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종전 [유레카]

유강문 기자 2024. 7. 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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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자는 논의가 빨라질 듯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데 극도로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국 '한반도식 정전협정'으로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이길 수 없고, 러시아는 질 수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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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자는 논의가 빨라질 듯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데 극도로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서다. 유세 도중 암살될 위기에서 겨우 목숨을 구한 직후 그의 대선 승리 확률은 60%를 넘어섰다. 그는 이미 “대통령에 재선하면 러시아와 타협을 통해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종전 방안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러시아와 타협을 운운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는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미국 언론들은 군사적 지원을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넘겨주는 쪽으로 종전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크라이나 처지에서 보면, 영토의 20%를 떼주도록 강요받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결연히 거부할 것이고, 유럽 동맹국들도 반발할 것이다. 누구라도 3년째 끌어온 전쟁을 단 하루 만에 종식시킬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국 ‘한반도식 정전협정’으로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이길 수 없고, 러시아는 질 수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황이 정전 협상을 앞둔 한반도 상황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양쪽 모두 엄청난 사상자를 쏟아내고 있지만, 어느 쪽도 압도적인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도 처음 1년간은 극적인 진퇴를 거듭했으나, 이후에는 교착된 전선을 사이에 두고 소모적인 교전을 이어갔다.

정전협정은 본디 승전국과 패전국 사이에 임시로 체결되는 군사적 조처였다. 승패가 명확히 갈렸을 때 교전을 멈춤으로써 승전국이 패전국을 일방적으로 핍박하지 못하도록 막는 외교적 장치도 겸했다. 2차 세계대전 끄트머리에 옛소련과 독일·이탈리아가 맺은 협정이나, 태평양전쟁 말미에 일본이 서명한 항복 문서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반도 정전협정은 전쟁의 승패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참전국들의 정치적 셈법에 의해 맺어졌다. 전쟁 도중에 전쟁을 동결한 것이다.

동결된 한국전쟁은 결국 분단 고착화로 이어졌다. 남북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71년째 대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동결된다면 길건 짧건 한반도처럼 분단의 시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 동결된 전쟁이 언제든 전면전으로 점화할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고통일 것이다.

유강문 논설위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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