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겨냥? 대법관 후보자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배우자, 청탁 물품 수령 안 돼"

이명선 기자 2024. 7. 2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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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필 대법관 후보자 "대통령 거부권, 남용 안 돼…성소수자, 원하는 방식 행복 추구할 수 있어야"

노경필 대법관 후보자가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배우자는 청탁을 위해 물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자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배우자가 인사청탁을 이유로 명품백을 받는 것에 대한 견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의에 "상호간의 관계, 친분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고위공직자 배우자는) 기본적으로 인사청탁을 위해 물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노 후보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관련해 위반사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한 데 대한 결정이 맞는지'에 대한 허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정치적으로 많은 논쟁이 있는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노 후보자는 또 대통령의 잦은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제에서 국회와 대통령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상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헌법상 권한이다. 헌법 원리에 부합되게 행사되어야 한다"며 "그에 부합하는 한 최대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이를 넘어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많은 논쟁이 있는 사안"이라며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 대법원.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중 '대법원 소개' 이미지.

노 후보자는 시급하게 풀어야 할 인권문제로 '혐오표현 문제'를 꼽았다. 그는 "혐오표현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고 배척해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공동체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법원도 구체적인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 보장 범위와 한계를 명백히 함으로써 규범적인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노 후보자는 동성 결혼 및 동성애와 관련한 질의에 "성소수자도 성적 정체성 또는 지향성과 무관하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근 동성 동반자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언급했다.

그는 "법률적·제도적으로 어디까지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현행 헌법과 법률 내용, 결혼과 가족제도에 관한 국민 의식, 성소수자의 행복추구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회에서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노 후보자는 사형제 존폐 문제와 관련해 "사형제도의 존치 및 실제 집행 여부는 인간의 절대적 가치인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등 헌법 규정의 면밀한 해석과 더불어 사형의 일반예방적 효과, 국민의 법 감정,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노 후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와 '조건부 구속 영장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법왜곡죄'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는 개인의 다양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 선별적인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다면 압수수색으로 인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상당하다"며 "개인적으로 영장 사전심문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건부 구속 영장제 도입에 대해선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구속 사유인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조건부 구속영장제도의 도입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판사나 검사 등이 그릇된 목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거나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행위 등을 '법왜곡'으로 보고 처벌하는 '법왜곡죄'에 대해서는 "법왜곡죄가 도입될 경우 수사나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가진 사람의 고소·고발이 폭증하고 수사기관이 법왜곡죄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으므로 법 왜곡죄 도입에는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 후보자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및 처벌 강화 주장에 대해서도 "어린 나이의 소년들을 형사처벌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오는 8월 1일 퇴임하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후임으로 노경필(59·사법연수원 23기) 수원고법 부장판사, 박영재(55·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숙연(55·26기) 특허법원 고법판사를 지난 6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노 후보자는 광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노 후보자는 지난 2020년 2월 수원고법 형사1부 재판장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당시 경기 성남시장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 구형량은 벌금 150만 원이었다.

노 후보자의 청문회는 오는 22일 열리며, 박영재 후보자는 24일, 이숙연 후보자는 25일 열린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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