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 80주년… 처형된 군인들 추모
숄츠 총리, 신병들에 “軍은 민주사회 중심”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이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긴 가운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암살 미수 사건 추모식이 독일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20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독일 군인 일부가 아돌프 히틀러 총통 암살과 나치 정권 전복을 시도한 사건 80주년을 맞아 베를린 시내 국방부 청사 마당(벤들러블록)에서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올라프 숄츠 총리 등 독일 정부 요인들이 대거 참석해 암살이 실패로 돌아간 뒤 잔인하게 처형당한 군인들을 기렸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추모 연설에서 “히틀러에 반대하며 저항하다가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기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일인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출범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이 1933년 무너지면서 나치가 정권을 잡고 독재의 길로 들어섰음을 상기시킨 뒤 “나치가 민주공화국을 전복한 만큼 나치에 대한 저항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독일 국민들을 향해 “폭력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며 “증오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여기서 ‘증오’란 히틀러에 대한 증오가 아니고 히틀러 본인이 사로잡혔던 민주주의 제도와 유대인 같은 특정 인종에 대한 증오를 의미한다. ‘폭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언급은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추모식 직후 숄츠 총리는 독일 공군에 갓 입대한 신병들의 선서식에 참석해 “독일군은 민주사회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80년 전 히틀러 타도와 나치 정권 전복을 시도했던 이들이 현역 군인 신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신병들을 향해 “2차대전이 발발하자 많은 독일 군인들이 양심과 군대의 선서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며 “오늘날 군에서 복무하려면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거론하며 “푸틴 같은 폭압적 통치자를 롤모델로 여기는 움직임의 증가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세계 정세가 어려울수록 여러분처럼 평화와 자유를 수호하려는 용감한 사람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자원입대를 결심한 신병들을 격려했다.
2차대전 당시 아프리카 전선 등에서 연합군과 싸우며 팔 하나를 잃은 독일 육군 장교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주도했다. 히틀러가 사라져야 전쟁이 끝나고 독일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여긴 그는 1944년 7월 들어 동조자들을 모집한다. 7월20일 히틀러가 주재하는 군사작전 회의에 배석하게 된 것을 계기로 폭탄이 든 가방을 회의실에 두고 나온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폭탄이 터진 것을 확인한 직후 국방부로 가서 총통 유고시에 대비한 ‘발키리’ 비상 계획을 실행에 옮기도록 한다. 히틀러의 핵심 측근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 선전부 장관 등 정부 요인들에 대한 체포 명령도 내린다.
하지만 히틀러는 경상을 입는데 그쳤다. 독일군 지휘부는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측의 행동을 쿠데타로 판단해 진압에 나선다. 히틀러의 생존 사실이 알려지자 가담자들의 사기가 완전히 꺾이며 결국 나치 정권 전복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등 주동자들은 모두 독일군에 붙잡혀 사건 당일 국방부 청사 마당 벤들러블록에서 처형됐다. 2차대전 초반 독일군에 큰 승리를 안기며 ‘사막의 여우’로 불린 에르빈 롬멜 원수는 음모를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침묵을 지켰다는 의혹이 불거져 약 3개월 뒤인 1944년 10월 히틀러의 명령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롬멜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대외적으로는 ‘전사’로 공표됐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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