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할 어깨 부여잡고 4할 출루율 도전이라니… 추신수 마지막 페이지, 클래스는 영원하다

김태우 기자 2024. 7. 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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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극심한 어깨 통증과 싸우고 있음에도 추신수는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로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다 ⓒSSG랜더스
▲ 추신수는 시즌 뒤 어깨 수술을 받을 예정이지만, 재활로 버티며 은퇴 시즌 기록을 끌어올리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끝으로 기나긴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을 예정인 추신수(42·SSG)는 전반기 자신에게 가장 화가 났던 장면 중 하나로 6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 6회를 뽑는다. 추신수는 “나는 그렇게 야구를 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당시 추신수는 1루수 맞고 우익수 방면으로 흐르는 안타를 쳤다. 굴절되는 과정에서 타구 속도가 느려졌고 이를 확인한 추신수는 2루를 향해 뛰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태그 아웃됐다. 접전 상황이었기에 보통이었으면 슬라이딩을 해 태그 면적을 줄였겠지만, 이 상황에서 어쩐 일인지 서서 들어가다 아웃됐다. 그 상황에서 평생 슬라이딩을 했던 추신수는 자신의 야구가 아니었다며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이유가 있었다. 추신수는 올 시즌 초반 오른쪽 어깨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회전근개가 손상됐다는 진단이었다. 한 달 정도의 재활을 거쳐 복귀하기는 했지만 어깨 상태는 지금도 정상이 아니다. 조금 더 적절한 단어를 찾자면 손상보다는 파열 쪽에 가깝다. 시즌이 끝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주치의와 필름을 보고 이야기를 했는데 시즌 뒤 수술을 받을 생각이다”면서 “은퇴를 해도 일상생활이 불편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말을 흐렸다.

추신수는 “대전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좌측 방향의 2루타를 친 뒤 2루에 슬라이딩을 들어가다 오른팔을 짚는 과정에서 미끄러지지를 않아 한동안 아팠다. 시즌이 끝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그때 생각이 나서 (슬라이딩을) 주저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은퇴 시즌을 앞두고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데 몸이 안 따라준다. 자신의 야구 경력 내내 붙어 다닌 부상이라는 악령이 그 1년을 못 참고 계속 괴롭힌다. 100% 컨디션으로 딱 1년만 불태우고 끝내면 되는데 그게 안 된다. 추신수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다.

현재 추신수의 어깨 상태는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 추신수는 “왼팔로 받치면 오른팔이 올라간다”고 동작을 해보인 뒤 “하지만 오른팔 혼자로는 못 올린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추신수가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우익수 출장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수비에 못 나가는 이유다. 오른팔이 안 올라가는 데 포구를 못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송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하고 있지만 오른 어깨는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버티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추신수는 “야구를 몇 년 더 한다고 하면 빨리 수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수술을 받으면 그대로 시즌이 끝난다”면서 “지금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고 통증을 계속 완화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어깨 보강 운동을 하고 때로는 휴식을 취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틴다.

이미 명예와 부를 모두 다 거머쥔 선수다. 부상 때문이라도 하면 중간에 포기한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추신수의 ‘현역 마지막 결정’이었다. 팀의 목표를 보고,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들을 보며 버티기로 했다. 다행히 시즌 초반 잦은 부상에 바닥을 쳤던 타격감도 올라오기 시작하며 부담감도 한결 덜어냈다. 규정타석과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성적은 클래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계속 우상향 그래프다.

▲ 개인의 명예는 내려놓은 채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동료들과 함께 뛰고 있는 추신수 ⓒSSG랜더스

추신수는 20일까지 49경기에서 타율 0.283, 3홈런, 22타점, 4도루, OPS 0.790을 기록 중이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초반의 부진을 꽤 만회했다. 그렇게 안 터졌던 득점권 안타나 장타도 이제 서서히 나온다. 어깨 부상 복귀 후 29경기에서는 타율 0.316, OPS 0.857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출루율은 0.404로 좋다. 올 시즌 전체 출루율도 0.395까지 올라와 4할 출루율에 육박하고 있다. 만 42세의 최고령 야수가 출루율이라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 브랜드를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ABS존은 사실 당황스러웠다. 30년 넘게 쌓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노하우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높은 쪽에 원래 방망이가 잘 나가지 않았던 선수라 당혹스러움은 더 컸다. 그러나 이 또한 적응보다는 하던 대로 하기로 했다. 야구를 더 할 것이라면 ABS에 적응해야 하지만, 어차피 올해로 끝이다. 추신수는 “존을 앞에 넓게 그려놓고 그냥 보이면 친다”고 웃었다. 최근에는 존에 적응한 모습으로 더 좋은 출루율도 기대할 수 있다. 분명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숯불처럼 은은한 온기가 내뿜는 전설의 마지막 시즌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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