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타기는 흥행했는데 보험 비교·추천은 왜 외면받을까 [이슈+]

김수미 2024. 7. 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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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보험은 ‘빅 3’ 보험사 빠지고
펫보험은 업계 1,2 빠지고 3사만 참여
자동차보험은 이용대비 계약 10분의 1
플랫폼사-보험사 수수료 갈등, 보험사간 이견
보험사 “수수료 높아서 참여 필요성 못 느껴”
플랫폼사 “보험사 기존 제휴사보다 수수료 낮아”
“3자 협의체, 금융당국 조율 없어 평행선”
금융당국이 소비자 편의와 보험료 절감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소비자와 보험사의 외면을 받고 있다.

여행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는 ‘빅4’ 손해보험이 불참하고, 펫보험은 업계 1, 2위가 빠지고 3개 보험사만 참여한채 ‘반쪽 출범’했다. 지난 1월 시작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은 대부분의 보험사가 참여했음에도 서비스 이용대비 실제 보험계약 체결 건수가 10분의 1에 그쳤다.

플랫폼사와 보험사간 수수료 갈등, 보험사간 이견이 흥행 실패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진통 끝에 선보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플랫폼사-보험사 수수료 줄다리기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11개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 맞춤형 추천하는 서비스다.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고 보험 판매채널의 다양화와 보험사 간 경쟁을 촉진해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자동차보험은 상품설계와 보장이 비교적 단순한데다 의무 보험이어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을 것이란 기대 속에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의 대환대출(갈아타기) 플랫폼 흥행을 지켜본 금융당국은 보험설계사들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을 설득해 참여시켰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서비스 출시 후 5개월간 49만여 명이 플랫폼을 이용했지만 실제 보험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약 4만6000여 건에 불과했다. 10명 중 1명만 플랫폼을 통해 가입한 것이다. 

한 플랫폼사 관계자는 21일 “대형 손보사들이 플랫폼에 올린 상품 보험료에 (플랫폼사에 낸) 중개수수료 3∼3.5%를 고스란히 반영해 자사 다이렉트 채널보다 더 높게 책정했다”면서 “그러니 소비자들은 플랫폼에서 가격만 비교하고 보험료가 더 싼 보험사 다이렉트채널에 가서 가입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을 갱신할 때 필요한 기존 보험의 만기일 정보를 플랫폼사에 제공하지 않는 것도 소비자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형 보험사들은 플랫폼사가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한다며 비교추천 서비스 참여를 꺼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플랫폼 단기보험 수수료의 경우 대면 모집(보험설계사) 수수료의 33% 이내, 장기보험은 대면 모집 수수료의 15~20% 이내로 각각 제한했다. 플랫폼이 수취하는 수수료가 보험료에 전가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빅4 업체들은 ”네이버가 수수료율을 9%로 요구해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선다”고 주장했고, 결국 18일 출범한 네이버의 여행자보험 플랫폼에 올라타지 못했다. 

이들은 “네이버가 오픈 기념 ‘10% 페이백’ 프로모션을 위해 보험사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나아가 소비자 보험료까지 올리게하는 갑질을 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저축보험 비교서비스에 참여중인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플랫폼에서 팔아봤자 남는게 없는데 당국의 드라이브로 마지못해 서너 개 회사만 하고 있다”면서 “저축보험은 수요도 없는데다 생보사의 주력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 측은 “여행자보험은 대부분 설계사 통해 가입하지 않고 보험사가 온라인 배너광고나 제휴사를 통해 판매하는데, 중소보험사의 경우 제휴사 수수료가 30% 넘엇던 것과 비교하면 플랫폼 수수료가 훨씬 적다”면서 “저축보험 수수료도 보험사들이 은행에 주는 방카슈랑스 수수료율의 3분에 1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보험사간 이해관계도 엇갈려

보험사간 엇갈린 이해관계도 서비스 순항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당초 4월에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장기보험으로 출시하는 보험사들과 일반(단기)보험을 취급하는 삼성화재간 이견으로  3개월 늦어졌다.  

이 과정에서 22개 생명보험사와 18개 손해보험사, 11개 핀테크사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11월에 구성한 3자 협의체가 아무 기능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6월에서야 펫보험 장·단기 서비스 갈등을 교통 정리했을 뿐 수수료 갈등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핀테크와 금융사가 협상할 사안이고, 우리에게 (조율)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상품과 달리 보험 서비스가 흥행에 실패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시작해서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며 “보험은 대출과 달리 비교추천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돼 있고 수요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비스가 교착 상태에 빠진만큼 드라이브를 걸었던 당국이 조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수수료율 상한선을 만들었지만 기준이 되는 수수료가 공시되지 않아 깜깜이 협상으로 갈등만 커지는만큼 수수료율을 공시해야 한다”면서 “당국의 조율 없이는 이대로 서비스가 순항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가 말한 ‘금융판 BTS’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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