSO) 겸 작가 mhw@starlik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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