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김태곤 "故 이선균 현장에서 도움준 믿고 의지할 형이었다" [인터뷰M]

김경희 2024. 7. 21. 14: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후 '탈출')를 만든 김태곤 감독을 만났다. 이 영화는 지난해 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프랑스, 돌일,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홍콩, 일본 등 140개국에 선 판매되기도 했다. 칸에서 상영 당시 언론은 혹평을 쏟아냈지만 1년을 묵혀 이번에 공개한 이 작품은 故 이선균의 유작이라는 의미까지 담은 화제작이 되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김태곤 감독은 이선균의 캐스팅에 대해 "일단은 소속사와 친해서 배우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 이선균의 작품을 보니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하고 코미디, 멜로, 드라마 등 스펙트럼이 넓은데 유독 재난 영화는 안 했더라. 그래서 제안드렸더니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의아해하셨다. 시나리오를 보시고는 우리나라에서 못 봤던 소재같다며 재미있어하셨다"며 설명했다.

이선균이 연기한 캐릭터의 직업은 정치인이었다. 극 초반에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라 호감이 가지 않았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내지 않았던 부성애가 두드러지는 인물이었다. 감독은 "이 영화가 성장영화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변하는 게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이선균의 부성애를 어떻게 그릴지 많이 고민했다. 아빠를 구하는 딸이 있는 아빠는 어떤 아빠일지, 청와대에 일하는 사람이 대교에 갇혔다면, 이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딸을 대할 때도 이성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을 내리는 모습으로 결정했다."며 재난을 통해 아빠로서 한층 성장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김태곤 감독이 기억하는 이선균은 어떤 배우였을까. 그는 "이렇게 큰 영화는 처음이었다. 대규모 세트에서 큰 재화가 들어간 영화를 만드는 게 부담이었다. 이선균이 이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도 사실 편하게 의지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 때 많이 도움을 준 분이다. 형으로서 많이 도움 주고 의지하며 마지막까지 촬영을 했다."며 故 이선균을 이야기했다.

이선균이 연기한 캐릭터가 극을 중점적으로 끌고 갔다면 주지훈이 연기한 캐릭터는 극에 숨 쉴 틈을 주는 인물이었다. 감독은 "'신과 함께'를 통해 친분이 있던 주지훈인데 양아치 같은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다고 하더라. 너무 흔쾌히 한다고 해서 제가 더 놀랬다"라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다.

감독은 "주지훈이 살아 있는 조박 캐릭터를 만들어 줬다"라고 이야기하며 "날 것 같은 느낌의 코믹한 역할이었다. 분장도 즐기며 했던 것 같고 불 뿜는 장면도 직접 했다. 원래 CG로 만들 계획이었고 현장에 차력사가 와서 소스를 촬영하기로 했는데 그걸 보더니 자기도 할 수 있겠다면서 직접 했다. 차력사보다 불을 더 크게 만들어서 다들 손뼉 치며 좋아했었다."라며 의욕도 많았고 즐기며 촬영했다는 주지훈의 현장 모습을 전했다.

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주지훈 캐릭터에 대해 비호감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감독은 "캐릭터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가져갈지, 아니면 체험적인 부분에 더 무게감을 줄지 선택을 해야 했다. 개인의 서사 설명보다는 사건의 전개속도나 긴장감 쪽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그런 결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빠를 구하는 용감한 딸을 연기한 김수안의 경우 '부산행'과 비교될까봐 무조건 캐스팅을 피하려고 했다고.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봤는데 김수안이 제일 잘하더라. '결국 너구나' 해서 캐스팅했다. 주체적인 인간의 모습과 누군가의 딸의 부분이 걸쳐져 있는 인물인데 그런 경계에서 어른이 되는 지점으로 넘어가는 모습도 보이며 기존의 이미지와 차별화가 생길거라 생각했다."며 우려가 있었던 캐스팅이었지만 차별화의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작품 속에서 또 이해가 안된다는 평을 받은 캐릭터는 김희원이 연기한 양박사였다. "정말 미친과학자로 보이면 안됐다. 인간으로 그려져야 했다. 저도 엄청 겁이 났다. 이 인물이 이렇게 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야 했어서 김희원과 캐스팅과정에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상의했었다. 구조용으로 개들을 훈련시키고 만들어 낸 사람인데 실험 과정에서 계속 개들이 죽어가는 걸 겪으며 상처가 있었고 죄책감도 느껴 그래서 약을 먹게 된 인물이라 생각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며 상실감도 컸을 것. 그런 감정을 따라가면 이 인물의 변화가 납득이 될거라 생각했다."는 설명을 했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재난이었던 에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실제 개를 데리고 촬영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마음대로 움직여주지도 않고 동물복지등 신경 쓸 것이 많아서 CG로 구현했다. 물론 개를 데려다 놓고 소스 촬영은 했다. 그래서 움직임이 과장되더라도 CG로 속도감, 위협감, 무게감을 가미시키려 했고 공격성을 신경 써서 작업했다."며 에코의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대규모 개들이 등장할 뿐 아니라 이 개들이 군사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위협한다는 소재는 신선했다. 감독은 "어떤 부분은 훨씬 더 애니메이션처럼 과장되게 느끼도록 만들고 어떤 부분은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들려 했다. 딱히 뭔가를 참고하지는 않았지만 털이 날리는 것보다는 털이 짧은 개가 제작에도 유리해서 견종은 카네코르소로 결정했다. 이 개를 보니 가만히 있는데도 느껴지는 페이소스가 있더라. 클로즈업 샷을 찍었을 때 다양한 감정이 들게 하는 게 목표였다. 페이소스와 동시에 위협적이면 좋겠어서 선택한 견종"이라며 영화 속 에코의 설정 이유를 밝혔다.

에코를 만들어 내며 고민이 많았다는 감독은 "세상에 없는 걸 있다고 하려니 의문점이 계속 꼬리를 물고 나오더라.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입력하면 그 사람이 신음소리만 내도 찾아낼 수 있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했고, 그렇게 찾아낸 사람을 유사시에는 물어 죽이게 하는 게 과적으로 가능한 부분이더라. 이걸로 시작을 했지만 이런 설명을 다 세밀하게 영화로 담아내려니 복잡해졌다. 그래서 오류 난 개로 심플하게 가져갔다."며 에코들이 움직이는 동력과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했다.

이후 에코9이 에코들의 리더로 군림하며 에코들끼리 소통을 하는 설정이고 에코 역시도 이 다리에서 탈출하는게 목표였다고. 그런데 총기를 들고 위협하는 사람과 독가스 등 이들에게도 상황은 위협적이었다. 그래서 혼란이 오며 총을 든 사람은 죽이지만 민간인도 어쩔수 없이 죽이게 되고 나중에 에코들의 목표는 양박사로 좁혀지고, 자신을 괴롭힌 양박사를 죽이는게 에코9의 최종 목표였을거라는 설명을 감독은 덧붙였다.

이런 자세한 이야기가 영화에서 펼쳐졌다면 좀 더 친절하고 쉽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텐데 영화에서는 이런 설정들이 생략되거나 너무 빨리 장면이 넘어가는 바람에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한채 진행된다. 감독은 "개의 설정에 세세하게 신경쓰고 요소를 넣을까 생각하고 보니 이 작품의 장르가 바뀌더라. 그게 위험해 보여서 그냥 영화적 허용으로 간단하게 넘어갔다."며 이유를 밝혔다.

인터뷰를 통해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들의 이유와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불친절하고 뻔했던 이야기가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한다. 하지만 인물들의 서사도 충실히 담으면서 장르적인 재미도 가져올 수는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김태곤 감독은 "영화 한 편을 제 자식이라 생각한다. 이 아이가 잘 컸으면 좋겠고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어렵게 잉태한 아이라 더 애착이 간다"며 영화의 의미를 밝혔다.

짙은 안갯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Copyright © MBC연예.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