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1등 외국인 밴헤켄이었는데···” 켈리와 1년 반 동행 마친 염경엽, 그가 털어놓은 속내
LG에서만 6시즌을 활약한 케이시 켈리가 ‘눈물의 작별’을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그동안 본 외국인 선수 중 1등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염 감독은 2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1991년도 (선수로) 프로야구를 시작해서 33년 동안 봐왔지만, 외국인 선수들 중 켈리가 1등”이라고 운을 띄었다. 지난해 LG 감독으로 부임해 켈리와 보낸 시간이 이제 1년 반이지만 그만큼 인상 깊은 선수였다. 염 감독은 “인성이나 야구에 대한 생각, 팀에 대한 충성도, 동료에 대한 친근함 이런 걸 다 따졌을 때 켈리가 1등”이라며 “그동안 (앤디) 밴헤켄이 내 기억 속 항상 1등이었는데, 켈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밴헤켄은 2012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6시즌을 넥센(현 키움)에서 뛰었다. 염 감독이 넥센 지휘봉을 잡았던 2013~2016시즌 내내 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만큼 인연이 각별한 선수인데, 그런 밴헤켄보다 켈리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얘기다.
워낙 상징성이 큰 선수라 염 감독은 최근까지도 방출을 망설였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차명석 단장이 미국으로 향했을 때 이미 점찍어놓은 투수와 계약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는 것도 털어놨다. 염 감독은 “전반기 끝났을 때만 해도 올 1년은 (켈리로) 가자고 단장하고 합의를 했었다”며 “실력보다도 그간의 정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도 구속이나 공 회전수가 하락하는 걸 보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비록 시즌 중 작별을 택했지만, LG는 이례적으로 성대한 환송식을 치렀다. 많은 선수가 눈물로 헹가래 치며 켈리와 작별을 고했다. 염 감독은 “켈리도 마지막까지 정말 열심히 던져줬고, 구단도 최대한의 준비로 예우를 해서 보냈다. 짧은 시간 동안 켈리를 어떻게 잘 보낼까 저를 포함해 코치, 선수, 스태프 모두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모습이 엔스나 오스틴한테도 많은 영향을 줬을 거로 본다”고 덧붙였다. LG가 떠나는 ‘레전드’ 켈리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은 디트릭 엔스와 오스틴 딘도 느끼는 바가 작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LG는 새 외국인 투수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달러(약 6억1000만원)에 계약했다. 23일 입국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발 IT 대란에 미국 공항 피해가 잇따르는 중이다. 정상 입국을 한다 해도 취업비자 발급 등 행정절차가 남았다. 최소 1차례 이상 대체 선발이 필요하다. 염 감독은 당장 구멍을 메워야 할 대체 선발 후보로 좌완 이상영을 지목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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