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미국 보조금 없으면 투자 전략 재검토할 수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보조금을 안 준다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불확실성이 증대돼 우리의 행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미국 공장 신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근거가 되는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친환경 사기”라고 비판하며 법안 폐기 및 축소를 공언해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5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상대적으로 우리는 미국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그렇게 크지 않고 아직 완전히 다 결정된 것도 아니다”라며 “보조금을 안 준다면 저희도 (투자 전략을) 완전히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AI 관련 시장은 미국이 제일 크고 앞으로도 주도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이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확산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가 전망되고 있지만, 최 회장은 “잘 팔려서 좋은 거고 이게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투자가 너무 과격하고 많이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러다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다시 일어나면 배터리와 같은 상황이 여기서 안 일어나리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거액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사업을 지원하고 생산 시설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알아서 혼자 하라’고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Fab) 건설에 약 20조원이 소요되고 HBM은 쌓아 올리는 구조로 만들어야 해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이는 세제 혜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시대 이끌어 갈 ‘인공지능 전사’ 키워야
최 회장은 AI 기술 발전 대책으로 ‘AI 전사’ 양성을 내세웠다. 그는 “AI 전사는 AI 기술에 능숙한 엔지니어에 국한되지 않고 AI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여는 사람들을 포함한다”며 “AI 시대에는 이과든 문과든 AI 어시스트를 통해 대부분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과와 문과를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AI 전사들이 효과적으로 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며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네이버나 카카오의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러한 전략을 대한상의에서 정리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연내 관련 보고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SK그룹의 두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 관련 사업을 하는 두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해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솔루션화한다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상속세에 관해 “지금 우리나라 상속세는 모든 사람은 다 동일하다고 생각해서 ‘당신이 받는 상속 금액의 몇 퍼센트를 당장 내세요’ 혹은 ‘5년간 잘라서 낼 수 있도록 합시다’ 정도밖에 없다”며 “기업이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그에 맞춘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귀포 |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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