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전액 보장' LG 우승 승부수, 사활 걸렸다…"단장 손잡고 빨리 데리고 들어오라고"

김민경 기자 2024. 7.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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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 LG 트윈스
▲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같이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어요. 단장이랑 손잡고 빨리 데리고 들어오라고."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우승 승부수'로 선택한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LG는 20일 엘리아스와 총액 44만 달러(약 6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부터 LG에서 6년째 장수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하던 케이시 켈리(35)와 결별하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엘리아스와 손을 잡았다. 교체 외국인 선수이고, KBO리그를 처음 경험한 선수인데도 연봉으로 44만 달러를 전액 보장했다. 그만큼 구단도 기대가 크고, 데려오기 어려웠던 선수라고 볼 수 있다.

LG가 눈물을 머금고 켈리와 작별한 이유는 챔피언을 지키는 데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LG는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당연히 올해도 우승을 목표로 삼았는데, 시즌 초반 여러모로 부침이 있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염 감독은 불안정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꼽았고, 결국 후반기 시작 시점에 켈리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LG는 21일 현재 시즌 성적 50승42패2무로 2위에 올라 있다. 선두 KIA 타이거즈(56승35패2무)와는 6.5경기차가 난다. 이미 KIA의 1위 독주 체제가 굳혀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LG는 에르난데스 영입으로 일단 끝까지 쫓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막판 뒤집기가 어렵다면, 가을야구에서라도 역전 우승을 노려야 하고 에르난데스가 그 임무를 충분히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1995년생으로 베넬수엘라 출신 우완투수다. 키 185㎝, 몸무게 97㎏의 체격 조건을 자랑한다. 에르난데스는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에 입단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통산 35경기에서 11승7패, 159⅔이닝,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도 6시즌을 보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마이애미에서 5년 동안 90경기(선발 48경기), 10승21패, 287⅔이닝, 평균자책점 5.04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메이저리그 성적이 없고, 올해는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2팀에서 메이저리그 등판 기회를 얻었다. 올 시즌 성적은 9경기(선발 1경기) 1패, 15⅔이닝, 평균자책점 6.32다.

LG 구단은 "에르난데스는 직구, 변화구 모두 보더라인 제구가 날카롭고, 뛰어난 피칭 감각을 지닌 완성형 우완투수다. 시즌 중에 팀에 합류했지만, 빠르게 적응하여 1선발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를 긍정적으로 지켜봤다. 염 감독은 "영상은 봤는데, 회전수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슬라이더가 최고 장점이고, 좌타자한테 체인지업이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 가장 좋은 것은 외국인치고는 좌우를 이용할 수 있다. 상하보다 좌우 코너를 쓸 수 있는 커맨드를 갖춘 느낌이다. 구속은 시속 150㎞ 넘게 나오긴 하는데, 147~150㎞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에르난데스가 메이저리거의 꿈을 잠시 접고 한국 무대에 도전한 이유는 분명하다. KBO리그에서는 외국인 투수에게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가 보장되기 때문.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시카고 화이트삭스), 메릴 켈리(SK 와이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KBO리그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며 역수출 신화를 쓴 투수들은 한국에서 꾸준한 기회가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에르난데스도 이들과 같은 길을 걷고자 모험을 선택했다.

▲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LG는 에르난데스가 하루빨리 팀에 합류하길 바라고 있다. 아직 정확한 입국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차명석 LG 단장은 에르난데스와 계약을 위해 지난 17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오는 23일 입국할 예정이다. 염 감독은 "같이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다. 단장이 손잡고 빨리 데리고 들어오라고 올 거면"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입국해서도 비자 발급이 빨리 이뤄져야 KBO리그 데뷔전 일정도 확정할 수 있다. 염 감독은 "선수의 국적은 상관없다. 국내에서 비자를 빨리 움직여서 발급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LG는 21일 KBO에 켈리에 대한 웨이버를 공시할 예정이다. 켈리는 19일 구단이 방출을 통보한 상태에서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등판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6년을 함께한 LG 동료들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컸고, 잠실야구장과 LG 팬들과 마지막도 기념하고 싶었다. 켈리는 6-0 리드 속에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고 있었지만, 폭우로 1시가 39분 동안 경기가 지연된 끝에 우천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켈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이 돌았다.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했다. 시즌 초에 교체설을 들었고, 지금도 들었는데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한국에서 보낸 5년 반이란 시간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팬들이 나뿐만 아니라 가족도 친절히 대해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하게도 한번 더 등판 기회를 가져 기분 좋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염 감독은 켈리와 어떤 방법으로든 다시 함께할 순간이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우리는 항상 미국 애리조나로 캠프를 가니까. 애리조나에서 같이 운동을 할 수도 있고, 그러면 우리가 다 해줄 것이다. 미국보다 한국이 캠프를 더 빨리 시작하니까. 같이 운동하고 아직 나이가 있으니까 미국에서 계약을 했든 못 했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 훈련을 같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켈리는 KBO가 웨이버 공시를 하면 일단 일주일 이내로 다른 KBO 구단에서 영입 신청을 할지 기다릴 예정이다.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없으면 미국 또는 대만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 고별전을 마친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 케이시 켈리와 LG 트윈스 선수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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