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에 심장부 공격당한 이스라엘, 첫 예멘 공습···친이란 대리세력과 확전 치닫나

선명수 기자 2024. 7. 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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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예멘 북부 호데이다 항구의 유류시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20일(현지시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공습했다. 전날 이스라엘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도시 텔아비브가 후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한 데 따른 보복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예멘 영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내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홍해와 접한 예멘 북부 항구도시 호데이다에 F-15·F-35 등 전투기 12대를 출격 시켜 후티 정유시설 등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예멘 현지 알마시라TV는 이번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죽고 87명이 다쳤으며, 사상자 대부분이 정유시설 폭격으로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 단독으로 수행했으며, 폭격에 앞서 미국 등 동맹국에 작전 계획을 미리 공유했다.

이스라엘군은 후티가 장악한 호데이다 항구가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는 통로로 활용돼 왔다며 이곳이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TV 연설을 통해 “호데이다는 무고한 곳이 아니라 이란 무기가 반입되는 군사 목적의 항구”라며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어디든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적들에게 상기시켰다”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예멘 공습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지만, 전날 텔아비브가 공격당한 후 이스라엘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전날 후티는 이스라엘의 국제법상 수도(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이라고 주장)이자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에 드론 공격을 단행,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하며 홍해를 오가는 상선들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 왔으나,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해에서 후티의 군사 도발이 계속되자 미국·영국 연합군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호데이다 등 예멘 내 후티 근거지를 공습한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예멘 영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처음이다.

양측이 상대방 영토를 겨냥한 공격을 주고받으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 간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 북부 국경지대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각각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대응해야 할 위협 범위가 확대된 셈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예멘 공습에 이어 레바논 남부 아들룬에 있는 헤즈볼라 탄약고를 공격하는 등 헤즈볼라와의 군사적 충돌도 빈번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국제사회를 향해 “하마스와 헤즈볼라처럼 후티는 이란의 ‘악의 축’에서 필수 요소”라며 “중동 안정을 위해 ‘악의 축’에 맞서야 하며 예멘, 가자, 레바논 등지에서 이란 및 그 대리인과 싸우는 이스라엘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티는 이날 공습 이후 “이스라엘 핵심 표적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나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티는 호데이다 공습에 대한 재반격으로 21일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이스라엘군은 영토 밖에서 미사일을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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