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이’ 민희진부터 언론 정파성까지…‘손석희 질문들’이 물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문화방송(MBC) 특집 방송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유시민 작가와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 실장이 ‘유튜브 시대의 언론’ 등의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유 작가가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의 뉴스를 ‘한정식처럼 차려주는 선데이서울’로 표현하며 유튜브 저널리즘 손을 들어줬다면, 김 실장은 ‘언론의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에 맞섰다.
언론과 저널리즘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는 초반부터 엇갈렸다. 이날 진행을 맡은 손석희 전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 앵커는 첫 질문으로 ‘최근 뉴스를 어떻게 보시느냐’를 물었다.
먼저 유 작가는 “종이 신문을 안 본 지 여러 해 된 것 같고, 포털 뉴스를 검색 안 한 지도 꽤 됐다. 포털 뉴스의 첫 화면을 보면 한정식처럼 뉴스를 차려주는데, ‘선데이서울’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뉴스를 잘 안 보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어 “큰 사건이 터지고 그럴 때나 검색해서 찾아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실장은 “(오늘 토론에) 뉴스를 안 보는 분이 나오시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말문을 연 뒤 “나는 휴대폰으로 많이 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레터부터 본 뒤 각 언론사에 들어가서 본다”고 말했다. 또 “포털을 통해 들어가더라도 각 언론사에서 한 상을 어떻게 차리는가를 본다”며 “유튜브로는 뉴스를 거의 안 보고 이슈가 생겼을 때만 찾아본다”고 했다.
유 작가는 뉴스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를 ‘편향성’에서 찾았다. 기존 언론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그 반작용이 유튜브의 영향력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널리즘이란 뉴스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지난 100여년 동안 뉴스를 결정하는 과정을 신문사, 방송국 등이 독점해왔고 뉴스 수용자는 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없었다. (시민들은) 이것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가 “시민들이 뉴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으러 유튜브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반면 김 실장은 일부 선정적·정파적 기사가 언론의 신뢰도 하락을 원인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런 가운데서도 많은 언론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정보를 발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유튜브를 골고루 돌아다니며 정보를 습득하지 않는다. 선택적 노출은 유튜브가 더 심하다”며 “언론도 정파성이 있지만 유튜브는 정파성이 더 심하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다.
유시민·김희원 두 사람의 토론은 최근 유튜브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던 ‘민희진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앞서 하이브에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지난 4월25일 이례적으로 긴 2시간20분짜리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폭발적으로 쏟아냈다. “들어올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X저씨” “X발” 등 지상파 방송에서 내보내기 어려운 표현이 여과 없이 생중계된 당시의 기자회견은 많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손 앵커가 당시의 기자회견을 두고 “제가 보기에 기존의 언론 문법으로는 이 기자회견을 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유튜브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토론을 이끌었다.
유 작가도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되게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예전에는 기자 만나서 인터뷰하면 원고지 5장짜리 인터뷰 기사로 나고 끝났을 거다. 하지만 1시간 유튜브에 나가면 400만명이 본다. 이건 기자의 잘못이 아니라 미디어의 차이다. 이게 언론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고, 절대 돌파 못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유튜브와 레거시 미디어가 상호 작용하면서 결합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저널리즘 규범을 지키며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의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고 유효하다”며 “정의는 겨우겨우 힘들게 이기는 것이고, 진실은 가까스로 밝혀진다. 그 노력을 기자들이 하고 있다.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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