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대체투자상품 '디지털자산'의 매력
주식,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리츠, 예·적금 등 현재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대단히 다양하다. 왜 이렇게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출현한 것일까. 투자관점에서만 보면 가능하면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늘리기 위해서다. 전문 용어로는 같은 위험 대비 최고의 기대 투자수익률을 뜻하는 '효율적 투자선(efficient frontier)'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는 금융상품 역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고대 아테네에서 은행상품이 출현한 이래, 13세기에 베네치아에서 채권, 17세기 암스테르담에선 주식, 19세기 시카고에서 파생상품이 출현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수익과 위험을 측정·평가할 수 있는 수준에 따라 '효율적 투자선'을 넓히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기존 투자상품의 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대체상품을 추구한 결과'라는 평가다.
그럼 이런 대체상품 투자 근거를 명확히 제시한 사람은 누군가. 바로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해리 마코비츠(Harry Markowitz)다. 그는 분산투자이론에서 '현재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상관관계가 낮은 상품을 추가하면 같은 위험 수준에서 해당 포트폴리오의 기대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덕분에 미국 에리사(ERISA)법에서 대체투자의 법적 기반인 'Prudent Person Rule'을 도입(1974년)했고 연기금들이 주식, 채권 외에 부동산, 사모펀드, 헤지펀드, 벤처 등 다양한 대체상품 투자를 늘렸다. 그 결과 대체투자 상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수요 증가로 대체상품 가격도 빠르게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투자자 특히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조금이라도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 투자상품과 상관관계가 낮은 신상품을 계속 찾기 마련이다. 현재로선 어떤 대체상품들이 있을까. 다양한 대상이 있겠지만 경제·금융구조에 큰 영향을 주는 환경변화와 기술혁신의 결과물 또는 부산물이 좋은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디지털 혁명이 세계 경제·금융을 강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그 결과물인 디지털자산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대체투자상품 후보군의 하나란 생각이다. 왜냐면 암호화폐, 가상자산, 토큰 증권 등 디지털자산은 디지털 상품이면서 인프라가 블록체인 상의 수평적 시스템이어서, 아날로그 상품인 데다 인프라도 수직적인 주식, 채권 등 기존 상품들과는 기본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품들 사이의 연결성이 약하고 따라서 상관관계도 낮을 거란 얘기다.
실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비트코인의 경우 선진국 주식과의 상관관계는 0.07, 미국 채권과의 상관관계는 0.04로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토큰 증권 기초자산의 하나인 음악 저작권 수요도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의 움직임과 별 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이해할 만하다. 첫째, 소송 목적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이뤄지면 상관관계가 낮은 신상품(비트코인) 편입 효과로 펀드의 기대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그에 따라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수요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연기금 중 하나인 위스콘신 연기금은 승인 이후 1.5억달러(2100억원)를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했다. 둘째, 기대 투자수익률이 제고되면 연기금이 환호하고, 연기금에 가입한 모든 투자자가 응원할 거여서 법원도 '블랙록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도 적극 소송하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게 개인 의견이다.
올해 1월 초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데 이어 홍콩, 영국, 호주 등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최근 블랙록과 피델리티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월 초부터 7월 19일까지의 누적 순유입 규모는 170억달러(24조원), 총운용 규모는 기존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신탁(GBTC)을 포함할 경우 607억달러(85조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비트코인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까.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9000만원 전후로 연초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이래 두 배로 급등했다. 단기적으론 매물압력이 커지고 있단 얘기다. '마운트곡스'의 채권상환압력(14조원, 14만1000BTC)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상존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체투자상품(디지털 금)으로서의 매력과 최근 부상하고 있는 금리인하 이슈,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고장으로 블록체인과 같은 수평적 시스템이 주목 대상이 된 점 등은 보다 길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플러스 요인으로 판단된다.
아무튼 비트코인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더리움, 또 최근 아시아지역에서 발행이 활발한 토큰 증권 등도 매력적인 대체투자상품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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