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거친 입도 실적 앞에선 안통해”…울다 웃은 TSMC·엔비디아, 삼전개미 미래는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4. 7. 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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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AP연합뉴스]
이번 주 트럼프 미 유력 대선후보의 단 한마디가 뜨거웠던 주식 시장을 출렁이게 했습니다. 그의 높아진 대선 승리 가능성만큼 그의 입은 어느 무기보다 파괴력이 컸습니다. 질풍가도였던 엔비디아와 TSMC를 한 번에 주저앉혔죠.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설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겐 어떤 영향이 이어질까요? 이번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대만이 반도체 다 가져갔다” 비판에 반도체주 급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언론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 등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방위비 인상 요구로 압박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대만이 미국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지만, 이제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그들은 (여기에) 짓겠지만 이후에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 TSMC 등에 지급한 반도체법 보조금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죠.

엔비디아 17일 주가 추이. [자료=야후]
이 한마디가 미친 파급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장밋빛 전망들이 이미 많이 먼저 반영되어있던 주가는 리스크에 예민하게 반응했죠.

뉴욕증시에서 AI 랠리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17일(현지시간) 전날 대비 6.64% 급락한 117.9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 반도체 기업 AMD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주가도 각각 10.21%와 7.98% 떨어졌습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12.29% 폭락했습니다. 브로드컴과 퀄컴도 각각 7.91%와 8.61% 주저앉았고,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델테크놀러지도 6.27%와 6.77% 하락하는 등 대부분의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미 대표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날보다 6.81% 내렸습니다.

강해지는 대중 무역제재도 하락세 부추겨
반도체 기업을 울게 만든 건 트럼프뿐 아닙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무역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악영향을 줬죠.

특히 중국 매출 비중이 늘어난 ASML 주가는 이날 하루 두 자릿수 하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ASML은 지난 2분기에 중국 매출이 급증하면서 중국이 회사 매출의 약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밴스 상원의원. [사진 제공=AFP]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중국 리스크는 지금보다 더 심화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부통령으로 지명한 밴스 상원의원은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열렬히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미국 대외 정책에서 동아시아 문제에 집중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지지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산 상품 관세율 인상 계획도 찬성하고 있죠.

미국 중심 기업 인텔은 반사이익 기대
인텔 애리조나 공장 건설현장. 자료=인텔
하지만 모든 반도체 기업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날 인텔은 장중 8%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다 0.35% 상승 마감했습니다. 인텔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이죠.

특히 인텔은 TSMC 대신 전략적으로 미국 정부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반영됐습니다.

다만 같은 미국 기업이지만 마이크론은 생산 기지가 대만에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 의존도 높은 SK하이닉스 직격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과 만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최태원 회장 SNS 계정]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트럼프의 발언은 분명 호재는 아닙니다. 특히 대만 기업과 연관이 깊은 기업들은 직접적 타격을 받았죠.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5.36% 내린 22만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낙폭은 지난해 10월 26일(-5.88%) 이후 9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입니다. 그 다음날인 18일도 3% 이상 하락했죠.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한미반도체도 5.18% 하락해 15만94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다만 엔비디아 의존도가 아직 적은 삼성전자는 1.14% 소폭 하락에 그쳤습니다. 오히려 다음날 18일에는 상승 전환했죠. 파운드리 TSMC 견제를 위해 트럼프 정부가 가장 강력한 도전자인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일부 반영되어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의 다음 타겟이 대만을 넘어 한국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리스크는 남아있습니다. 이미 많은 실적 기대가 선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의 리스크만 발생해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죠.

TSMC “AI 칩 공급 제한 여전”…엔비디아 2.6% 반등
결국 중요한 것은 리스크를 기우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실적을 직접 숫자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TSMC는 AI 열풍 영향으로 올해 2분기에 예상치를 뛰어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SMC는 2분기 순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한 2478억 대만달러(약 10조5000억원)로 집계됐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이는 블룸버그 전망치 2350억 대만달러를 웃도는 결과입니다.

웨이저자 TSMC 회장. [사진 제공=TSMC]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도 수요와 공급을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며 “수요가 너무 많아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러면서 “공급은 2025년까지 매우 타이트하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TSMC의 주가도 하락세를 멈추고 이날 장 마감 후 시외거래 기준 0.60% 상승전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급락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전날보다 2.63% 오른 121.09달러(16만783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중 한때 4%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글로벌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기업들에 관한 투자 정보를 매주 연재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소식을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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