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망 사용료 분담 체계 필요"

김나인 2024. 7.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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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보넨퐁 佛통신협회장
넷플 등 CP사 지배력 따른
합리적 제도 도입 한목소리
로맹 보넨퐁(Romain Bonenfant)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FT) 회장이 프랑스 파리 사무실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로맹 보넨퐁(Romain Bonenfant)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FT) 회장이 프랑스 파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프랑스에서 넷플릭스, 구글 등 5개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전체 네트워크 트래픽의 50% 이상, 피크 시간대에는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로맹 보넨퐁(사진)(Romain Bonenfant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FT)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2007년 설립된 FFT는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Orange), 알티스, 부이그텔레콤 등 18개 통신사업자가 가입한 단체다. 그는 "프랑스 통신사들은 인공지능(AI), 산업용 5G 등 핵심 네트워크 현대에 필요한 신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고품질 통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국제적 차원에서 네트워크 사용료 정책과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넨퐁 회장은 네트워크 요금이 투자와 지속 가능성, 공중 보건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AI 성장에 따른 트래픽이 폭증하는 가운데 유럽도 통신사의 투자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CP들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영상 콘텐츠 소비를 유도해 트래픽이 폭증하면, 새 장비를 구축해야 하는 등 디지털 탄소 발자국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유럽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전송할 때 8K 고화질 영상은 불필요하니 보내지 말라거나, SNS에서 상업용 광고가 뜨지 않도록 설정하는 기술적 권고안을 도입해 트래픽의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통신사들은 140억 유로(약 21조원) 가까운 투자를 했지만, 네트워크 연결성 목표를 달성하려면 2000억 유로(약 302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빅테크가 말하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도 트래픽 증가 대처에 필요하지만 네트워크의 최종 부분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온라인 불법 콘텐츠 삭제 의무를 강제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와, 독점 행위 시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시장법(DMA) 등 빅테크 규제법안이 시행됐다. 빅테크와의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 최대 이통사인 독일 도이치텔레콤이 메타와 망 이용대가 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 5월 법원이 메타에 2100만유로(약 310억원)를 지불하도록 판결했다. 프랑스 최대 이통사인 오랑주는 지난 2015년 트리픽 중계사 코젠트(Cogent)가 유발한 망 이용대가 분쟁에서 공정위, 항소법원, 대법원을 거쳐 최종 승소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CP의 시장 지배력이 막강해지면서 협상력 불균형이 커진 만큼 합리적인 법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SKB와 넷플릭스가 2020년부터 3년간 망 이용대가 관련 갈등으로 소송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망 사용료 법안이 활발하게 논의됐지만,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지지부진해졌다.

유럽에서는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연임을 확정 지으면서 빅테크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 EU집행위는 통신 네트워크 규제 범위를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망 이용대가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네트워크법(DNA) 백서를 내놓기도 했다. EU는 DMA와 DSA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DNA도 추진하고 있다.

보넨퐁 회장은 "(망 사용료 관련) 법원의 개별적 판결이 있을 수 있지만, 네트워크 사용료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만큼 규제 기관이나 정부 등 권한 있는 당국이 감독할 수 있는 정책적 틀이 필요하다"며 "지난 2월 발간된 DNA 백서에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CP간 분쟁 발생 시 소송보다 효율적인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 담겨 향후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 디지털 인프라가 안정화되면 국제적 협력과 교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통신업계는 26일 파리에서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2024'를 5G 전환의 기회로 삼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400만 5G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6%포인트 증가한 17%에 달하는 수치다. 올림픽을 앞두고 오랑주는 올림픽 중계가 펼쳐지는 센강 구간 등에 5G SA 네트워크를 배치했다. 올림픽 글로벌 파트너 삼성전자는 선수단이 탑승하는 배에 '갤럭시S24 울트라' 스마트폰 200여대를 설치해 5G로 개막식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그는 "프랑스는 지난해 4만5000여개 5G 기지국을 구축했다"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통신업계는 소비자에게 LTE에서 5G로 무료로 전환하도록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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