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 플레이어+야구 잘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았으면”…KBO리그 떠나는 잠실 예수의 마지막 바람 [MK인터뷰]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4. 7. 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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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팀 플레이어,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KBO리그에서의 모든 여정을 마친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켈리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LG 트윈스의 선발투수로 등판, 2.2이닝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오후 6시 50분 거센 비로 경기가 중단됐고, 8시 29분 끝내 우천 노게임이 선언되며, 켈리는 한국에서의 행보를 모두 마치게 됐다.

20일 경기가 끝나고 만난 켈리. 사진(잠실 서울)=이한주 기자
켈리는 LG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였다. 사진=천정한 기자
명실상부 켈리는 LG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다. 2019년부터 LG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그는 KBO리그 통산 163경기(989.1이닝)에서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2022시즌에는 27경기(166.1이닝)에 출격해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다승왕을 차지했고, 2023시즌에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을 올리며 지난 1994년 이후 29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1990, 1994, 2023) LG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좋지 못했다. 3월 1패 평균자책점 4.91, 4월 1승 3패 평균자책점 5.16, 5월 1승 2패 평균자책점 6.55에 그쳤다. 이후 차명석 LG 단장이 외국인 투수를 살펴보기 위해 5월 말 미국으로 떠나자 6월 2승 1패 평균자책점 2.91, 7월 1승 1패 평균자책점 3.71로 한층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복 있는 투구를 선보였고, 결국 LG는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20일 경기가 노게임 선언된 후 취재진과 만난 켈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이 나왔는데, 신경쓰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며 “한국에서 보낸 5년 반의 시간 동안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에 왔을 때 한국 팬 여러분이 저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을 떠나기 전 한 번 더 등판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LG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졌던 켈리. 사진=김영구 기자
마지막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인 켈리였다. 전날(19일) 구단으로부터 이별 사실을 받아 들었지만, 가족들과 상의한 뒤 이날 경기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아쉽게 우천 노게임 선언으로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잠실 예수다운 행보였다.

켈리는 “아내와 상의를 했다. 오늘 던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판단했다.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몰랐던 상태였는데, 이렇게 된 것 잠실 팬 들앞에서 한 번 더 하자고 생각했다”며 “또 다른 이유는 우리 팀 동료들, 지난 5년 반 동안 함께해서 특별하고 감사했던 동료들과 한 번 더 해 보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켈리와 염경엽 감독, 사진=김영구 기자
우천으로 중단된 뒤 경기가 재개되면 다시 마운드로 나가려 했던 켈리다. 그는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 비가 그치고 게임이 재개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끝내지 못한 이닝을 끝내고 싶었다”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집중했다. 두 번째 비가 쏟아져 중단됐을 때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2이닝을 잘 던지며 동료들과 야구를 했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했다.

경기가 노게임 선언된 후 LG는 이례적으로 성대하게 켈리의 고별식을 치러줬다. 굵은 빗방울 속에서도 많은 LG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켈리를 배웅했다.

켈리는 “굉장히 놀라웠다. 아마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중 이런 행사를 했던 경우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한국 생활이 저에게 특별한 시간이었고 세리머니가 열릴 것이라 전혀 생각 못 했다”며 “눈물 부여잡고 잘 참았는데, 세리머니 시작하니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았고, 비도 많이 왔는데 팬 여러분들이 남아주셔서 그 순간은 제 마음 한 구석 특별한 공간에 남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고별식 마지막 순간 팬들에게 큰 절을 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것도 준비 안한 상태였다. 그런데 팬 여러분들께서 끝까지 남아주셨고, 구단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기뻐하는 켈리. 사진=천정환 기자
한국 생활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단연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이었다고.

켈리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당연히 한국시리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은 5차전이었다. 5차전에 이겨서 29년 만에 우승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렇고 구단도 그렇고 우승팀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 경기에 나가 승리투수가 될 수 있어 영광이고 특별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랐다.

“야구 선수 이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LG와 처음 사인 하는 순간부터 팬 여러분께서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다. 사실 처음에는 한국의 팬심을 잘 이해 못 했는데 경험 해보니 KBO리그 팬심이 놀랍고 감명을 많이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려 노력했다. 팀을 위해 희생을 하기도 했는데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다”. 켈리의 말이다.

끝으로 켈리는 “오늘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행복한 것은 건강하고, 시즌을 거듭하면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라며 “다음 주까지 생각할 시간이 있을 텐데 여러 옵션이 있다. 미국일지 대만일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난 여전히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고 야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무리 한 켈리는 앞으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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