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팀컬러 변화···삼성, ‘이승엽 시대’ 이후 21년만에 ‘팀홈런 1위’ 가나

안승호 기자 2024. 7. 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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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와 팀홈런 공동 1위 점프
‘속도에서 힘’ 라팍형 라인업
‘거포’ 새 외인타자 고속 적응
2003년 이후 첫 팀홈런 도전
삼성 루벤 카데나스가 지난 20일 대구 롯데전 6회 KBO 1호 홈런을 때린 뒤 환영을 받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프로야구 삼성이 지난 겨울 안방인 라이온즈파크의 외야 담장 높이를 올리려했던 것은 타자 친화형인 홈구장 홈런 득실에서 매시즌 손해를 봤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관중석 시야 문제로 결국 담장 구조 조정을 보류했지만, 홈구장 홈런 마진의 흐름 전환 기대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홈런 생산력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삼성은 홈구장 환경과 달리 거포형 선수가 적었다. 오히려 스피드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주력선수가 많았다. 김지찬, 김성윤, 류지혁, 김현준 등 힘보다는 속도로 싸우는 자원들이 1군 라인업에 여럿 있었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같은 변화가 올시즌 삼성 야구에 일어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일 현재 팀홈런 109개로 KIA와 함께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삼성은 20일 대구 롯데전에서만 홈런 4개를 쏟아냈다. 김영웅이 시즌 18호 홈런을 때린 가운데 이성규가 17호 대포를 신고했다. 또 베테랑 강민호가 시즌 10호 홈런 고지에 올랐고, 새 외국인타자 루벤 카데나스가 KBO리그 데뷔 2경기 만에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삼성 김영웅.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이성규.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영웅과 이성규 모두 시즌 개막 시점만 해도 팀 홈런 생산력을 움직일 ‘상수’로 계산하기 어려운 이름들이었다. 간판타자 구자욱이 이미 20호 홈런 고지에 오른 가운데 새 이름들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삼성 라인업의 팀컬러는 ‘속도’에서 ‘힘’으로 중심 이동하고 있다. 20일 현재 라이온즈파크에서 46경기를 치르며 홈런 75개를 때리고, 60개만을 허용해 ‘플러스 15개’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의 홈런 생산력은 시즌 끝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시즌 중 오재일을 KT에 내주고 영입한 ‘전통의 거포’ 박병호가 부상으로 재활군으로 내려가 있지만, 새 외인타나 카네나스가 이전 개막 이후 함께했던, 교타자 유형의 데이비드 맥키넌과 달리 홈런으로 특화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카데나스는 거포 유형으로 콘택트 능력에 대한 리스크도 따르고 있지만 최근 시즌 삼진율이 급감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뛴 2경기에서도 10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삼진은 1개도 없었다.

올해 개막 시점에서 삼성이 팀홈런 1위를 노린다고 했다면, 누구라도 한번 듣고 잊을 ‘공약’ 정도로 여기고 말았을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만 해도 팀홈런 88개로 8위에 머물렀다. 또 베테랑 불펜을 보강한 투수진과 달리 야수 구성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삼성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2010년대 초중반까지 4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왕조 역사를 만들었지만, 팀홈런 1위에 오른 것은 무려 21년 전인 2003년이 마지막이다.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56호를 때리고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입단하기 전인 그해 삼성은 팀홈런 213개의 압도적 화력으로 부문 1위에 올랐다. 삼성으로서는 그해 이후 처음 팀홈런을 리그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 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삼성은 올시즌을 기점으로 팀컬러 변화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개장 이후 ‘남의 집 안방’ 같은 라이온즈파크에 최적화된 라인업을 구축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 시즌 후반기를 달리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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