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장나라의 완벽한 이혼쇼, 지승현 '오쟁이' 착각 탓?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증거에 사실관계를 끼워 맞추는 게 소송이다.”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 차은경(장나라 분)의 대사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를 관통하는 ‘차은경 이혼 소송’의 핵심은 ‘증거라고 믿는 착각에 자격지심 따위를 끼워 맞춘 오해’로 보인다.
20일 방송된 4회에서 위자료 청구 소장을 받아든 최사라(한재이 분)를 불러들인 차은경이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을 때 최사라는 “계획 같은 거 없습니다. 저희는 그냥..”이라 답했고 “그냥 뭐? 사랑한다 이런 소리 하게? 설마?”라고 차은경이 비아냥 거렸을 때 최사라는 한동안 생각을 곱씹는다.
물론 차은경의 입에 먼저 올라간 식상한 답변을 하기엔 자존심이 상해서 일 수도 있다. 아니면 차은경이 묻는 의도대로 예의 ‘사랑’은 큰 의미 없는 부수적인 항목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최사라의 답변은 “퇴사하겠습니다.”였다.
이어지는 대사를 보자. “그냥 일 해. 일은 잘하니까. 아, 승진 심사 얼마 안남았잖아?”(차은경) “맘에 안들어 하시는 줄 알았는데”(최사라) “왜 이제라도 인정받는 것 같아 좋아?”(차은경) “근데 왜 저한테 사라씨, 사라씨 그러셨어요? 다들 최실장이라고 부르는데?”(최사라) “지금 그게 중요해?”(차은경)
하지만 뜻밖에 최사라에겐 그게 중요해 보인다. 최사라는 차은경 생각 이상으로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인 모양이다. 몸 담은 대정로펌에 대한 애정도 충분하고 차은경이 인정한 이상으로 스스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불러주는 ‘최실장’이란 호칭에 성취감을 느꼈을 만 하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자신이 비서로 수행하는 차은경만큼은 ‘사라씨’란 호칭으로 자신을 부른다. 최사라는 그 호칭 어디에서도 자신에 대한 존중을 못느낀 모양이다. 그래서 차은경이 자신을 맘에 안들어한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날 그렇게 무시한다고? 나도 당신을 비웃어 주겠어’ 정도의 저급한 자격지심이 끼어든 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차은경의 남편 김지상(지승현 분)과 불륜관계를 맺게 된 이유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김지상은 어떤가? 역시 소장을 받아든 김지상도 차은경에게 전화한다. 블라블라 여러 소리가 오간 후 속울음을 감춘 차은경이 “저기요. 저한테 전화하지 마시고요. 제 변호사한테 전화하세요.”라 했을 때 김지상은 답한다. “변호사? 혹시 쪼르르 정우진한테 간 거야?”
대정로펌 수많은 변호사들 틈에서 김지상이 콕 집어 정우진(김준한 분)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5화 예고편에선 김지상의 손으로 추정되는 손이 작성하는 소장에 혼인관계 파탄에 이르게 된 이유가 ‘차은경의 외도’로 적시되고 ‘오피스 허즈밴드’라는 용어까지 등장한다.
그러고보면 김지상의 태도가 뜻밖에 뻣뻣하다. 최사라와의 불륜이 드러나 소송당한 주제에 김지상은 차은경에게 “다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어?”라고 당당히 묻는다. “전 국민 가십거리 되지 말고 우리끼리 합의해서 끝내!”라 말할 땐 마치 시혜라도 베푸는 듯한 표정이다. 차은경이 “내가? 굳이 왜?”할 땐 마치 분노한 듯 눈자위가 꿈틀거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온 거야. 가족이었던 정을 생각해서.”라 말할 땐 ‘다음은 없어!’ 라고 경고하는 기색조차 보인다.
김지상이 차은경과 정우진의 외도를 의심한다면 충분히 그럴만 하다. 직접적으로 추궁 못하는 것은 차마 ‘오쟁이 진’ 제 신세를 제 입으로 인정하기가 자존심 상해서 일 수 있다. 차은경의 닦달에 최사라가 아무 말 없었던 것도 김지상이 자존심 때문에 최사라에게 조차 말을 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합의로 끝내고 싶은 것도 소송이 진행돼 전 국민 가십거리에 올랐을 때 ‘잘난 마누라 꼴값’과 대비될 ‘오쟁이 진 모지리 남편’ 프레임이 수치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속내 모를 그의 표변이 차은경으로서도 이해하기 힘들 밖에. 확실히 과거의 김지상은 다정한 남편였고 사랑 많은 아빠였다. 제 나름 이해하기로는 너무 바쁜 일상 탓에 아내 역할, 엄마 역할 제대로 못한 원죄를 인정한다. 김지상도 그 정도만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해 왔다.
그렇지만 그 이유만으로 그렇게 변한다고? 너무 변한 김지상이 차은경으로선 너무 낯설기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알았다. 최사라와의 불륜이 그를 이렇게 바꿔 놓았구나. 차은경으로서 할 수 있는 이 같은 최선의 오해는 ‘뻔뻔한 사랑의 배신자’ 김지상에 대한 가차없는 응징을 다짐하게 만든다.
어쨌거나 4회까지 진행된 스토리로 보건대 김지상-최사라의 불륜은 김지상-최사라의 오해에서 비롯됐다. 최사라의 오해는 뇌내망상 탓으로 보이는데 반해 김지상의 오해는 제법 근거가 있어 보인다.
물론 그 오해의 기저에는 자격지심이 존재할 터이다. 그럼 김지상은 어떤 장면을 ‘차은경의 불륜 증거’라고 오해한 것일까? “당신 내가 후회하게 해줄게!”라 김지상이 확고하게 장담할만큼 차은경과 정우진의 관계는 직장동료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천하의 차은경으로 하여금 핏덩이 한유리(남지현 분)의 알량한 사명감과 같잖은 정의감을 좋아하게 만든 ‘차은경 이혼 소송’. 과연 그녀의 바람처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이혼쇼’가 될 수 있을까? “위로는 됐다”고 우기지만 그래도 차은경에겐 ‘완벽한 이혼쇼’보다 ‘위로’가 시급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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