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민 수장 `주 4.5일제` 폐지발언에 `집단패닉`

김수연 2024. 7. 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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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데피트 대표, 보상 축소 등 언급
업계, 성과·비용절감 압박 분석
사측 "공식 정책발표한적 없어"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임직원들이 외국인 임시대표의 주 32시간 유연근무제(사실상의 주 4.5일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폭탄 발언에 소위 '집단멘붕'에 빠졌다.

21일 유통업계와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이국환 대표 사임 이후 우아한형제들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피터얀 반데피트 대표는 최근 임직원들과 가진 자리에서 저성과자 보상을 축소하고, 주32시간 유연근무제를 폐지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발언을 한 것은 '배민1 플러스' 중개이용 수수료 인상 발표로 내·외부가 혼란스러웠던 지난 10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블라인드에서는 반데피트 대표가 당시 주32시간 근무제에 대해 'DH 어느 계열사에서도 하지 않은 근무제로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는 글이 떴다. 아울러 저성과자에 대한 보상을 줄이겠다는 뜻도 밝혔다는 글도 있었다.

당시 반데피트 대표는 회사 운영방안에 대한 발표를 한 뒤 질의응답(Q&A)을 받았는데, 그간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컸던 '배민1 플러스' 중개이용 수수료 인상(8월부터 기존 6.8%에서 9.8%로) 결정이 발표된 터라 임직원들은 다소 거친 질문들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32시간 근무제도(주 4.5일제)는 임직원 만족도가 높은 복지제도 중 하나로 2022년에 도입됐다. 이 제도를 활용해 직원들은 월요일은 오후 1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한다.

이 제도 덕분에 우아한형제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근무체제를 갖춘 대표사례로 언급돼 왔다.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이익 극대화 기조 속 중개수수료 인상에 이어 성과·비용절감 압박으로 내부 쥐어짜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구조조정으로 가는 수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 등에 대해 내부 반대가 있어도 독일 본사가 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대표를 교체하고, 새 대표가 직원과의 대화에서 저성과자 관련 언급을 하는 등의 흐름은 전형적인 구조조정 수순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모기업인 DH가 처한 상황이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태고 있다. DH는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4억유로(약 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지난 7일 밝힌 바 있다.

그로 인해 해당일 DH 주가가 장중 17% 급락하기도 했다. 이로 인한 손실을 한국에서 수수료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된다.

DH는 지난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로부터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4155억원으로 전년(2조9471억원)보다 15.9% 늘었다.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4241억원) 대비 65%나 급증했다.

이에 우아한형제들 측은 반데피트 대표가 전사발표 자리에서 어떠한 공식적인 정책·제도 변경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Q&A 시간에 운영 방향에 대해 언급한 수준"이라며 "주32시간 근무제 관련 발언은 다른 나라들의 근무제도를 언급하면서 멘트 하나 정도 나온 것이고,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더 큰 보상을 준다는 정도로 전반적인 언급을 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가 자신의 생각이나, DH에서 겪었던 것들을 얘기하다보니 여러가지가 언급된 것뿐"이라며 "주32시간 근무제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블라인드에는 또 반데피트 대표가 수수료 인상에 대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액제(월 8만8000원)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정률제(배민1플러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현재 외식업주들 사이에선 배민의 정률제에 대해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원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정액제, 정률제의 장단점에 대해서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정액제를 없애고 정률제를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액제가 불합리하다는 발언이 있었는지 여부는 회사가 대표의 워딩을 녹취한 것도 아니고 ,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데피트 대표는 지난 2일 이국환 대표 사임 이후 임시대표를 맡고 있으며, 우아한형제들은 차기 대표 내정자를 오는 8월 이후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임할 예정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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