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우리 온라인몰에 입점해주세요”…세계 1위 아마존까지 러브콜 보내는 K뷰티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7. 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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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쇼핑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이커머스·E-commerce) 기업 아마존이 최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회사들이 있어요. 대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들이에요. 해외에서 ‘K-뷰티’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그 주인공이죠.

아마존은 지난달 말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화장품 중소기업들을 위해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를 개최했어요. 한국 중소기업들이 만드는 화장품 브랜드의 세계적 성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프로젝트도 함께 발표했고요. 아마존이 기업들을 위한 설명회를 여는 건 일상적인 일이지만, 화장품이라는 특정 분야만을 위해 행사를 연 건 모든 국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해요.

K-뷰티, 원래 유명하지 않았나?
요즘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심상치 않아요. 정말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해요. 사실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별로 신기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예전과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 중요해요. 예전엔 국내 대표 화장품 회사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브랜드들이 미국‧일본‧중동 같은 다양한 국가에서 급격히 성장하는 모양새거든요.

한국 화장품 산업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위기를 겪었어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요. 하지만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성장한 거예요.

성공 사례로 선정돼 아마존의 K-뷰티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맡은 국내 중소 브랜드 ‘조선미녀’의 경우 일부 인기 제품이 아마존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해요. 조선미녀 브랜드를 보유한 중소기업 구다이글로벌의 매출은 2020년 1억원에서 2023년 1396억원으로 급증했어요.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조선미녀 외에도 아누아, 믹순, 스킨천사, 아임프롬, 티르티르 등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명하지 않은 중소기업 브랜드가 해외에서 사랑받는 사례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어요. 지난해 기준 아마존에서 한국 화장품 판매자들의 매출액은 직전 연도(2022년) 대비 78%나 증가했어요. 올해는 이보다 더 높은 증가율이 예상된대요.
중소 브랜드 원동력 된 ‘ODM’
중소기업들의 화장품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복합적이겠지만, 국내에 세계적인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있다는 점이 대표적 성공 요인으로 꼽혀요. 화장품을 직접 제조하기도 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요. 브랜드와 상품을 기획한 다음 ODM 기업에 제조를 의뢰하죠. 오랜 시간에 걸쳐 위탁생산에 관한 전문성과 기술을 갖춘 ODM 기업은 중소기업이 원하는 대로 금세 상품을 만들어 주고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예요. 국내 기업인 두 곳은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 함께 세계 3대 화장품 ODM 기업으로 꼽혀요. 많은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꾸준한 연구·개발로 전문적인 제조 기술도 보유하고 있죠. 작은 회사들의 제품부터,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명품 브랜드까지 사실상 모든 화장품을 제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이런 회사들이 한국에 있으니, 아이디어를 갖춘 중소기업들은 쉽게 여러 화장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거예요.

아이디어·기획력만 있으면 된다?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ODM 기업들이 중소 브랜드의 부족한 생산능력을 채워줬다면, CJ올리브영이 만들어 둔 1300여 개 매장은 중소 브랜드의 부족한 국내 판매 기반과 마케팅 역량을 채워주고 있어요. 좋은 화장품을 만들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ODM에 제조를 의뢰하고, 올리브영에서 팔 수 있게 됐어요. 화장품 시장의 진입 장벽이 확 낮아진 거예요.

화장품 제조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보유한 ODM 기업들이나 국내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의 독보적 존재인 올리브영의 경우 독과점 폐해도 우려해야 하는 만큼 무조건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힘들겠지만, 중소 화장품 브랜드에 기회를 마련해 준 건 확실해 보여요. 지난해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중 51%는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였다고 해요.

다시 중소기업 덕에 크는 ODM
중소기업들이 ODM 기업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해외 진출에 성공하자, 이 효과가 다시 ODM 기업들을 성장시키고 있어요. 한국 중소 브랜드 화장품이 가격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 화장품들을 만든 ODM의 고객사도 급증세래요.

이런 인기는 경영 실적을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코스맥스는 올해 1분기(1∼3월)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국콜마도 역대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어요. 특히 ‘실제로 벌어들인 돈’에 해당하는 영업이익 증가 폭은 두 회사 모두 엄청나요. 코스맥스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9.1% 늘었고, 한국콜마는 168.9% 증가했어요. 두 기업 모두 2분기에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돼요.

두 회사 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ODM 업체들의 실적도 좋았어요. 국내 3·4위에 해당하는 코스메카코리아와 씨앤씨인터내셔널도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해요. 화장품 브랜드와 ODM 기업들 모두 그야말로 ‘K-뷰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요.

대기업 제치고 수출 이끄는 중소기업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올해 1분기에 국내 화장품의 수출 금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정부에 따르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23억 달러(약 3조 1700억원)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1분기(약 18억 9000만 달러)보다 21.7% 증가한 수치예요. 이런 분위기는 2분기에도 이어졌어요. 올해 상반기(1~2분기)를 기준으로 봐도 화장품 수출액은 1년 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48억 2000만달러(약 6조 7000억원)로 집게돼 역대 최고치였어요.

1분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체 화장품 수출 금액의 3분의 2가 넘는 67.4%는 중소기업 화장품이었어요. 수출 금액의 변화 양상을 보면 중소기업 화장품들의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띄어요. 대기업들의 화장품 수출액이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6.4% 줄어드는 동안,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30.1%나 증가했어요. 중소기업을 기준으로 화장품은 플라스틱 제품, 자동차 부품, 자동차,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을 모두 제치고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이었어요.

올해 1분기 기준. 국가명 아래 숫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자료=중소벤처기업부]
한국 중소기업 화장품의 판매 성장세는 특히 미국에서 두드러졌어요. 중소기업 화장품의 미국 수출액은 1년 전보다 무려 60.5% 증가했어요.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1위 수출 대상 국가였던 중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난 거예요. 이외에 일본으로 수출한 금액이 18.3%, 베트남 수출액이 35%, 홍콩 수출액이 41.7% 증가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팔린 국내 중소 브랜드 화장품이 전체적으로 늘어났어요.

전문가들은 케이팝(K-POP) 등 한국 콘텐츠의 확산이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인식과 함께 세계 각국의 한국 화장품 소비를 늘렸다고 분석해요. 당분간 K-뷰티의 성장세는 이어질 거라는 예상도 많이 나오는데요, 새로운 ‘수출 효자’로 떠오른 화장품 중소기업들은 과연 지금의 호황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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