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9.55→패패패패패패패패…대기만성 10승급 선발이었는데, 어쩌다 패배 요정이 됐을까
[OSEN=조형래 기자] 뒤늦게 꽃을 피우는 듯 했다. 10승급 선발 투수로 각광을 받았을 때가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등판 때마다 팀의 패배를 이끄는 ‘패배 요정’으로 전락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인복은 지난 2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4피안타(2피홈런) 2볼넷 1사구 1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5월30일 대전 한화전 이후 51일 만의 1군 등판, 4월30일 사직 키움전 이후 81일 만의 1군 선발 등판이었지만 반전은 없었다.
이로써 이인복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9.55가 됐고 승리 투수는 언감생심이었다. 위태롭게 버텨나가던 이인복은 4회를 벝이지 못했다. 1회초 팀 타선의 3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 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좌익수 전준우가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지만 타구를 걷어내지 못했다. 이후 류지혁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만든 1사 3루에서 구자욱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면서 실점했다. 그러나 카데나스는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1회를 겨우 마쳤다.
2회 강민호를 유격수 땅볼, 김영웅을 삼진, 이성규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삼자범퇴 안정감을 되찾았지만 3회 하위타선을 극복하지 못했다. 3회 선두타자 김현준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그런데 9번 타자 안주형에게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고 김지찬에게도 볼넷을 내주면서 1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류지혁에게 우선상 2타점 2루타를 얻어 맞아 3-3 동점을 내줬다. 구자욱을 사구로 내보내며 맞이한 2사 1,2루에서는 강민호에게 좌월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3-6으로 경기가 뒤집혔다.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4회말 선두타자 이성규에게 좌월 솔로포를 헌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인복이 헌납한 분위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삼성 타선의 기를 살려줬고 이인복 이후 올라온 박진 진해수 이민석이 모두 삼성 타선을 억제하지 못했다. 롯데는 일찌감치 백기를 던졌고 4-21의 대패를 당했다. 올 시즌 팀 최다 실점 완패였다.
이인복은 올해 8경기 등판했다. 선발 등판은 6경기. 하지만 등판했던 모든 경기에서 팀은 패했다. 8전 전패를 했다. 4월11일 사직 삼성전 6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 유일한 퀄리티스타트 경기. 그러나 이 경기에서 마저도 팀은 패했다.
포심 대신 투심을 주무기로 하는 이인복은 맞춰잡는 유형의 투수다. 투심의 무브먼트가 제대로 이뤄지면 타자들의 방망이를 빗겨가면서 정타를 억제할 수 있다. 타구 스피드가 빠를 수는 있지만 이 타구들이 외야가 아닌 내야에 갇히면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투심의 무브먼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제구도 흔들리면 타구들이 강하고 빠르게 외야로 향한다. 20일 경기가 그랬다. 사실 올 시즌 내내 이인복의 경기 흐름은 비슷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지명된 이인복은 대기만성형 선수였다. 입단 이후 부상 등으로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잃었다. 경찰 야구단에서 병역을 해결하고 난 뒤 투심을 배웠고 투심 장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땅볼 유도형 투수로 변신했다.
2021시즌 스윙맨으로 25경기 61⅓이닝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4.11로 가능성을 보여준 뒤 2022년 26경기 126⅔이닝 9승9패 평균자책점 4.19로 10승급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인복은 10승급 선발 투수로 거듭나는 듯 했다.
하지만 2023시즌 스프링캠프 직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이후 2022시즌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2023시즌 도중 복귀했지만 10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6.48에 그쳤고 올해 역시 부진하다.
수술 이후 투심의 무브먼트가 이전보다 완만해졌고 변화구와 제구 모두 흔들렸다. 2022년의 모습을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뼛조각 제거 수술 이후 복귀 시점이 너무 빨랐다는 구단 안팎의 분석도 있지만 올 시즌 역시 좀처럼 본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이인복을 5선발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캠프에서의 투구 내용은 그만큼 훌륭했고 모두의 평가가 그랬다. 김태형 감독은 이인복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패배 요정’이 된 이인복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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