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반도체 공장 짓는데 20조…세제혜택만으론 감당 안 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패권 경쟁이 가속하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을 넘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뤄진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 이앤에스(E&S) 합병을 두고서는 “큰 시너지(상승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사업으로)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욱 투자를 해야 한다”며 미국·일본과 같은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스케이그룹은 반도체 기업인 에스케이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거액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사업을 지원하고 생산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면,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은 보조금 지급보다는 세제·금융 혜택에 집중돼 있다.
최 회장은 세제 혜택 위주의 지원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시장에서 계속 (반도체 성능)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니 설비투자를 해서 공장을 늘려야 하는데 최근 팹(생산공장) 하나를 지을 때 투입되는 비용이 약 20조원”이라며 “(당장 투입비용이 큰 사업 특성상) 세제 혜택만으로 잘 감당이 안 되고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리스크’를 놓고서는 “만약 미국이 내년에 반도체 보조금을 줄 수 없다고 결정하면 우리도 투자 여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투자 유치를 위해 대만 기업 등에 지급한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 삼았다. 앞서 에스케이하이닉스는 38억7천만 달러(약 5조2천억원)를 들여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 회장은 “우리도 미국 투자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고 절대적 투자 규모가 크지도 않다”며 “최종 (투자) 결정은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내년에 미국 정부가 들어선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과 이앤에스 합병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꼽았다. 인공지능 시장이 커지면 수요가 급증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쓸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배터리산업에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생긴 현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 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인공지능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양쪽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쪽(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등을 지니고 있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들어가고, 또 다른 한쪽(E&S)은 수소나 발전의 전기 관련 사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기업은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이날 최 회장은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슬하에 둔 세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최근 아들 인근씨와 어깨동무한 모습이 포착된 사진이 화제가 된 것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것이 왜 뉴스가 되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이렇게까지 된 것에 저도 책임을 상당히 느끼지만, ‘많은 분이 무엇을 상상하고 계셨나’하는 생각도 든다. 저는 아들과 매일 테니스도 하고 같이 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첫째 딸, 사위와도 밥 먹고, 미국에 가서는 둘째 딸 집에서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눈다. 저와 애들은 아주 잘 지내고 많은 소통을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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