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확 바꿀 '친환경·AI 기술'은 무엇
친환경 기술로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
AI 기술 통해 조선 인력 감소에도 대비
매년 10만 척의 선박이 바다 위에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50년까지 국제 해운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로 결정했는데요. 국내 조선업계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기술로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AI 기술을 통한 스마트 조선소 건설로 조선 인력 감소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테크따라잡기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기술 영토를 넓히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친환경·AI기술'을 알아보겠습니다.
친환경 선박 기술력의 중심 '탄소 저감 기술'
국내 조선업계는 고부가 가치 선박 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 '탄소 저감 기술'이 있습니다. 탄소 저감의 기준이 되는 탄소집약도지수(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는 IMO가 시행하고 있는 환경 규제입니다.
선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에 따라 A부터 E까지 등급을 나누는데요. E등급을 받거나 3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해당 선박은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재검증을 받을 때까지 운항이 제한됩니다.
탄소 저감 관련 기술에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축발전기모터시스템(SGM, Shaft Generator Motor)입니다. 축발전기모터시스템은 엔진 축에 모터를 연결, 그 회전력을 활용해 선박 운항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입니다. 발전기의 가동 의존도를 낮춰 연료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입니다.
현재 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는 축발전기모터시스템을 LNG운반선, LPG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에 적용해 탄소 저감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공기층이 운항 중 발생하는 마찰 저항을 줄여 연비를 향상하는 효과가 있는 공기 윤활 시스템(ALS, Air Lubrication System)이 있는데요. 선박의 바닥에 공기를 주입해 선체와 바닷물 사이에 공기층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축발전기모터 시스템과 공기 윤활 시스템을 결합하면 연간 5~7%가량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최초로 개발한 로터 세일(Rotor Sail)이 있습니다. 로터 세일(Rotor Sail)은 선박 갑판에 원통형 기둥(로터 세일)을 설치해 마그누스 효과(운항에서 발생하는 바람 회전의 힘)를 활용합니다. 풍력을 동력으로 전환해 선박의 보조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장치입니다. IMO에서 에너지 절감 평가 척도로 제시한 에너지 효율지수 기준 5% 이상의 연료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기존 선박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AI 기술로 미래 첨단 조선소 '성큼'
AI 기술도 스마트 조선과 자율주행 선박 등에 쓰임새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선업계와 고객인 해운사도 관심이 많은 분야입니다. AI 기술이 상용화되면 원가 절감은 물론 인재(人災) 사고 역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조선 공정의 자동화와 효율화를 위해 대규모 로봇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조선소 곳곳에는 대형 산업용 로봇을 배치해 용접과 그라인딩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용접 로봇은 숙련공의 손길이 필요했던 용접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그라인딩 로봇은 용접 후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특히 한화오션은 후판 가공 공정에서 로봇을 활용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노릴 계획입니다. 기존에는 25mm 두께의 후판을 절단하고 용접하는 데 기존에는 여러 번의 용접 작업이 필요했지만 초고출력 레이저 로봇을 도입하면 단 한 번의 용접으로 처리가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용접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용접부의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로봇 활용에 적극적입니다. 자체 개발한 '키홀 플라즈마 배관 자동용접 장비(K-PAW)'를 국내 최초로 실제 건조 현장에 투입해 배관 초층 용접 자동화에 성공했습니다. 숙련공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배관 용접 작업을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하면서 용접 속도가 3배 이상 빨라졌는데요. 삼성중공업은 올해 안에 K-PAW에 AI 기술을 접목해 완전 무인화된 용접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AI 기술을 활용해 미래 첨단 조선소(Futrue of Shipyard, FO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2030년까지 완공 예정인 FOS 프로젝트는 데이터 가상·증강 현실, 로보틱스, 자동화, 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기술이 구현된 미래형 조선소입니다. 이미 지난해 12월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완공하며 FOS의 첫걸음을 내디딘 상태죠.
HD한국조선해양은 2026년까지 FOS 프로젝트 2단계인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를 완공할 예정인데요. 2단계의 핵심은 AI·머신러닝 기술로, 1단계에서 구축한 데이터 플랫폼으로부터 선박 건조 빅데이터가 전송되면, 이를 AI가 학습해 인력·자재·제품·설비 등 공정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의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3단계는 완전한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로 2030년까지 완공해 최종적으로 생산성 30% 향상과 공기 30%를 단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 3의 AI·로봇 기술 도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이제 조선업도 본격적인 스마트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초기 투자 비용이나 인력 운용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순 있지만, 로봇과 AI 그리고 사람이 협업하는 새로운 제조 모델을 만들어간다면, 당면한 여러 과제를 동시에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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