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상속세, 섬세한 연구 필요…경제성장 방향으로 진화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경제계 숙원인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기업별 상황에 맞춘 섬세한 제도, 즉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고민을 좀 더 해서 가능한 한 기업을 좋게 만들고 경제가 성장하도록 상속세가 진화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디테일한 연구가 더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이고 할증이 붙으면 60%인데, 40%로 내린다고 하면 40%가 정답이고 50%는 아니라는 것인가. 그럴 리는 없다"며 "조금 더 디테일이 필요하고, 그 디테일은 어떤 기업이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그걸 받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 법은 그게 없다"며 "그냥 모든 사람은 다 동일 하다고 생각해서 ‘당신이 받는 상속 금액의 몇 퍼센트를 당장 내세요’, 혹은 ‘5년간 잘라서 낼 수 있도록 합시다’ 정도 밖에 없다"고 했다.
최 회장은 "가업 승계, 상속은 이분법으로 자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걸 물려받을 후계자의 선택"이라며 "관련 방식을 커스터마이즈(맞춤)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룸(여지)을 많이 열어주면 열어줄수록 기업들 부담이 줄기 때문에, 그 다음 자기 선택에 의해 세금을 어떻게 낼지 결정할 수 있다"며 "유연성을 훨씬 더 제공한다면 (상속세 문제는)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해선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팹) 하나를 건설하는 데 20조 원 가량이 든다"며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지금 상황이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우는 쌓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비용이) 더 많이 들다 보니,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거액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사업 지원과 생산 시설 유치에 나서는 반면, 국내 반도체산업은 보조금보다는 세제·금융 지원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 회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때문에 메모리 증가가 더 필요한 상태가 됐다"며 "정부에서도 뭔가를 해 주셔야 하는데 ‘알아서 혼자 하라’고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주요국의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을 거론하며 "이렇게 해줘야 자기네 나라에 와서 팹을 짓거나 생산하니까 미국도 하는 것이고, 일본에서도 상당히 많은 팹이 건설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걸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 라는 게 지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AI 기술발전 시나리오와 관련해선 "학교 시스템을 만들듯이 AI 인프라스트럭처(기반)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이게 일상화되는 속도가 빨라지면 많은 AI 전사들을 기를 것이고, AI 시대에서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좋은 씨앗들, 묘목이 될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 회장은 아울러 미국 대선과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트럼프니까 라고 생각하거나 바이든이 되면 바이든은 어떨 것이다 라고 단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두 사람 공통적으로 중국에 대한 이야기(정책)는 별로 바뀔 리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불확실성은 증대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액션을 하려면 어려울 점도 있을 것 같고, 바이든은 해왔던 정책을 4년 더 한다면 불확실성이라고 이야기할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귀포=최준영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물폭탄 장마 지나니 태풍 오나…3호 태풍 ‘개미’ 발생
- 이준석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당선시 일주일 뒤 축출 시도할 것”
- [속보]조국 “술 취한 선장 끌어내려야…국정농단 징후 드러나”
- ‘김호중 수법’ 안 통한다…사고 후 소주 2병 ‘술타기’ 운전자의 결말
- 장모·사위가 불륜 관계로…딸이 친정집서 목도
- 고속도로 교량 붕괴로 11명 사망·30명 실종…폭우로 인명피해 속출하는 中
- 스나이퍼의 단 한발, 트럼프 총격범 잡았다...“백만번에 한번 나올 샷”
- ‘IQ 276’ 역사상 세계 1위 한국인 ‘의외의 희망직업’
- “정말 벗고 다닐건가요”…“상의 탈의하면 과태료 22만원” 금액 인상한 도시
- 동상에 키스하고 몸 비비고…금발 여성 관광객의 추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