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조사, 검찰총장도 몰랐다…이원석-‘친윤’ 이창수 충돌?

중앙지검, 전날 제3장소에서 김 여사 12시간 조사
대검 “중앙지검이 사후 통보…간부 누구도 보고 못 받아”
“이 총장, 이런 상황 깊이 고심 중” 불편 기색
이원석-이창수, 김 여사 소환 장소 두고 이견 드러내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장 패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 관계자는 21일 복수의 언론을 통해 "(전날) 김 여사 조사 과정에 대해 검찰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검에 사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며 "일단은 (총장이 말한) 단어 그대로 받아 달라" 덧붙였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 조사에 대해 대검과 사전 조율을 하지 않고 사후 통보한 데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이 총장은 김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선 수사 라인에서 배제된 상태다.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지휘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장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이후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직 대통령 부인 소환 조사 계획이 이 총장에게 보고되지 않고 이뤄진 만큼, '검찰총장 패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더구나 김 여사 소환의 핵심 이유 중 하나인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해선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가 아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7월2일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유례없는 상황의 배경엔 김 여사 조사 형식을 둘러싸고 이 총장과 친윤(親윤석열)로 분류되는 이창수 중앙지검장 간 견해차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장은 "김 여사를 대면 조사할 경우 검찰청사로 직접 소환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이 총장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김 여사 소환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면 이창수 지검장은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검찰청에 소환할 경우 경호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지검은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12시간 동안 김 여사를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가 아닌 중앙지검이 관할하는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했다. 그간 이 총장이 내세워 온 의견이 결과적으로 묵살된 것이다.

검찰은 김 여사 조사 사실을 조사 종료 약 7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에야 공지했다.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이유에 대해선 "협의 결과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가 시작된 지 약 10시간이 전날 오후 11시 10분쯤에야 이창수 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 중"이란 취지의 유선 보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