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 무단 결근해도 '해고' 안돼…직장인들 납득할까요"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2024. 7. 2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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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활동 참여' 이유로 일방적 결근한 노조 간부
전임자 아닌데도 전임자 처우 해달라 요구
회사가 거부하자 일방적 무단결근
지노위 "55일이나 무단결근...해고 정당"
중노위 "교섭한다고 회사에 통보...기망 아냐" 뒤집어
전문가 "대기업 노조 활동 과보호...공정성 의심"
사진=한경DB

39일을 무단 결근해도 해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교섭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명목으로 무단결근을 했더라도 이를 회사에 통보했다면 회사를 속인 '기망'도 아니라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려 39일을 무단결근했는데 해고 사유가 안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경제가 입수한 중앙노동위 재심판정서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현대제철 소속 전 금속노조 간부 A씨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초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중앙2024부해498).  

사진=연합


A씨는 1996년 이 회사의 전신인 한보철강에 입사한 이후 고용승계 돼 현대제철서 근무해왔다. 2021년 말 A씨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근로자들로 조직된 현대제철 '지회'가 소속된 금속노조 충남'지부' 지부장으로 당선됐다.    

지회는 2021년 12월 회사에 지부장 A와 지회장까지 두명을 '근로시간 면제자(노조 전임자)'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법에 따라 전임자를 1명만 선임할 수 있다며 수용 불가를 통지했다. 노조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노조 규모에 따라 전임자 숫자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지회에서 전임자를 특정하지 않자 회사는 A에게 2023년 1월 1일자로 복직을 요청했다.

문제는 A가 금속노조와 현대제철 간 교섭에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벌어졌다. 금속노조는 회사에 "교섭기간 중 결근을 해야 하니 이에 대해 출근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A는 지정된 전임자가 아니다"라며 요구사항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그럼에도 A는 4월 13일부터 8월 1일 기간 중 교섭에 참여하겠다며 출근하지 않았다. 심지어 노조는 A의 결근이 시작된지 약 3개월만인 7월 17일에서야 비로소 회사에 A를 포함한 교섭위원 참석명단을 통보했다. 결국 이 전체 기간 동안 A의 무단 결근일수는 55일에 달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A를 무단결근을 사유로 해고하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것이다.  

심판과정에서 A는 "교섭 절차에 참석했으므로 무단결근이 아니다"라며 "특히 교섭 명단을 발송한 후 교섭위원 처우를 받은 시점인 7월 17일부터는 무단 결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회사 근태관리자(인사담당자)들도 A가 교섭위원으로 나선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근태 관리자들을 속인(기망한) 사실도 없다"며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초심 충남지방노동위는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교섭위원 처우를 인정받지 않았으나 처우를 인정받은 것처럼 근태관리자를 기망하고 55일간 무단결근했으므로 정당한 해고"라고 판단했다. 징계가 과도하다는 A의 주장엔 "동료들의 신뢰를 이용해 업무를 방해한 점을 고려하면 징계가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회사가 A에게 "교섭위원 처우는 불가능하니 근태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을 한 점, A가 징계 과정에서 "전임자 처우에 대해 결론이 안 난 상태에서 출근하지 않은 상황을 인정한다"라고 진술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중노위는 초심 판단을 뒤집었다. 중노위는 A와 노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먼저 "(회사에 교섭 명단을 발송한) 7월 17일부터 8월 1일까지는 무단결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교섭위원 명단을 통보한 것 자체로 정당한 조합활동이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교섭위원 명단 통보 전인 4월 13일부터 7월 16일까지 '39일'만 무단결근으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중노위는 39일 무단결근만으로는 해고가 과하다고도 판단했다. 중노위는 "회사가 결근 사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수개월간 결근에 대해 경고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회사의 탓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결론을 놓고 업계와 노동법학계 일각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중노위 역시 39일에 대해서는 무단결근이 성립한다고 봤다"며 "석연찮은 이유로 해고 사유가 과도하다고 봤는데 법리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변호사도 "중노위는 회사에 일방적으로 전임자로 처우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결근했다면 회사 동의와 상관 없이 기망이 아니라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과거 이 회사의 징계 사례를 봐도 해고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는 과거 2019년 연속 28일 무단결근해서 면직을 당한 사례가 있었고 2010년에도 월 통산 7일 이상 무단결근 한 경우 면직한 사례가 있다. 

실제로 우리 대법원은 △연속 3일 이상 △5일 이상 △한 달에 7일의 무단결근한 경우에 있어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사례가 있다. 반면 1년 2개월 동안 7일 이상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한 사안에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노위도 13일의 무단결근에 대해서도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중앙2024부해330).

한 노사관계전문가는 "결국 대기업 노조의 전임자 활동에 대해 일반 근로자들은 상상도 할수 없는 수준의 면죄부를 부여한 판정"이라며 "별다른 추가 사실관계가 없음에도 초심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될 법하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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