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쇼크] 위고비보다 젭바운드? “약효 단순 비교 어려워…직접 비교 임상시험은 진행 중”
보험 조건·공급 여건도 선택 영향
비만 치료 신약인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출시 이후, 미국에서는 두 경쟁 약물을 놓고 어떤 것이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인지, 또 쓰던 비만 치료제를 새로 나온 약으로 바꾸는 게 나을지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 한국은 두 약 모두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의 논의는 국내 시판 이후 비만약 선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비만 의학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답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를 테면 효능이 더 나은 약이 나왔다고 바로 바꾸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고비를 투여해 건강이 좋아졌다면 계속 기존 약물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미국의 전자건강기록(EHR) 데이터 분석 기업 트루베타(Truveta)는 미국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사협회지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했다.
트루베타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미국 과체중·비만 성인 1만 8000명 이상의 전자건강기록을 통해 두 약물을 투여한 환자의 체중 감량 효과를 비교한 결과, 티르제파타이드 복용군은 1년 후 평균 15.3% 체중 감량했고, 세마글루타이드 복용군은 평균 8.3%를 감량했다고 밝혔다.
논문의 요지는 젭바운드가 감량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두 약물을 직접 비교한 첫 연구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 세계 의학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객관적으로 신뢰할 만한 연구가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체중감량클리닉 의료책임자인 다이애나 티아라 박사는 “매우 결함이 있는 연구”라고 지적했다. 국립 당뇨병·소화기·신장 질환 연구소 비만연구실 공동 책임자인 수잔 야노브스키 박사도 “이 연구만을 근거로 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가 전자건강기록 데이터를 단순 비교했을 뿐 직접 비교한 임상 연구가 아닌 점, 젭바운드가 비만 치료제로 승인되기 전에 연구를 진행해 연구자들이 당뇨병 치료제인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의 처방을 토대로 분석한 점, 연구 대상자들의 당뇨병 여부와 복용량이 모호한 점 등이 해당 연구의 주요 한계로 평가됐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모두 글루카곤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이다. GLP-1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포만감을 높인다. 각 사는 GLP-1 유사체를 먼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마운자로로 개발했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비만 치료제로 확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진행 중인 젭바운드와 위고비 임상 3상 시험 비교 연구 결과에서 더 나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일라이 릴리가 환자 700명을 대상으로 젭바운드와 위고비 두 약물을 비교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했다.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로, 이 임상시험은 오는 11월 완료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비만 외 다른 의학적 상태도 치료제 선택에서 고려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위고비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키고 비만과 심부전이 있는 사람들의 신체 기능을 개선한다고 확인됐으나, 젭바운드는 그런 부분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반면 젭바운드는 수면무호흡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컬럼비아대 어빙의료센터 소속 당뇨병·비만 연구자인 루돌프 라이벨 박사는 치료제 전환에 대해서 “위고비로 건강이 좋아졌다면 계속 투여하는 게 좋다”며 “젭바운드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나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위고비 투약을 시작한 후 혈압이 낮아지고 간의 지방과 염증이 줄어드는 등 환자 건강에 좋은 변화가 나타나면 이는 약을 계속 유지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라이벨 박사는 “세마글루타이드에 잘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티르제파티드로 전환하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약물 중 하나에 가장 잘 반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부작용이 가장 적은 사람이 누구인지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보험도 미국 비만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보험사는 시장에 먼저 나온 위고비로 비만 치료를 시작해야 보험 혜택을 주고, 위고비로 체중 감량에 실패하거나 부작용을 참을 수 없을 때만 젭바운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두 치료제 모두 폭발적인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캘리포니아대 체중감량클리닉 의료 책임자 다이애나 티아라 박사는 “어느 치료제를 쉽게 구할 수 있느냐가 환자들의 가용 여부를 가르는 주요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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