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의 신박한 도전…'쌀음료'에 '귀리치즈'까지
'환경·질병·동물권' 중시 소비자의 선택지
꾸준히 기술 축적…'푸드테크' 시장 노려
신세계푸드가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음료와 치즈를 선보이며 대안식 라인업을 강화한다. 동물권과 건강,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 개개인의 체질에 맞춘 '푸드테크'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소비자 '대안'될 대안식
신세계푸드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에서 식물성 음료와 치즈 신제품 개발 과정과 사업 목표에 대해 공유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신세계푸드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대안식 개발에 적극적인 회사 중 하나다. 대안식(Alternative foods)은 일반적으로 대체식이나 대체 식품으로 불린다.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나 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사용해 기존 식품과 비슷한 맛을 내는 식품을 말한다. 신세계푸드는 기존 식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기존 식품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식품이라는 의미로 '대안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식품들은 환경, 질병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 문제를 우리가 하루아침에 100%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한번에 조금씩 더 나은 것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대안식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2021년 식물성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선보이며 대안식 시장에 진출했다. 이듬해에는 세계 최대 대안식 시장인 미국 현지에 대안식품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를 설립, 사업을 본격화했다. 베러푸즈는 올해 초 미국 벤처캐피탈 '클리브랜드 애비뉴(Cleveland Avenue)'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신세계푸드가 최근까지 선보인 대안식 제품은 대안육, 대안유(乳) 등 다양하다. 신세계푸드는 대안육을 활용해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을 선보이고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을 통해 베이커리 제품을 판매 중이다. 또 독자 기술로 개발한 식물성 소스, 오트밀크 등을 활용한 식물성 대안식을 간편식(HMR)로 출시, 스타필드 코엑스몰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외식 메뉴로도 판매하고 있다.
곡물로 만든 유제품
신세계푸드는 기존 대인식 라인업에 유아왓유잇 식물성 음료, 식물성 치즈 슬라이스를 더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대안식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신제품은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와 '유아왓유잇 식물성 체다향 치즈 슬라이스'다.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는 가루쌀과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낸다. 유당불내증, 콜레스테롤 등에 대한 걱정으로 우유를 즐기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선보였다. 국내 쌀 소비 촉진을 통해 농가와의 상생도 도모한다.
국내 기업 중 대안유 재료로 쌀을 선택한 것은 신세계푸드가 최초다. 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19종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포함되지 않고, 유당과 글루텐이 없어 알러지 걱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단독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빵과 디저트 등에 사용되는 유제품의 대체 재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 제품에 대해 "현재 대안음료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아몬드, 귀리, 두유의 단점이 걱정되는 소비자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물성 체다향 치즈 슬라이스'는 오트(귀리), 캐슈넛, 코코넛오일 등 식물성 재료만 사용해 만든 슬라이스 치즈다. 체다 슬라이스 특유의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구현했다. 그리스의 '바이오라이프', 국내 푸드테크 기업의 '비욘드치즈' 등과 비교해 더 뛰어난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송 대표는 "대안식 사업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니며 여러 가지 식물성 치즈를 다 먹어봤지만 이 제품의 맛은 동물성 체다와 비교해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세계푸드는 여러 대안식 메뉴와 제품들을 선보이며 이미 일정 수준의 기술을 축적했다. 송 대표는 "대안 유제품을 만들면서 식물성 단백질을 포집하고 그걸 응용하는 상당수의 기술을 만들었다"면서 "앞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여러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푸드테크
신세계푸드가 대안식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것은 최근 친환경, 건강에 대한 관심과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며 식물성 식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송 대표는 "현재까지 식품 공급 시스템의 주요 가치는 편리성과 맛, 생산성이었기 때문에 건강, 환경에 대해서는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다"며 "이때문에 기후위기의 가속화, 동물 복지 문제, 인수간 감염병 창궐 등 '먹는 것'이 지구와 인간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들이 절대 동물성 식품을 먹어선 안 되기 때문에 대안식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고 송 대표는 강조한다. 대안식의 필요성은 '선택지의 확장'에 있다. 신세계푸드가 대체식이 아닌 '대안식'이라는 용어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 대표는 "대안식은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동물성 재료들도 무항생제, 자연 방목 등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 자주 먹기 힘들다"며 "식물성 대안식 외에도 배양육 등 다양한 선택지가 미래에 더 많이 생길 것이므로 소비자는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의 이런 도전은 향후 푸드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대안식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각 식품에 개인의 체질에 맞는 기능성 성분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개개인의 체질을 검사하는 기술이 이미 개발돼 이에 맞춰 프로바이오틱스, 칼슘 등 필요 영양소를 첨가하는 방식이다.
송 대표는 "신세계푸드는 고객들에게 예전의 재료보다 조금 더 한 단계 진일보한 건강한 제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더 나은 식품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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