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이노·E&S 합병, AI 사업 시너지…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필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그룹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으로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 부문은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향후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부가 현행 세제 지원뿐 아니라 직접적인 설비투자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한 식당에서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밝혔다.
최 회장은 우선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이후 계획에 대한 질의에 "두 회사가 합쳐지면 훨씬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AI"라며 "AI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뭔가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두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해 솔루션을 만들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상당히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쪽은 배터리 등을 갖고 있어 ESS(에너지저장장치)를 공급할 수 있고 다른 한쪽은 수소 등 발전 관련 사업을 갖고 있다"며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솔루션화 한다면 그것도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SK의 배터리 사업에 대해선 "캐즘으로 계획만큼 (사업이) 안 돌아갈 확률이 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관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보면 배터리 성장성은 계속될 것"이라며 "단지 지금 주춤한 것이니 그때(수요 회복)까지 잘 돌아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두고는 "과거에는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기여도 비율이 R&D(연구개발)가 90%, 설비 증설이 10% 정도였는데 최근 거의 50%씩으로 바뀌었다"며 "집적도 제고가 한계에 부딪혔다. 테크놀로지 브레이크스루(기술 약진)가 더 이상 안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에선 계속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니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팹(Fab) 하나 지을 때 투자 비용이 대충 20조원"이라며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설비투자를 다른 나라들이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걸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투자가 너무 과격하고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며 "이러다 배터리에서 일어났던 일과 똑같은 상황(캐즘)이 반도체에서 안 일어나란 법이 없으며 이를 잘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AI와 관련해선 "대한민국은 AI 인프라를 더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 부분이 너무 뒤처지면 빅테크 등이 우리나라를 택하지 않아 다른 곳에 종속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AI를 이해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 저는 이들을 'AI 전사'라고 부르고 싶은데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관련 전략을) 대한상의가 정리해 정부에 건의를 하고 싶은데 아직 정리가 덜 됐다"며 "연내 관련 보고서를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현행 상속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납세 방법에 있어) 여러 가지 선택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기업을 좋게 만들고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상속세제도 진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SK의 사업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을 하는 것과 (별개로) 실제 실천과 행동에 들어가면 대안을 충분히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부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영향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미국에서의 투자는 그렇게 크지 않다. 인디애나주의 팹은 어드밴스드패키징 형태"라며 "(투자가)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도 아니고 만약에 (미국이) 보조금을 안 준다면 저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남 최인근씨와 다정한 모습의 사진이 게재돼 화제가 된 것을 두고는 "(사진에 찍힌 날이) 대만 출장 바로 전날이었던 것 같다. 어쩌다가 있는 일이 아니라 아들과 자주 테니스도 같이 치고 한다"며 "자녀들과 소통하고 밥 먹고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전혀 아니다. 그걸 이상하게 보는 상황이 생겼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아주 잘 지내고 미래의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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