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반기 對美 무역흑자 ‘역대 최대’…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대응 필요성
미국 입장에선 ‘적자국’ 韓… 1~5월 7위로
트럼프 승리 가능성에 ‘경제 리스크’ 부각
“고율관세·공급망·금리정책 등 위기 산적”
상반기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확대가 한국 경제의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경제·안보를 위협할 ‘약탈’로 간주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조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더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트럼프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 美 입장에선 韓 주요 ‘무역 적자국’ 부상
2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1% 증가한 287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흑자 231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미 2022년 연간 무역수지 규모(280억달러)를 뛰어넘은 수준으로,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 대미 무역수지는 500억달러대에 달해, 연간으로도 지난해 ‘역대 최대’ 기록(444억달러 흑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는 ▲2019년 114억달러 ▲2020년 166억달러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대미 수출이 급속히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도 작년보다 16.8% 증가한 643억달러로, 대중국 수출(634억달러)보다 많았다.
대미 수출 호황과 이에 따른 대미 흑자 확대는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자국 중심 통상정책 등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와 함께 민감하게 여기는 전력망, 통신망, 항만 인프라 등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 점도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은 주요 무역 적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 통계를 보면 2021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22년과 지난해 각각 9위와 8위로 올라섰다. 올해 1~5월엔 캐나다를 제치고 7위(미국 입장에서 285억달러 적자) 적자국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중국·멕시코·베트남·독일·아일랜드·일본에 이어서다.
◇ ‘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 우세, 경제 리스크로
이 때문에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나 최근 ‘총격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트럼프의 우세 분위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우리 정책당국도 미국 대선을 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직접적인 리스크로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하의 고율 관세가 꼽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대인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압박할 수 있다. 대미국 무역흑자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업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조준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법(칩스법), IRA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이차전지·반도체 등이 우선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수출 엔진’으로만 경제를 이끄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선,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공급망 정책도 전면 재편해야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대중국 ‘디리스킹’ 기조하에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초점을 맞췄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철저하게 자국 내 공급망인 ‘온쇼어링’(on-shoring)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근거였던 미국의 경제 안보 정책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트럼프 정책이 초래할 물가 상승(인플레이션)도 또 다른 거시 정책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감세 정책으로 미 재정적자가 확대하고, 고율 관세에 따른 수입물가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이민 정책도 저임금 노동력 공급을 줄여 임금을 밀어 올릴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 결정에도 미 대선 시계의 영향이 미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11월 대선 전에는 기준금리를 낮춰서 안 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이와 별개로 미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더라도,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현실화한다면 추가 금리 인하 행보에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는 당연히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열고 대외 변수를 점검하고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감안하면 정권에 상관없이 양국의 교역·투자 등 우호적 경제협력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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