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역대급 대미흑자 부메랑? 트럼프 재집권 리스크 우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역대급 대미 무역흑자’ 등을 기록 중인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증시가 트럼프 후보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가 하면 대미 수출 증가나 무역흑자 행진이 우리나라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 후보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사실상 자국의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약탈’로 간주해 왔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9일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감안할 때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정권에 상관없이 양국의 교역·투자 등 우호적인 경제협력 관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최 부총리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미국 대선의 전개 양상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18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으로 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대인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지키겠다고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가 와서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우리나라를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일본 독일처럼 미국에 자동차 등의 수출을 많이 하는 동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 증가한 28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 흑자(231억 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액을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28.9% 증가한 190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반도체(45억 달러) ▷자동차부품(41억 달러) ▷석유제품(27억 달러) ▷컴퓨터(18억 달러) ▷배터리(16억 달러) 등 순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 발언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실적은 되레 ‘부메랑’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이 우리나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미국 무역흑자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업종이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정조준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이차전지·반도체 등에 직접적인 충격이 우려된다.
글로벌 공급망 정책도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대중국 ‘디리스킹’ 기조하에 동맹국 중심 공급망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초점을 맞췄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철저하게 자국 내 공급망인 ‘온쇼어링’(on-shoring)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트럼프 정책이 초래할 물가 상승은 우리나라 정책당국의 거시경제 운영에 부담을 가할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감세 정책으로 미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고율 관세에 따른 수입물가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스케줄에 정치적 변수가 추가된 것도 한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11월 대선 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춰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에 시동을 걸더라도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스텝에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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