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퓨타’는 지금 어디에…올해 11월 부산에서 만날까

한겨레 2024. 7. 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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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 걸리버는 여행길에 라퓨타를 만났다.

날아다니는 섬인 라퓨타는 지름이 7㎞쯤 된다.

40년쯤 전에 나온 만화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파즈와 시타가 라퓨타를 찾아가는 모험을 했다.

천공의 섬 라퓨타는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아직도 비어 있을까? 먼지 쌓인 폐허로 남아 있을까? 좋은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멋진 곳으로 탈바꿈했을까? 우주선을 쏘고 우주정거장도 건설했지만 여전히 라퓨타는 우리의 꿈과 상상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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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퓨타의 원래 뜻은 ‘바다 위 춤추는 햇살’
올 11월 부산 국제아동도서전 주제 ‘라퓨타’

[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천공의 성 라퓨타

300년 전, 걸리버는 여행길에 라퓨타를 만났다. 날아다니는 섬인 라퓨타는 지름이 7㎞쯤 된다. 최근에 소설가 김연수가 걸리버의 여행을 ‘걸리버 유람기’로 다시 쓰면서 계산한 것에 따르면, 면적은 40㎢로 경기도 광명시만 하다고 한다. 섬의 한가운데 45m 정도의 틈새가 있는데, 라퓨타 말로 ‘플란도나 가놀레’라고 부른다. 천문학자의 동굴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엄청나게 큰 천연 자석이 있다. 길이가 6m,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두께가 3m인 자석의 힘으로 이 섬은 공중에 떠 있다. 자석의 한쪽은 땅을 끌어당기고 다른 한쪽은 땅을 밀어내니 자석의 위치를 바꾸면서 섬의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다.

40년쯤 전에 나온 만화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파즈와 시타가 라퓨타를 찾아가는 모험을 했다. 파즈가 타고 다니는 비행선과 복장으로 짐작하건대 100년 전쯤 이야기다. 파즈는 아빠가 우연히 만난 라퓨타를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 그 사진을 보면 라퓨타는 걸리버의 이야기와 사뭇 달랐다. “‘걸리버 여행기’에도 라퓨타가 나오지만 그건 엉터리야. 지금은 아무도 안 살지만 보물이 많이 있대.” 천신만고 끝에 방문한 라퓨타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걸리버가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걸리버가 남긴 기록에 실마리가 있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나름 획기적인 연구를 거듭했다.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의 일을 하는 방법, 영원히 수리하지 않아도 되는 재료로 일주일 만에 대저택을 짓는 방법, 계절에 상관없이 어떤 과일도 지금의 10배 이상 수확하는 방법 같은 것들. 문제는 성공한 연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공상적인 연구에 몰두했던 이들이 건물을 올리고 옷을 짓는 데는 서툴렀다. 벽돌이나 옷감의 크기를 재는 데 사분의(18세기까지 사용한 천체 고도 측정기)나 나침반을 사용하니 제대로 치수를 맞추긴 애초에 글렀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로봇도 만들고 무기도 많이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멸망했다. 공상의 추구에만 몰두했던 구멍이 만든 재앙이 다가왔던 것은 아니었을지?

시타의 가족은 라퓨타를 탈출했던 사람들의 후손이고 그가 파즈와 방문한 라퓨타에는 로봇만 남아서 사람들의 빈자리를 부분적으로 메꾸고 있었다. 남은 무기들과 기술을 이용해서 지구를 지배하려는 악당을 막으려니 천공의 성을 허물 수밖에 없었다. 천공의 성이 떨어져 나가고 천공의 섬만 남았다. 천공의 섬 라퓨타는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아직도 비어 있을까? 먼지 쌓인 폐허로 남아 있을까? 좋은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멋진 곳으로 탈바꿈했을까? 우주선을 쏘고 우주정거장도 건설했지만 여전히 라퓨타는 우리의 꿈과 상상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거기엔 막대한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도 있다.

올해 11월28일부터 4일간 부산에서 처음으로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린다. 도서전의 주제가 ‘라퓨타’이다. 기후가 변하고 전쟁도 벌어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세상을 꿈꾼 적이 없다. 꿈이 담긴 책,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담은 책, 그리고 그 꿈을 이룬 여정을 기록한 책들을 모아 새로운 꿈을 꾼다. 당장 지구 위에 실현할 수 없다면 라퓨타 위에 세워 보려고 한다. 라퓨타의 원래 뜻은 바다에서 춤추는, 날개 달린 햇살이다. 부산 바다 위에 햇살을 띄운다.

만화 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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