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신하균만? 판 짠 정문성과의 대결구도도 기대되는 이유('감사합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드라마 대결구도가 수상하다.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는 JU건설 감사팀장으로 온 신차일(신하균)의 돈키호테 같은 감사로 이 회사의 내부 비리들을 하나하나 캐나가는 과정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첫 번째 사건이 불법적인 내부거래로 인해 부실 타워크레인을 들임으로써 생겨난 사건(사고로 위장됐던)을 다뤘다면, 두 번째 사건은 재개발로 서민들의 돈을 갈취하려는 직원의 횡령을 앞뒤 위아래 재지 않고 감사하는 신차일의 맹활약으로 그렸다.
그리고 세 번째 사건으로 등장한 게 함바비리 사건이다. 누군가 함바비리가 있다며 이를 조사하라는 협박편지를 보내고, 신차일은 처음에는 식당 선정 비리에 피해를 입은 누군가가 그 편지를 보낸 것으로 생각하고 감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양재승(백현진) 상무와 외주구매 본부장 편인호(조한철)사이에 이뤄진 청탁 비리 쪽에 의심을 뒀지만, 신차일은 갑자기 자신이 무리한 감사를 했다는 걸 인정하고 사내에 공개 사과문을 올린다. 그런데 이렇게 한 건 알고보니 협박편지를 보낸 인물이 본사 내부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 신차일이 오히려 범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덫이었다.
그래서 협박편지대로 본사 구내식당 식재료에 무언가를 타려 하던 인물이 등장하고, 신차일과 구한수(이정하)가 도주하는 그의 뒤를 추적하는데, 놀랍게도 도주한 범인이 올라갔다 여겨지는 옥상에서 마주한 인물은 황세웅(정문성) 사장이었다. 이 장면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과연 황세웅이 협박편지를 보낸 진범이라는 이야기일까.
만일 그렇다면 시간을 되돌려 황세웅이 굳이 돈키호테식 감사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신차일을 JU건설 감사팀장으로 데려온 것부터가 일종의 '판 짜기'였다고 의심할 수 있다. 즉 내부비리를 감사하게 만듬으로써 경영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 자신의 적인 황대웅(진구) 부사장을 궁지로 몰아세우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번째 사건에서 황대웅은 횡령을 저지른 직원을 호텔에 숨겨둔 사실을 신차일이 어떻게 알게됐을까를 의심했다. 그런데 그건 황세웅이 신차일에게 알려준 거였다. 결국 황세웅이 뒤에서 이 모든 판세를 읽어가며 수를 쓰고 있고, 그 패로서 신차일을 활용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황세웅은 쓰러진 전 JU건설 대표이 형이 증상에 호전을 보이며 깨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는다.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형수의 말에 그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JU건설의 적폐처럼 보이던 황대웅 부사장에게서는 의외의 면모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가 횡령한 직원의 돈을 못찾게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던 행동들이 그저 감사팀장을 몰아내 회사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는 목적으로만 보였지만, 그는 조카인 감사팀 직원 윤서진(조아람)에게 그것들이 회사와 직원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만약 조합원들 돈을 못 찾았으면 회사는 막대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을 거야. 내가 못 찾게 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야. 내가 생각했던 방법이 있었던 거지. 신차일은 회사의 이익보다는 지 명분이 더 중요한 인간이야. 난 그 인간하고 달라. 쓸데없는 명분보다는 우리 회사 그리고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을 할 거야." 황대웅의 이 이야기는 변명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역시 회사를 위해 신차일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일 수도 있다는 걸 말해준다.
결국 <감사합니다>는 그저 단순한 회사의 내부비리를 시원하게 감사하는 사이다 전개만을 갖고 있는 드라마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감사를 패처럼 두고 벌이는 황세웅과 황대웅의 사내 권력구도 대결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황세웅과 손잡고 신차일이 벌이는 사내 개혁의 이야기처럼 전개되지만 향후에는 바로 그 판을 조종해 모종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황세웅과 신차일의 대결구도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결상대가 황대웅에서 황세웅으로까지 이어지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감사합니다>의 전개가 점점 흥미로워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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